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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6 14:47 수정 : 2020.01.17 02:32

지난해 12월10일 김용균씨의 1주기에 동료 노동자들이 그를 추모하며 국화를 들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직접고용’ 의무에 계약직 채용
“위험의 외주화 지속” 비판
“도급금지 업무 확대” 인권위 권고에
노동부 오는 20일까지 답변해야

지난해 12월10일 김용균씨의 1주기에 동료 노동자들이 그를 추모하며 국화를 들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21년째 아연 도금 작업을 해온 최아무개(47)씨는 16일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다. 20년 동안 460도의 용해로를 통과해 나온 철판의 부산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2인1조로 해왔는데, 이날부턴 최씨의 동료 혼자서 모두 떠맡게 됐기 때문이다. 아연을 고온에서 처리할 때 1군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발생하는데, 김용균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는 것을 금지했다.

문제는 회사 쪽이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위험업무와 간접업무를 구분해야한다며, 부산물 제거 작업을 함께 해온 2명 가운데 1명만 도급 금지 업무에 해당하는 ‘도금’ 작업자로 인정하면서 불거졌다. 회사는 지난달 31일 ‘도금’ 작업 인력을 무기계약직(별정직)으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반면, 최씨처럼 부산물 제거 작업과 함께 지게차로 아연 덩어리를 운반하는 업무를 맡은 경우는 ‘운반’ 작업자로 분리해 직접고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최씨는 “운반 작업은 20~30분 만에 끝나 주로 부산물 제거 작업을 해왔고, 운반만 한다고 해도 용해로 주변 공간이 좁아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걸 피할 수 없다. 지금껏 2명이 함께 하던 일을 혼자 하게 된 동료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16일부터 하청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김용균법’이 시행됐지만, ‘위험의 외주화 금지’라는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기업들의 ‘꼼수’가 벌써부터 확인되고 있다. 노동계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도급 금지 업무를 확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정부가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28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개정 당시부터 도급 금지의 범위와 처벌 강화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대제철의 사례처럼 직업병 발생 위험이 높은 ‘유해 화학물질’의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도급 금지 작업을 분류했기 때문에 정작 김용균씨가 해왔던 전기사업 설비의 운전·점검 업무나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철도·조선업 등은 유해·위험 작업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작업환경과 공정 등 물질적 작업요소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도급이 금지되는 위험 업무의 범위를 확대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제한할 수 있도록 ‘생명·안전 업무’의 기준을 마련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권고문에서 “개정 산안법에 따르더라도 2016년 구의역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 2018년 태안화력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 등 (위험의) 외주화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공감대가 컸던 사건에서 사망 노동자가 했던 작업은 여전히 도급(하청)이 가능하다”며 “도급 금지 작업을 화학적 요인으로만 한정한 개정 산안법은 한국의 산업재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0일까지 인권위 권고에 대한 이행 여부를 답변해야 한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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