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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06 19:34 수정 : 2015.01.15 14:43

에이다 웡(홍콩현대문화원 설립자 겸 명예대표이사)

[짬] 홍콩현대문화원 설립자 에이다 웡

혁명이 반드시 큰 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홍콩의 시민운동가 에이다 웡(사진·홍콩현대문화원 설립자 겸 명예대표이사)은 젊은이들에게 “다른 방식의 삶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불어넣음으로써 조용히 세상을 바꾸어 가는 사람이다.

지난 3일 한겨레신문사와 서울시가 공동주최하고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주관한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에 초청받아 방한한 그는 특히 현실에 눌려 질식한 듯한 한국의 청춘에게 “사회를 바꾸는 혁신가가 되라”고 등을 두드렸다.

지난 2013년 초 홍콩의 행사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그는 아시아 젊은이를 상대로 원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바로 2010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매드(MaD·메이크 어 디퍼런스)가 그것이었다. 해마다 이 행사에는 한국, 중국, 인도 등 아시아 20여개 나라에서 16~35살 젊은이 1500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인다. 청년들은 2박3일간 홍콩에 머물면서 남다른 접근법으로 변화를 이끌고 경제, 사회적 문제를 풀어낸 동료 젊은이들의 사례들을 공유하고 토론한다. 예를 들어 첨단 기술이 언제나 우수할 것이란 통념을 뒤집고 옛날 책에 쓰인 지혜와 기술에 눈을 돌려 지역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 청년의 창업 경험을 듣고 토론하는 식이다.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포럼’ 참가
청년 협업통한 사회문제 해법 공유
“발전 거듭하는 아시아에서
사회정의 실현위한 청년 활약필요”

오늘날 ‘청년’은 더 이상 가슴 뛰는 단어가 아니다. 실업이니 좌절이니 하는 수식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에이다 웡은 “현대의 사회문제는 너무 복잡해져서 정부 혼자서는 풀기 어렵다”며 젊은이들 스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로 나설 것을 권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말이긴 하지만 사회혁신가란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통상적인 접근으로 잘 풀리지 않는 경제·사회 문제를 아이디어와 협업을 통해 해결해내는 이들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빈곤, 질병, 장애, 차별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으로 사람과 역량을 조직하는 일에 뛰어들고 있다. ‘청년, 아시아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서도 필리핀, 타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한국 등 아시아 6개 나라의 청년들이 자신들이 해온 사회혁신 활동 사례를 발표하고 경험과 비전을 공유했다.

관광여행이 정작 원주민에게는 피해가 클 뿐 도움이 되지 않는 점에 착안해 공정여행사를 설립한 베트남 젊은이, 헌혈자를 찾지 못해 환자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웹이나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헌혈자 네트워크를 구축한 필리핀 젊은이 등 주로 사회·경제 영역에서 창업 등을 통해 사회적 의미와 지속가능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10여건의 사례가 이날 발표됐다.

에이다 웡은 아시아는 특히 젊은 사회혁신가의 활동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한다. “아시아에는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습니다. 중국, 인도를 비롯해 왕성하게 경제가 성장하는 지역이어서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발전 과정에서 사회적, 환경적 정의가 실현되고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지 않도록 젊은 혁신가들이 적극적으로 활약해야 합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시민운동가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그의 생각과 활동방식은 박 시장과 많이 닮아 있기도 하다. 변호사에서 출발해 정치인으로도 활동한 경력도 비슷하다. 그는 최근 10년간 아시아의 청년들이 현실의 난관을 떨치고 일어나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도록 고취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사회혁신에 필요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배양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비법은 배경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섞여서 토론하고 공감하게 하는 것이다. 때로 그는 공무원, 기업인, 시민운동가, 학생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을 이틀 정도 같은 공간에 섞어 놓고 어떤 주제를 토의하도록 한다. “비슷한 사람들이 만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아 이런 방법도 가능하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겨납니다.”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는 사업화, 조직화의 과정을 밟게 되는데 그가 굿랩(goodlab.hk)이란 공동작업 공간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에이다 웡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의 얘기를 듣고 “남이 가지 않은 길, 잘 뚫리지 않은 길을 가보라”고 말했다. 모두들 좋은 대학 나와 대기업, 큰 은행에 취직해 주류의 삶을 살려 하지만 세상의 변화가 점점 빨라져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궁리하고 혁신하며 자기만의 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는 아름답고 흥미로운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bhlee@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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