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05 18:22
수정 : 2019.07.0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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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 건강에 대한 의학 대중서 <질의 응답>(열린책들)의 저자 엘렌 스퇴겐 달과 니나 브로크만. 열린책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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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교육 도움 됐나’ 문항에
여학생 불만족도 남학생 두 배
“실질적 내용 부족하고, 성차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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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 건강에 대한 의학 대중서 <질의 응답>(열린책들)의 저자 엘렌 스퇴겐 달과 니나 브로크만. 열린책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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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0대 청소년들은 학교 성교육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며 특히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의 만족도가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만족의 원인 중 ‘실질적 내용이 부족해서’, ‘성차별적 내용이 있어서’ 등의 항목에 여학생 응답률이 높았다.
서울시 산하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지난해 11월 13~18살 청소년 333명(남 124명, 여 199명, 기타 10명)에게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보면, “학교 성교육 시간에 받았던 내용이 도움됐나”라는 질문에 “별로 또는 전혀 도움되지 않았다”란 불만족 항목 응답률이 남학생 27.4%, 여학생 49.2%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상당했다. “매우 또는 조금 도움이 됐다”란 만족 항목 응답도 남학생(37.9%)에 견줘 여학생(22.1%)이 크게 낮았다.
만족하지 않은 이유로 응답자들은 “학년이 바뀌어도 성교육 내용은 계속 똑같아서”(남 71.4%, 여 73.9%), “교육 방식이 지루하고 전달성이 떨어져서”(남 60%, 여 58.8%) 등을 주로 꼽았다. 특히 “피임 등 성행동 준비 및 결과에 대한 실질적 내용이 부족해서”(남 38.6%, 여 51.6%), “성차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남 18.6%, 여 28.1%) 등의 항목에서 여학생이 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폭력 예방교육에 집중돼 있어서”(남 25.7%, 여 22.2%)란 응답도 5위 안에 들었다.
현재 초중고교에선 교육부 지침으로 학년당 15시간의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생물, 체육, 보건 교과목에 포함된 성 관련 내용을 성교육으로 간주해 형식적으로 채울 수도 있다. 이명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남자 대학생들에게 청소년 시기 어떻게 성교육을 받았냐고 물으니 ‘글쎄요, 도움이 되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요’라고 답을 했다. 여자 대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니 성교육 시간에 ‘싫어요’, ‘안 돼요’, ‘하지 마세요’ 세 단어를 배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학교 성교육에 대해 불만족한 학생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교사들은 △적은 수업시간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기 어려운 교과서 △대규모 수업 △보수적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나 관리자 등을 이유로 들었다. 20년 경력의 한 보건교사는 “학년당 15시간으로 짧은 성교육 시간 내에 1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교과서로 수업하다 보면 학급 내 모든 학생의 구체적 요구사항을 반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교과서에 신체 부위가 나온 그림조차도 ‘왜 노골적인 그림을 싣느냐’고 항의하는 학부모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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