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허가 취소’ 파동
의료단체 “정부, 산업체 육성 앞서
환자 안전관리 체계 우선 갖춰야”
코오롱, 기술·제품 수출 타격
1조원대 계약 파기 가능성 ‘휘청’
주사 맞은 환자들 통증 등 호소
“부작용 조사 제3기관이 나서야”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주사를 맞은 피해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접수하러 들어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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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허가 취소로 코오롱 그룹은 충격에 빠졌다. 이웅열 전 회장과 코오롱생명과학 등이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에게 고발 및 제소당한 것은 물론 1조원에 이르는 기술수출·제품수출 계약 파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이번 허가 취소로 인보사 판매가 중단되면 코오롱생명과학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코오롱은 이날 “품목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으나 조작 또는 은폐 사실은 없었다”며 “취소사유에 대해 회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적절한 검증 없이 시판 허가를 내준 식약처도 책임이 없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로 문재인 정부가 육성해온 바이오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썩은 사과’를 잘라냈다는 시각도 있다. 바이오업체 한 관계자는 “인보사는 허가 때부터 효능이 과대포장됐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정부가 제대로 평가하고 지원하면 얼마든지 바이오산업 전체가 커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가 무리한 바이오 산업 규제 완화의 결과라고 비판한다. 식약처가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유전자치료제 등에 대한 허가 및 심사 역량을 키우겠다고 했지만, 실은 이것도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사 기간을 짧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바이오헬스 혁신성장전략을 보면 심사 인력을 확보해 새 의약품의 시장 진입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식약처는 이를 재발 방지책으로 넣어 심사 역량을 키우겠다고 말만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석균 위원장은 “인보사 사태 시작부터 허가 취소에 50여일이 걸렸는데, 그동안 정부는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노력했다”며 “산업체를 육성하기에 앞서, 환자들에 대한 안전 관리 대책을 우선 갖춰야 제2의 인보사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주사 맞은 부작용 관리는 제3기관에서
식약처는 전체 투약 건수 3707건에 대해 15년 동안 추적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보사를 맞은 환자들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큰 우려는 없다고 했지만, 일부 환자들은 관절이 붓고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대리하는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환자들은 부종 등을 비롯해 종양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작용 조사 기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식약처에 대한 감사를 통해 인허가 과정의 특혜 의혹을 규명해야 할 판에 제조사와 식약처가 환자들의 부작용을 취합하는 것은 객관적이기 어렵다”며 “국립중앙의료원이나 질병관리본부 등이 추적 관찰을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원금을 ‘환수’조처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10년 동안 인보사 개발에 82억1천만원(2015~2018년)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성과 평가심의위 구성 뒤 지원금 환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양중 박현정 김진철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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