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7 19:04
수정 : 2019.03.07 21:49
복지부는 충분한 가격 보장 길 이미 열어
의료계 “수익성 낮아 재판매 안해” 추정
“제조사 횡포 막고 필수 치료재료 확보책 내놔야”
선천성 심장질환 등의 수술에 꼭 필요한 인공혈관을 판매하던 ㈜고어코리아는 왜 국내 판매를 재개하지 않을까?(<한겨레> 3월7일치 1면) 이 치료재료의 판매를 허가했거나 가격을 매기는 보건당국은 제조사가 판매를 재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제조사가 예상보다 낮은 값을 받고 판매해온데다 앞으로 값을 올려 받아도 국내 환자 수가 적어 공급량이 많지 않아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수익성을 고려해 굳이 다시 판매할 이유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의료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고어코리아는 2017년 9월 인공혈관을 비롯해 다른 치료재료의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2015년 말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 등을 거쳐 2016년 인공혈관 등 치료재료 가격을 일괄 인하했다. 의료계에서는 보건당국이 해당 제품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해 제조사가 수익을 내기 어려웠고, 또 식약처의 제조공정조사도 까다로워 제조사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희귀질환에 대한 수술 등 꼭 필요한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에서 책정하는 가격의 상한을 높일 수 있도록 한 안이 지난해 9월 정부 고시로 마련됐다”며 “고어코리아의 인공혈관도 가격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공정조사가 까다로웠다는 말에 대해 식약처는 이날 자료를 내어 “고어코리아는 2016년에 제조공정심사를 받아 올해 8월까지 3년 동안의 적합인증을 받았다”며 “해마다 제조공정조사를 하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3년마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어사는 제조공정조사 횟수, 심사비용 등에서 국내보다 여건이 더 까다로운 유럽에도 해당 치료재료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고어코리아가 다시 제품을 판매하도록 지난 1월 말 주한미국대사 등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며, 다른 수입업체를 선정해 해당 제품의 수입 허가를 지난 2월 완료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고어사가 대만 등 다른 나라에 판 제품을 국내 수입업체가 사려 해도 고어사와 계약한 현지 수입업체들이 제품을 재판매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외국 제조사들이 만든 치료재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환자들의 치료가 연기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2011년 8월에도 위내시경 수술용 칼의 가격이 낮다며 제조사가 병원에 이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냈고, 그 뒤 위내시경 수술이 연기되자 보건당국이 가격을 높여주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는 “고어코리아 제품의 경우 몇몇 심장질환 수술에만 쓰여 국내에서 사용되는 양도 많지 않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굳이 재판매를 할 경제적인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며 “하지만 국내 환자들을 생각했을 때 공급 자체를 아예 끊는 것은 비판받을 지점이고 제조사의 공급 중지와 같은 사안에 대해 필수 치료재료를 확보하는 방안을 가지지 못한 정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박현정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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