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4 13:50
수정 : 2019.02.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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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 모현호스피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목숨>(2014년)의 한 장면. 고 김정자(가운데)씨는 10년 만에 장만한 새집으로 이사한 지 한 달 만에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여생을 위해 마련한 아파트에서 김씨는 가까운 이들과 마지막 집들이를 했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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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법 1년...60살이상이 의향서 작성자 65%
결정 이행자는 3만6000여명...59%가 암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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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 모현호스피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목숨>(2014년)의 한 장면. 고 김정자(가운데)씨는 10년 만에 장만한 새집으로 이사한 지 한 달 만에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여생을 위해 마련한 아파트에서 김씨는 가까운 이들과 마지막 집들이를 했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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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를 안하겠다는 문서를 작성하려고요.” 박아무개(70)씨는 “오랜 투병 끝에 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남편을 보면서, 연명의료는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연명의료’란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등을 통해 치료 효과 없이 생명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뜻하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자신이 나중에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더라도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를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부터 이른바 ‘존엄사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처음 시행된 이후에 박씨처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11만명을 넘어섰다고 14일 밝혔다. 작성자 가운데 84.6%(9만7539명)는 60살 이상이었다.
지난 3일까지 1년 동안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경우는 3만6224명에 달했다. 처음부터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이미 시행 중인 연명의료를 그만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복지부는 “연명의료 유보·중단이 환자의 사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으로부터 연명의료에 관한 의사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주요질환으로는 암(59.1%)이 가장 많았고, 호흡기질환(15.3%), 심장질환(5.8%), 뇌질환(5.4%)이 그 뒤를 이었다.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한 환자의 67.7%는 가족의 결정에 따른 경우였다. 법적으로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하거나, 가족 중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 본인 의사를 확인한 경우는 아직 32.3%에 그쳤다.
현재 전국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할 수 있는 곳은 290곳에 이른다. 오는 3월28일부터는 ‘연명의료’에 해당하는 의료 시술 대상에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기존 4가지 의료행위 뿐만 아니라 수혈, 심장이나 폐순환 장치(에크모·ECMO) 등의 다른 시술도 포함되도록 법이 바뀔 예정이다.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등 4가지로만 제한됐던 연명의료결정법의 말기 환자 대상질환 항목도 법에서 삭제돼, 모든 말기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한다. 말기 환자란, 암 등 질병에 걸린 후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증상이 점차 악화돼 담당 의사와 전문의가 수개월 이내에 숨질 지 모른다고 진단한 환자를 말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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