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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07 17:16 수정 : 2019.02.07 22:23

지난해 낸 수필집 ‘골든아워’서 윤 센터장 언급
“냉소적이었고 나를 비꼬았지만 진정성 느껴졌다”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TVKL0CJLdmk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지난 4일 오후 5시50분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됩니다.(검안의 1차 소견)

윤 센터장은 2012년 7월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된 뒤 국내 응급의료계 변화를 주도한 인물입니다. 응급의료 전용헬기와 권역외상센터 도입을 이끌어냈고, 재난·응급의료상황실 및 응급진료정보망 시스템 구축 등을 앞장서 이끌었습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지난해 10월 출간한 수필집 〈골든아워〉에서 책의 한 챕터를 윤 센터장 이야기에 할애했습니다.

이 센터장은 책에서 윤 센터장을 ‘출세에 무심한 채 응급의료 업무만을 보고 걸어온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가 보건복지부 내에서 응급의료 일만을 전담해 일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정부 내에서는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윤한덕은 중앙응급의료 센터를 묵묵히 이끌어왔다.”

“임상 의사로서 응급의료를 실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이 응급의료 전반에 대한 정책의 최후 보루라는 자의식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 외상의료 체계에 대해서도 설립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수많은 장애 요소에도 평정심을 잘 유지하여 나아갔고, 관계에서의 출세에는 무심한 채 응급의료 업무만을 보고 걸어왔다.”

자신에게 냉소적이었지만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일화도 책에 담았습니다.

“2008년 겨울, 윤 센터장을 찾아갔을 때, ‘지금 이국종 선생이 이렇게 밖에 나와 있는 동안에 아주대학교병원에 중증외상 환자가 갑자기 오면 누가 수술합니까’라고 물었다. 그가 나를 보자마자 던진 질문의 함의는 선명했다. ‘외상 외과를 한다는 놈이 밖에 이렇게 나와 있다는 것은 환자를 팽개쳐놓고 와 있다는 말 아니냐? 그게 아니면 환자는 보지도 않으면서 보는 것처럼 말하고 무슨 정책 사업이라도 하나 뜯어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였다.”

“그는 내내 냉소적이었으며 나를 조목조목 비꼬았다. 그럼에도 나는 신기하게도 그에게서 진정성을 느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외상센터 관련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나는 그 시기에 그를 종종 보았다.”

윤 센터장은 평소 응급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동료 의료인들이 껄끄러워하는 얘기도 응급의료 체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앞장서 주장하는 걸 마다하지 않았죠.

“‘119구급대원 등 응급구조사가 심전도를 제거하거나 탯줄을 자르면 실형을 살 수 있는 불합리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자신의 페이스북)

“닥터헬기 착륙장이 부족하다.”(지난해 10월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나와)

평소 심정지 환자 생존율 개선에 관심이 많았던 윤 센터장이 공교롭게도 급성 심장마비로 숨지자 주변의 안타까움은 더욱 큽니다.

“언젠가는 심쿵이(자동심장충격기)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부착되어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 남을 돕지 않으면 누구도 당신을 돕지 않게 됩니다. 당신이 할애하는 십여분이 누군가에게는 수십 년의 시간이 됩니다. 응급환자에게 이 기계를 사용하면 누구도 당신에게 배상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쓰러진 사람을 보면 적극적으로 도우십시오. 그로 인해 겪게 될 송사는 보건복지부가 책임지겠습니다”(2018년 10월26일 자신의 페이스북)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윤 센터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계에 말도 안 될 정도로 기여해온 영웅이자 버팀목이다. 어깻죽지가 떨어져나간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취재 이유진 이정규 기자

기획 김원철 기자

제작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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