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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1 09:33 수정 : 2018.11.21 21:03

복지부 ‘커뮤니티 케어’ 내년 6월 첫발
지자체 12곳 2년간 시범사업

성남 위례 공공실버주택 안에 위치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노인들. 정부는 2022년까지 노인 공공임대주택 4만호를 ‘케어안심주택’으로 지을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제공

노인들이 ‘요양병원·시설’ 대신에 ‘평소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돌봄 체계가 만들어진다. 2026년 한국은 만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국민 5명 중 1명꼴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 돌봄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생활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노인은 49만8천명(2016년 기준)에 이른다. ‘현대판 고려장’으로 전락한 요양시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노인 진료비,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는 노인들의 욕구 등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집이나 지역에서 노인들에게 주거, 의료·요양·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 기반을 초고령사회 진입 직전인 2025년까지 마련하겠다고 20일 발표했다. 내년 6월부터 12개 지방자치단체가 2년 동안 시범사업을 시행해 첫발을 뗀다. ‘커뮤니티 케어’란 노인·장애인 등이 평소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정책을 말한다. 영국, 일본 등에서는 지자체 중심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노인 맞춤형 주거 인프라를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2019~22년 신규로 공급되는 노인 공공임대주택 4만호를 건강·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에서 매우 가까운 ‘케어안심주택’으로 짓는다. 케어안심주택에는 자동 가스차단기, 동작감지센서 등이 설치된다. 노인 거주자가 많은 영구임대주택 14만호는 사회복지관과 연계를 높이기로 했다. 27만가구를 대상으로 집수리 사업도 시작한다. 화장실 사용이나 목욕 등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집에 미끄럼 방지 바닥재를 깔고 욕실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는 등의 사업이다. 지난해 노인들의 낙상 등 골절로 인한 의료비만 1조3천억원에 이르렀다.

내년부터 의사가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진료(왕진)도 실시한다. 현재 간호사가 노인의 만성질환, 생활습관 등을 관리해주는 방문건강 서비스는 저소득층 위주로 110만가구(125만명)한테만 제공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2025년까지 346만가구(약 390만명)로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입원했다가 퇴원한 노인, 홀몸노인 등이 대상이다. 다만 의사협회 등이 적정한 수가 보장 등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아울러 2022년까지 모든 시·군·구에 주민건강센터를 구축하고, 병원 2천곳에 ‘지역연계실’(사회복지팀)을 설치해 퇴원 환자에게 지역의 돌봄 서비스를 연결해준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돌봄을 받는 노인 인구를 전체의 8%(58만명)에서 2025년 11% 이상(약 120만명)으로 늘린다. 집에서 병원으로 이동하는 차량 서비스(병원모심택시), 집 문턱 제거 등을 장기요양보험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식사 배달, 안부 확인 등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새롭게 개발할 예정이다. 민관이 함께하는 ‘지역케어회의’도 운영한다. 민간 보건의료·사회복지기관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복지 공무원을 2022년까지 15만5천명 확충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 케어 모델을 발굴한 뒤 2022년까지 ‘(가칭)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법’을 제정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아동, 장애인 관련 커뮤니티 케어 계획도 차례로 내놓는다.

하지만 커뮤니티 케어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보건복지부는 중앙정부가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면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시행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히 보이지 않고, 상업화된 민간 돌봄 서비스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자칫 다양한 서비스만 잔뜩 열거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한국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 역시 “좀 더 큰 틀에서 지방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지방분권이 이뤄지고 지역 주민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커뮤니티 케어가 안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건강보험, 지자체의 재정 부담 등을 어떻게 나눌지도 모호하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 예산 80억원은 지자체 12곳에 각 6억원 안팎을 지원하는 정도에 그친다. 보건복지부는 커뮤니티 케어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 총량 분석, 소요재정 추계 등은 연구를 통해 심층 검토하겠다며 후속 과제로 남겨뒀다.

세부 시행과제도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한 교수는 “의사의 왕진, 간호사의 방문간호, 물리치료사의 재활치료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에서 이를 지원하는 제도 개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영 영남대 교수는 “장기요양보험 1등급을 받은 와상 노인이 집에서는 하루 4시간 서비스밖에 받을 수 없어 24시간 돌봄이 제공되는 시설로 가야만 하는 게 현실”이라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노인의 삶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이런 제도가 안착되는 데에는 수십년이 걸렸다. 첫발을 뗀 커뮤니티 케어가 갈 길이 먼 이유다.

황예랑 박현정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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