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05 05:01
수정 : 2018.10.0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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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한겨레> 장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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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복지부·건보공단 압박
“공단 보유 진료내역·검진결과
개인이 보험사에 넘길 수 있게 해야”
보건의료 빅데이터 악용 우려
보험사 입맛 따라 가입 거부 가능
복지부 “과기부 제안 수용 계획 없다”
시민사회단체, 반대 운동 나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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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한겨레> 장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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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활성화 등을 명분 삼아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 정보’로 분류되는 건강정보까지 빗장을 풀어주는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 시민사회단체는 개인 건강정보가 민간 기업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는 ‘개인의료데이터 활용범위 구체화’가 규제혁신 방안의 하나로 꼽혔다. 바이오·헬스 산업에 활용할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보건복지부는 내년 상반기에 ‘건강정보의 보호 및 활용에 관한 법률’(가칭)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복지부는 민간 통신·보험사들이 운영 중인 건강관리 서비스와 의료행위 간 명확한 구분 기준도 제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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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에서 열린 8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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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정부는 개인의 건강정보를 몽땅 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등 민간으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한겨레>가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등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과기부는 최근 건보공단이 보유한 진료내역(개인 질병 정보)과 건강검진 결과 등을 가입자 개인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민간 보험사 등의 앱에 직접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복지부와 건보공단에 강하게 요구했다. 지금은 개인이 건보공단 누리집에서 최근 1년간의 진료내역이나 투약받은 약품명 등을 열람하거나, 건강검진 결과표 등을 내려받는 것만 가능했다. 건보공단이 보유한 건강검진 자료는 12억건에 이른다. 민간 보험사와 병원들은 개인의 건강정보를 활용해 질환 관리·예방을 하는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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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보건의료 데이터가 보험사로 넘어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예를 들어 ㄱ씨가 당뇨, 고혈압, 만성신장질환이 의심되어 병원을 찾았다. 건보공단이 보유한 진료내역에는 초진 때의 3가지 ‘질병 코드’가 표시된다. 몇달 뒤에 ㄱ씨는 당뇨만 확진되었지만, 고혈압과 만성신장질환도 기록이 남는다. 민간 보험사는 ‘건강보험 데이터 제공’을 보험 가입 조건으로 내걸어 보험 가입을 아예 거부하거나, 제공된 데이터를 토대로 이듬해 ㄱ씨를 건강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보험료를 할증할 수 있다. 건강검진 문진에 낙태 경험 등의 정보가 남아 있다가 유출되면 ‘사회적 낙인’이라는 피해를 볼 가능성도 존재한다. 건보공단 노동조합 관계자는 “일단 민간 보험사로 건강정보가 넘어간 뒤에는 공공이 통제권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협조요청을 한 적은 있지만 강압하진 않았다”며 “데이터 범위는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서 확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기부 제안을 받아들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발표한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에서 예고됐던 바다. 4차산업혁명위는 개인이 건강검진 결과를 스마트폰 헬스앱에 내려받아 심박수 등 각종 건강정보와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규제개혁’을 앞세우면서 정보의 범위를 건강검진 결과에서 건보공단 데이터 전반으로 확대하려 시도한 것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란?
: 진료, 건강검진, 치료, 운동, 보험급여 청구 등 의료·건강증진활동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양하고 가치있는 방대한 크기의 정보
문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둘러싼 논란이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복지부는 건보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 등 4곳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그동안 취약계층 건강권 연구, 지역별 건강 유해 요인과 같은 사회적 건강위험 연구 등 공익적 목적으로만 빅데이터를 활용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상업적 활용’을 우려하자,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정책심의위원회를 꾸려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규제 완화 흐름 속에서 복지부가 추진 중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에도 경고등이 켜졌다고 판단한다. 변혜진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위원은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보호’보다 ‘활용’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해 새로운 건강 데이터 관련 법률 제정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 등은 4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범국민 서명운동을 펴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백지상태에서 입법안을 논의하는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민간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판매하고, 다국적 의료통계회사가 약국 처방전 47억건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김재용 한양대 ‘건강과 사회 연구소’ 연구교수는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가 민간으로 한번 흘러나가기 시작하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며 “데이터 활용 목적을 ‘상업적 활용’이 아니라 ‘공공보건 역량 강화’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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