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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06 07:53 수정 : 2018.04.06 08:55

[김양중의 건강 이야기] 미세먼지, 눈에도 악영향

봄철 대표질환 알레르기성 결막염
꽃가루와 함께 주발병 요인에다
중금속·오염물질 포함돼 더 위험

가렵다고 비비면 각막에 상처
각막염 생기거나 시력 저하 불러

렌즈 쓰거나 안구건조증 있으면
이물질 자극 없게 특히 더 주의
일회용 인공눈물 등 눈 세척 필수
선글라스·보호안경 사용 바람직

미세먼지는 알레르기성 비염, 폐렴이나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나 폐암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나오는 날에는 미세먼지용 마스크 즉,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또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는 미세먼지 주의보 등이 나오면 외출을 삼가야 하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눈 건강을 해치는 데에는 사람들의 주의가 덜하다.

관련 전문의들은 미세먼지가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콘택트렌즈 착용자에게 건조감과 이물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물이 보통 사람들보다 적게 나오는 안구건조증을 겪는 이들은 먼지를 희석시키는 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욱 심한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있거나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잘 걸리는 이들은 미세먼지 주의보 등이 내려진 날에는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을 써야 하며, 가능하다면 고글이나 보호안경을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 알레르기성 결막염 발병 위험 높여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봄철에 많이 걸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2011~2015년 해마다 약 180만명이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으며, 특히 3~5월에 환자 수가 가장 많았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눈에 접촉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로 눈의 가려움증, 충혈, 이물감, 눈물 흘림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봄철에 주로 나타나는 이유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많아지기 때문인데, 대표적으로 꽃가루와 함께 미세먼지를 들 수 있다. 이밖에 황사나 집먼지, 음식물 등도 발병 위험 물질들이다. 특히 미세먼지는 눈을 비롯해 코, 입, 기관지 점막 등 공기와 만나는 조직에 들러붙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데,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 규소, 납, 카드뮴 등과 같은 중금속이나 질소 및 아황산가스와 같은 대기 오염 물질들이 미세먼지에 포함돼 있어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을 더 잘 일으키게 된다.

미세먼지로 인한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경우 눈꺼풀이 붓거나 눈이 가렵거나 이물감, 눈물 흘림, 충혈, 통증 등에 그칠 수 있지만, 드물게 각막염이나 이보다 심한 증상인 각막 궤양이 생길 수 있다. 이때에는 심한 통증이나 눈부심 및 시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경우 조기에 치료하면 알레르기 치료제와 인공눈물 등으로 1~2주 안에 대부분 좋아진다. 하지만 눈을 자꾸 만지고 비비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치료하지 않는 경우 염증이 심해져 흔치는 않지만 각막이 혼탁해져 시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안구건조증

눈물의 양이 부족해 눈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안구건조증 역시 연중 3월에 환자 수가 가장 많고 4월에도 세번째로 많다. 두번째로 많은 달은 에이컨 등을 많이 사용하는 8월이다. 봄철인 3~4월에 안구건조증으로 병원을 찾는 이유는 주로 황사나 미세먼지로 눈의 각막이나 결막이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상황이 비슷한데 미국 보건당국이 밝힌 바를 보면 미세먼지와 안개 등이 합쳐진 스모그가 발생하면 안구건조증 환자가 최대 4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보면 안구건조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2014년 214만8천명에서 2016년에는 224만5천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성별로는 여성이 전체의 68%로 남성보다 많으며, 나이대별로는 50대가 가장 많고 이어 40대, 60대 순이다.

평소 안구건조증이 있는 환자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점이 많다. 우선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눈에 들어간 이물질이 렌즈 표면에 달라붙어 눈을 계속 자극하게 되므로 렌즈 착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물론 렌즈 세척 등에도 평소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라식, 라섹 등과 같은 근시교정술을 받은 경우에는 일시적인 안구건조증과 각막신경이상 등이 발생해 눈에 심한 이상과 증상이 생겨도 잘 느낄 수 없기 때문에 특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미세먼지로 인한 안구건조증의 경우, 이물감과 통증뿐만 아니라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눈 주변이 무거운 느낌이 들면서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오히려 눈물 분비가 평소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 선글라스나 보호안경 써야

보건용 마스크는 호흡기로 들어가는 미세먼지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미세먼지가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완벽히 차단하는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있거나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자주 걸리는 이들은 미세먼지 주의보 또는 경보가 내려지면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 것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한다면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만약 렌즈를 사용할 경우에는 외출 뒤 바로 렌즈를 빼서 세척해야 한다. 렌즈에 먼지가 끼어 흠집을 내거나 각막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예 일회용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권고된다.

평소 시력이 나쁘지 않아 안경을 착용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마스크와 함께 선글라스, 고글, 보호안경 등을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연숙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안구건조증 등 안과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보호안경 처방을 하면 약 70% 정도에서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외출 뒤 귀가하면 손을 반드시 씻어야 하며, 오염된 손으로 눈을 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눈이 가렵다고 비비면 알레르기성 염증이 더 심해지고 각막에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차가운 인공눈물로 눈을 세척해주는 것이 가려움증 해소에 좋다. 또 깨끗한 수건에 찬물을 적시거나 얼음을 감싸 냉찜질을 해주는 것도 가려움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안구건조증을 느낄 경우 평소보다 더 인공눈물을 자주 쓰되, 이때 자주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일회용 무방부제 인공눈물을 점안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가습기로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해 바이러스나 먼지가 대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가라앉히는 것이 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종종 눈의 충혈을 줄일 목적으로 사용하는 안약 중에는 오랜 기간 사용할 경우 녹내장, 백내장과 같은 질환 발생이나 각막 세포의 상처가 회복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한 뒤에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전연숙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 김경남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 송상률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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