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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20 11:37 수정 : 2018.03.20 12:00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설 연휴 선배를 만나고 돌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에서 열려 바닥에 고인을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 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한목소리로 간호사 안 가혹 행위인 `태움' 문화 근절을 촉구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찰 내사 종결에 반박
“죽음 전 남긴 메모와 소송 검색 기록 등 반영 안돼”
“말로 이뤄지는 ‘태움’, CCTV만으론 알기 어려워” 주장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설 연휴 선배를 만나고 돌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에서 열려 바닥에 고인을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 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한목소리로 간호사 안 가혹 행위인 `태움' 문화 근절을 촉구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병원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아산병원 고 박선욱 간호사 사건에 대해 경찰이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내사를 종결하자 박 간호사의 유족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박 간호사의 유족 쪽은 20일 “경찰 수사가 충실히 진행되었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박 간호사는 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박 간호사의 유족과 남자친구는 죽음의 배경에 병원 내 ‘태움’(‘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간호사 간 괴롭힘을 가리키는 은어)이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유족은 신규 간호사가 중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서울아산병원이 충분한 교육을 하지 않은 점, 박 간호사의 실수를 두고 담당 주치의의 폭언이 있었고 이후 수간호사 등 간호 관리자들의 적절한 대처가 없었다는 점 등에 대해 간호사연대를 통해 문제 제기했다.

간호사연대를 통해 밝힌 입장을 종합하면 유족은 “경찰 조사 결과, 박 간호사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업무에 대한 압박을 호소하는 메모를 남긴 뒤에도 소송에 대해 무려 36번이나 검색을 해보고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며 “경찰 수사에서 이러한 정황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병원 쪽의 진술만 듣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하는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몸에 수많은 관을 연결하고 있는 중환자의 체위를 변경할 때 독립한 지 3개월을 갓 넘긴 신규 간호사가 선배 간호사도 아닌 조무원과 단둘이 업무를 하게 한 것도 병원 쪽의 과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족을 돕고 있는 간호사연대의 최원영 간호사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찰은 병원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병원에는) 환자 보호 등을 이유로 복도 등 일부 구역에만 CCTV가 있다”며 “‘태움’을 마치 ‘집단 린치’처럼 폭행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태움’은 말로, 특정 상황을 두고 괴롭히는 것으로 CCTV에 드러나기 어렵다. CCTV에 담기는 건 정말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도 서울아산병원 쪽의 충분한 협조가 없었고, 경찰이 “수사 종결에 동의해달라”고 유족을 독촉했다고 밝혔다. 최 간호사는 “유족은 형사처벌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박 간호사를) 자살까지 몰고 간 상황과 경위 만이라도 알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 송파경찰서는 참고인 조사 등을 벌인 결과, 박 간호사의 죽음과 병원 내 괴롭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내사를 종결했다. 경찰은 유족과 남자친구, 동료 간호사 등 모두 1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박 간호사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병원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등을 분석한 뒤 직장 동료들의 폭행·강압 등 직접적인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간호사연대는 박 간호사의 사망과 관련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오는 24일 오후 6시 서울아산병원 인근 성내천 육교에서 박 간호사에 대한 추모집회를 열 계획이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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