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 전면 시행땐 의료계 혼란 우려
환자가 사전에 자신의 의향 밝히도록 해야
관련 전문가들 “호스피스 완화의료 강화 시급”
석달간의 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 기간에 존엄사를 택해 숨진 환자는 모두 43명으로 나타났다. 의료분야 전문가들은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환자 및 가족의 많은 관심이 충분히 확인된 만큼, 연명의료결정법 본격 시행 이후 의료 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혼란에 대해 정부가 충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6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23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석달 동안 시행된 시범사업 결과 통계를 공개했다. 그 결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보고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9370건, 연명의료계획서는 94건이었다. 특히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뒤 죽음을 앞둔 임종기 환자가 합법적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아예 받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경우는 43건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시범사업 기간 작성된 사전연명의향서나 연명계획서에 대해 어떤 국민들이 어떤 상태에서 작성했으며, 의사와의 상담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 구체적인 분석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 주 공개할 예정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한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미리 작성하지 않은 환자나 그 가족이 연명의료를 중단해 달라거나 받지 않겠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며 “현재는 대상이 아닌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중단 또는 유보하면, 해당 의료인한테 3년 이하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는데, 의사들이 이를 두려워해 의료현장에서 큰 혼란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는 권고안을 통해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를 유보 또는 중단한 의료인의 처벌은 1년 유예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한 경우 호스피스 완화의료 등 말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가 필요한데도 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명의료 분야 전문가인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연명의료를 중단한다고 해서 말기 환자한테 아무런 의료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기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 지역 기반 호스피스 시설 확대, 호스피스 완화의료 이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더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가 됐을 때를 가정해,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등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행위(연명의료)를 받을지 말지에 관한 자신의 의사를 미리 밝힌 문서. 의료기관이나 복지단체 등 법이 지정한 곳에서 작성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 의사가 말기 또는 임종기 환자와 상담해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 놓은 문서.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가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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