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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를 맞고 있는 아이.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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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WHO, 유행 예상 바이러스 3개 선정해 예방접종 권고
A형 예측 맞았지만, B형 예측 실패
B형은 미미한 감기 수준…‘백신불일치’라고 보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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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를 맞고 있는 아이.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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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환자 한 달 사이 7배 급증…A형·B형 동시 유행 이례적’
오늘(5일) 아침 주요 뉴스입니다. 최근 병원마다 독감 환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보건당국도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4주차의 전국 외래환자를 조사해보니, 1000명 가운데 53.6명이 독감 의심 환자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전인 1000명당 7.7명에 견줘 7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올해 독감에는 ‘이례적’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등장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불안에 떠는 이들을 위해
‘더(The) 친절한 기자들’이 독감 바이러스의 세계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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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구조. A형 독감은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데이즈(N)의 조합에 따라 이론적으로 144종의 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다. 자료 <이일하 교수의 생물학 산책>, 이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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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 조합은 144가지
독감이 감기와 다르다는 건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감기는 200여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인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죠.
독감 바이러스는 유전자의 구조나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크게 A형과 B형, C형 3가지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사람에게 감염되는 건 A형과 B형입니다. A형은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데이즈(N)에 따라 다시 여러 종류로 나뉘죠. H의 종류는 16가지, N의 종류는 9가지인데, 이들이 조합돼 다양한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예를 들면, H1N1, H3N2 이런 조합이 이뤄진다는 거죠. 계산해보면, 이론적으론 A형 바이러스만 144개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N1·N2와 H1·H2·H3가 사람의 독감과 관련돼 있습니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또 다른 바이러스인 B형은 간단합니다. 최초 검출된 지역의 이름을 딴 빅토리아형과 야마가타형 2가지로 구분되죠. 보통 겨울에 A형 독감이 지나가고 나면, 봄에 B형 독감이 유행하는데 올해는 초겨울임에도 A형과 B형이 함께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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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중구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환자 진료대기실에서 진료를 받으려는 모녀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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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 유행하는 바이러스 어떻게 찍나
보건·위생 분야의 국제적인 협력을 위해 1948년에 설립된 유엔 전문기구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그 해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상해 발표합니다. 북반구와 남반구를 나눠 발표하는데, 한국이 포함된 북반구는 2월에 발표하죠.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매년 2월 초에 발표한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올 겨울 북반구에 유행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이러스를 보면,
A형은 H1N1과 H3N, B형은 빅토리아형이었습니다. 백신 회사들은 이에 맞춰 독감 예방주사를 생산했겠죠? 올해 예방주사를 맞으신 분들은 이 3가지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지게 된 겁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어떻게 세계 보건기구는 A형 144가지 가운데 2가지를 골라내는 걸까요?
지구는 크게 북반구와 남반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두 지역은 계절이 반대죠.
북반구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는 전년 겨울을 겪었던 남반구의 유행 추이를 반영해 결정됩니다. 즉, 2017년 12월부터 2018년 2월 정도까지 이어질 이번 겨울 북반구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는 2017년 2월 발표되는데, 그 기준이 되는 계절은 남반구의 2016년 6월부터 8월 정도까지 이어진 겨울인 겁니다. 표준실험실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들을 토대로 세계보건기구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권고를 하는 거죠. 보통 A형 2개, B형 1개를 골라 발표합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예측은 100% 일치할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가까운 예로 2015년 홍콩의 경우, 독감으로 291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이 가운데 204명이 숨졌는데요. 당시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유행 예상 바이러스와 홍콩 내 발생한 독감의 바이러스가 불일치했던게 한 가지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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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스페인 독감’ 환자를 격리 수용한 미국 캔자스주의 임시병동.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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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바이러스 가운데서도 강력한 것은 A형입니다. 1918년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이 숨진 스페인 독감(H1N1), 1957년 미국에서만 7만 명이 숨진 아시아 독감(H2N2), 1968년 전 세계적으로 75만 명의 사망자를 낳은 홍콩독감(H3N2)은 모두 A형 이었습니다. 가장 최근 한국에서 80여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H1N1) 역시 A형입니다.
올해 다행히
A형 백신의 경우 세계보건기구의 예상이 일치했습니다. 다만 B형의 경우 빅토리아형을 예측했는데, 야마가타형도 검출됐다고 하네요. 다행히 B형 독감은 A형과 달리 증상이 비교적 가볍게 지나간다고 하니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3가 백신과 4가 백신의 차이는?
올 겨울 세계보건기구의 B형 독감 바이러스 예측이 어긋나면서, 일각에서는 4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3가 백신은 A형 2개와 B형 1개의 바이러스주를 포함하고 있고, 4가 백신은 A형 2개와 B형 2개를 포함하고 있죠. 4가 백신은 모든 B형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겁니다. 정부는 3가 백신에 대해 무료 예방접종(만 6개월 이상 59개월 이하, 만 65살 이상)을 제공하고 있는데, 4가의 경우 개인이 돈을 부담하고 예방접종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4가 백신을 맞는 게 좋은 걸까요? 질병관리본부는 B형 독감의 경우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4가 백신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것은 3가지 바이러스주가 포함된 백신을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맞으라고 하는 것”이라며
“B형 독감의 경우 서로 ‘교차 보호’하기 때문에 건강한 대상자는 3가만으로도 예방효과가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교차 보호’란 B형 독감의 경우 빅토리아형이나 야마가타형 가운데 하나의 백신만 맞아도 다른 유형의 독감을 어느 정도 견제해준다는 말입니다.
독감 예방주사의 효력은 6개월 정도 지속됩니다. 주사를 맞고 2주 뒤부터 면역 항체가 생기니, 독감이 유행하기 전인 10월말까지는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습니다. 올해는 이미 늦었냐고요?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네요. 독감을 완벽하게 막진 못하더라도, 항체가 일부 형성되면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급증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고 합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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