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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4 17:21 수정 : 2005.02.24 17:21

패스트푸드점. 이정아 기자



[점검] ‘햄버거-콜라’ 비만주범 논쟁 보도의 전말

영화 <수퍼사이즈 미>에서 건강위협 주범으로 지목된 콜라와 햄버거 중 무엇이 유해한가?

일반화할 수 없는 개인적 경험을 ‘과학적 실험’이라며 들고나온 ‘무식함’과 검증없이 보도한 언론의 문제인가?

<연합뉴스>는 24일 “‘비만주범’ 놓고 패스트푸드업계-콜라업계 논쟁”기사를 내보내, 패스트푸드만 먹어도 콜라대신 녹차를 마신다면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한 개인의 실험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콜라업계가 반발하고 나섰고, 연합뉴스 보도에서 취재원으로 지목된 한 패스트푸드는 업체가 연관성을 부인했다.

<연합뉴스>는 24일, “서울 은평구의 손영철(34·작가)씨가 ‘슈퍼사이즈 미’와 마찬가지로 한달 동안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기본 식단으로 하되 콜라 등 탄산음료 대신 녹차만 마신 결과 체중이 1.6kg(체지방 0.7, 제지방 0.9킬로그램 증가) 늘어난 것 외에 실험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신적 불안증 등을 포함한 별다른 신체적, 정서적 이상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롯데리아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롯데리아는 이번 실험결과와 관련해 어떠한 자료나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롯데리아는 “실험에 참여했던 손씨가 우리쪽에 실험 결과를 알려왔으나, 신경쓰지 않았다”며 “<연합뉴스>의 보도는 손씨가 운영하는 카페를 통해 나온 것으로 보이며, 연합쪽에 기사 정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손씨 “햄버거와 콜라 대신 햄버거와 녹차는 아무 문제 없어” 실험 공개
“콜라에 포함된 설탕이 신체적·정신적 부작용 불러”

손씨가 운영하는 다음카페 ‘즐거운 육아, 상큼한 나들이’(http://cafe.daum.net/smilebabies)에 따르면, 그가 실험에 참여한 이유는 패스트푸드 문제를 좀 더 분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했다. 그는 스펄록 감독이나 윤광용씨(한국판 슈퍼사이즈미 실험한 환경운동가)가 했던 실험상황을 되짚어봤을 때 다른 음식보다 콜라가 가장 큰 문제였고 위험물질이라고 판단했다.

손씨는 국내 유명 패스트푸드사의 햄버거와 감자튀김류를 기본 식단으로 구성하되 콜라 등 소프트 음료수 대신 녹차만을 마시며 1월10일부터 30일간 비슷한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이상 무’였다. 윤광용 간사가 실험을 중단해야 했던 일차적 원인을 제공한 간 수치(GPT)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실험을 시작할 때쯤 51IU/l로 비정상 수치를 보이던 간 수치가 한달 뒤 36IU/l으로 낮아지는 기현상을 보였다. 간 수치는 정상 범위인 4~43 IU/l를 벗어나면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며, 수치가 높아질수록 간염과 지방간, 간암 등의 질병이 의심된다. 손씨의 경우는 특히 체중이 1.6kg(체지방 0.7, 제지방 0.9킬로그램 증가) 늘어난 것 외에 실험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신적 불안증 등을 포함한 별다른 신체적, 정서적 이상 징후도 느끼지 못했다.

손씨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콜라에 포함된 설탕의 유해성을 지적했다. 그는 “스펄록 감독이 한 달 동안 섭취한 콜라의 양은 하루 3리터가 넘으며, 섭취한 설탕량만도 11.4kg이나 된다”며 “내가 집에서 혼자 쌀을 먹으면 10kg짜리 쌀을 한달도 넘게 먹는데 11.4kg의 설탕을 한 달만에 먹었다는 말은 한달 동안 밥그릇에 밥대신 설탕만 수북히 쌓아놓고 먹었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실험 기간 동안 윤광용씨가 섭취한 설탕도 각설탕으로 1080개에 해당한다. 손씨는 “콜라의 열량을 모두 소모하려면 마라톤 풀코스 10번을 뛰는 정도의 운동을 해야 한다”며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설탕의 하루 적정 섭취량이 27g임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많은 양의 콜라를 마시고도 죽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주장했다.

코카콜라, 강북삼성병원 “과학적 근거 없는 ‘넌센스’” 일축

이에 대해 한국코카콜라 김미경 이사는 “실험의 과학적, 객관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실험의 순수성도 의심스럽다”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콜라의 설탕이 부작용을 일으킨 것처럼 발표했지만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뭐가 있냐”며 “한 기업이 개인이 실험한 내용을 검증절차 없이 보도한 것 자체가 우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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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송씨의 진료를 담당했던 주치의도 같은 날 강북삼성병원 웹페이지에 해명글을 올려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퍼사이즈미-녹차 인체실험은 넌센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임상시험의 기본조차 갖추지 않은 일반인의 호기심이 객관적인 사실인 양 매체에 보도돼 매우 당혹스럽다”며 “마치 우리 할아버지가 하루 담배를 3갑이나 피우시는데 90살까지 장수했다는 사실을 가지고 ‘담배를 하루 3갑 피우면 장수한다’라는 논리를 전개하는 것과 같으며, 검사결과를 객관적 사실로 호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 호기심에서 끝날 일을 당사자가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면 스스로 실험을 진행한 당사자의 의도나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당사자의 뜻과 무관하게 이 내용이 기사화된 것이라면 언론에서도 내용의 객관성과 그 파급성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며 “기사에 나온 실험에서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는 이 실험의 객관적 근거를 뒷받침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 실험과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유태우 교수 “실험이라 할 수 없고…‘콜라유해성 녹차가 상쇄’ 주장 안되는 소리”

유태우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도 “비교대상인 대조군 없이 한 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가지고 객관적 사실인 양 일반화하는 오류는 피해야 한다”며 “녹차의 효능에 대한 명확한 임상실험 결과는 아직까지 없었다. 몸 상태에 따라 영양소의 균형을 맞춰가며 적당량의 음식을 먹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실험은 실험이라고 할 수도 없으며, 실험결과 역시 손씨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라며 “‘콜라의 유해성을 녹차가 대신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편 롯데리아 마케팅팀의 남익우 팀장은 논란과 관련해 “‘수퍼사이즈미 실험의 유해성이 햄버거 아닌 콜라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을 담은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한 적이 없으며, 이와 관련한 실험을 하거나 실험을 의뢰한 적도 없다”며 “단지, <연합>쪽에서 실험에 참여한 손씨가 롯데리아 햄버거를 주로 먹었다는 점을 착안해 우리 쪽에서 자료를 낸 것처럼 보도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강북삼성병원 해명 자료] 수퍼사이즈미-녹차 인체실험은 넌센스

%%990003%% 강북삼성병원에서 송씨 신료를 담당했던 의사입니다. 먼저 임상시험의 기본조차 갖추지 않은 일반인의 호기심이 ‘객관적인 사실’인 양 매체에 보도되어 매우 당혹스럽습니다.

우선 이번 일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와는 전혀 관계 없이 한 외래 환자의 녹차사업에 걸린 개인적인 관심으로 출발한 것임을 밝힙니다. 본인이 검사해줄 것을 요구하여 검사를 시행하였으나 이 결과를 가지고 녹차의 효능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내릴 수 없음을 외래를 방문하는 기간동안 누차 강조하였으며 본인도 이에 동의하였고 개인의 호기심 때문이지 다른 목적은 아니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북삼성병원이 마치 이 개인적 체험 결과에 대해 ‘객관적 근거를 인정해 준’ 듯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기사가 나온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학적 사실이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객관적 근거’가 필수적입니다. 한 개인의 체험이 객관화될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마치 우리 할아버지가 하루 담배를 3갑이나 피우시는데 90세까지 장수했다는 사실을 가지고 담배를 하루 3갑 피우면 장수한다라는 논리를 전개한다면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겠지요.

과학적 실험에서는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체하기 위해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합니다. 실험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객관적 자료를 얻는 ‘비뚤림’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대상자 수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녹차를 마시지 않고 실험하는 그룹, 녹차와 동일한 색깔과 맛을 가지고 있지만 녹차의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가짜 녹차(이를 위약이라고 합니다)로 실험하는 그룹 등이 무작위로 배정되어야 적어도 하나의 가설로 ‘객관적 사실’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를 ‘객관적 사실’로 호도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검사 결과의 수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해석과 판단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끝날 일을 당사자가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면 스스로 실험을 진행한 당사자의 의도나 순수성을 의시할 수밖에 없고 당사자의 뜻과 무관하게 이 내용이 기사화된 것이라면 언론분야에서도 내용의 객관성과 그 파급성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된다고 판단됩니다.

다시 한번 이 기사에 나온 실험에서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는 이 실험의 객관적 근거를 뒷받침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 실험과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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