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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9 18:12 수정 : 2006.05.10 14:21

폐암 수술을 하고도 은행 지점장으로 승진한 김성석 외환은행 구로지점장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 병과 친구하기■ 폐암극복한 김성식씨 /

“담배도 안 하고 술도 안해 폐암에 걸리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는데, 직장에서 매년 한차례씩 실시하는 정기 건강검진 덕분에 폐암을 조기발견했어요.”

외환은행에서 31년째 일하고 있는 김성석(52) 구로지점장(소매금융 담당)은 홀수년에는 회사에서 건강검진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하는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짝수년에는 건강보험에서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2년에 한차례씩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아왔다.

그에게 폐암을 1기 상태에서 발견하는 행운을 안겨준 건 짝수년이었다. 지난 2002년 6월에 실시된 직장검진에서 간촬로 찍은 작은 크기의 흉부 방사선 사진에서 왼쪽 폐 아래쪽에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금연가인 그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회사 의무실에서 자주 연락해 정밀검진을 받아볼 것을 종용하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의무실의 집요함에 ‘굴복’한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직촬로 큰 크기의 흉부 방사선 사진을 찍었지만 폐암 여부를 정확하게 가려낼 수 없어, 저선량 컴퓨터 단층촬영(시티)을 해야 했다. 방사선 조사량을 일반 시티 보다 적게 해서 찍는 저선량 시티는 폐암 조기발견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시티 예약환자가 2~3개월 가량 밀려 있어 방사선과 전문 개업의한테 가서 저선량 시티를 찍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결과도 양성종양일 확률 80%, 악성종양(암)일 확률 20%로 나와 폐암을 확진하는데 실패했다.


최종적으로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폐내시경, 폐활량 검사, 폐조직 검사 등 폐와 관련된 모든 검사를 한 결과 폐조직 검사에서 100% 암으로 확진되었다. 왼쪽 폐 아래쪽에서 직경 2.5㎝의 악성종양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암흑 속에 파묻혀 아무런 느낌이 없는 진공상태”에 빠져들었지만 “그것이 내 잘못이든 외부 환경 탓이든 암을 극복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비장한 각오로 수술 수속을 밟았다. 그리고 폐암을 발견한지 두 달만인 8월8일, 6시간에 걸친 폐암수술을 받았지만 가래뱉기, 폐활량을 키우는 훈련, 병실 복도 걷기 등을 열심히 해 수술 일주일만에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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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끝에 은행지점장 승진하고 국내 최초 환우회까지 꾸려

“폐암을 발견했을 때 암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항암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또 초기 폐암도 대동맥, 큰 신경, 심장 가까운 곳에 있을 경우에는 수술이 어렵다고 해요. 수술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운이 좋은거지요.” 하지만 그에게 폐암 발견 직전 6개월간 상황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당시 신월동지점에서 기업금융 담당이었는데 대출규모 3위 기업이 부도가 난 데 이어, 4위 기업은 업주가 고의로 부도를 내고 도망갔다. 지점장 승진 경쟁에서 밀려나는 순간이었다.

“당시 스트레스가 말도 못하게 컸던 것 같아요. 2001년 종합건강검진 때의 흉부 방사선사진은 완전 정상이었는데, 일년 뒤 검진에서는 폐암이 발견되었으니까요.”

폐암수술 뒤 6개월간의 ‘체력 단련 휴가’를 보내고 2003년 2월 신림동지점으로 복직한 그는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면서 “소심한 성격을 탈피해 말도 많이 하고 유머가 넘치도록 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신림동 지점은 강서 본부에서 외환카드 발급실적 1위를 차지하고, 소매 금융 그랑프리를 수상해, 2004년 2월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그렇지만 신월동 지점에서의 나쁜 성적은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최근 5년간의 근무성적을 기준으로 구조 조정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2004년 10월 특수영업팀으로 발령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외환카드 신규회원을 확보하는 영업을 택해 열심히 일함으로써 특수영업팀의 지점장급 60여명 가운데 가장 먼저 보직을 받아 구로지점장이 되었다. 그는 직장 일뿐만 아니라 폐암환자들을 돕는 일에도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2004년 5월부터 인터넷 다음에서 ‘폐암 함께 극복합시다’ 카페 운영자로 활동하면서 폐암 환자 및 가족들에게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상담까지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폐암환우회인 가칭 ‘숨소리회’ 출범 준비를 하고 있다. “병원 의료진은 수술하고 항암치료하는 것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요. 의사한테 상담을 제대로 받지 못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환자들도 많아요. 숨소리회는 폐암 환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위로하는 따뜻한 모임을 지향할 겁니다.” 글 안영진 , 사진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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