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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6 14:30 수정 : 2005.02.16 14:30

혈액형이 다르면 그림의 내용도 달라진다?‘혈액형 심리법’을 도입한 한 어린이집에서 A혈액형 표시를 옷깃에 단 어린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진수 기자



일본에선 혈액형관련 1년간 방송프로그램 50개… ‘아에라’ 한국비판

최근 개봉된 영화 〈B형 남자친구〉로 인해 ‘혈액형 인간학’ 이 화제가 되고 있다. 혈액형 성격학의 과학성 여부에 대한 검증은 15일자 기사 ▷“[분석] 전문가들은 ‘혈액형 성격학’을 어떻게 보나”에서 살펴본 바와 같지만, 한국보다 혈액형 성격학이 사회적 맹위를 떨치는 곳은 일본이다. 한국에서 화제가 된 혈액형 성격학도 일본 언론이 소개한 것을 옮겨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B형을 이지메하지마’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혈액형 성격학의 허실을 다루기도 했다. 도쿄에서 연수중인 <한겨레> 김도형 기자가 한국의 혈액형 성격학 관심은 일본 모방이라는 분석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혈액형별로 나눠 도시락을 만들게 한다. 반찬 위에 밥을 올려놓는 AB형, 친구들과 짝을 지어 도시락을 만드는 O형, 좋아하는 반찬만을 집어넣는 B형의 아이들이 클로즈업된다.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관계에 관한 속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에서도 그대로 입증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민방의 지난해말 프로그램 내용은 지금껏 본 일본 방송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혈액형 관련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NHK와 민방이 만든 ‘방송윤리프로그램 향상기구’(BSO)에 따르면 혈액형을 다룬 프로그램은 지난해 4월부터 50개 이상이라고 한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시시때때로 ‘남성이 결혼하고 싶은 여성의 혈액형 1위는 A형’ ‘여성이 결혼하고 싶은 남성 1위는 O형’ 등 순위 붙이기부터 ‘한국 인기 배우는 모두 O형’이라고 소개하거나 연예인을 혈액형별로 나눠 행동을 관찰하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혈액형에 관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얼마전 개봉한 이동건, 한지혜 주연의 , 김현정의 노래 등 한국의 대중문화에서 혈액형 소재 붐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일본 언론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얼마전 아사히신문이 펴내는 시사잡지 <아에라>는 ‘B형을 이지메하지마’라는 제목으로 자세히 소개하며 한국에서 일고 있는 혈액형 성격진단의 뿌리는 사실 일본 번역본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혈액형 붐의 폐해를 추적했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분류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혈액형 진단의 영향력을 통해 일본사회의 한 단면을 엿볼 수도 있는 듯하다. 실제 어느 일본 20대 여성은 “조건도 좋고 성격도 싹싹하지만 B형이어서 A형인 우리 하고는 맞지 않다”고 A형인 남자친구 부모로부터 결혼승낙을 얻지 못했고, 주위에서 A형 아니면 O형으로 여겨졌던 여대생이 실제는 B형이라고 A형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한 순간 “역시 자기 멋대로라고 생각했다. 나는 B형하고는 맞지 않는다”며 절교 선언을 당하기도 했다.

집단적 의식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하고,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동질성에 삶의 무게중심이 실려 있는 일본사회의 속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일본 민방에서 혈액형 관련 소재가 넘쳐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혈액형 분류 붐은 또 다른 일본문화 따라하기의 변종일지도 모른다.

도쿄/ <한겨레> 김도형 기자

*위 글은 격주간 ’스카이라이프’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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