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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5 17:00 수정 : 2005.02.15 17:00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 허둥지둥 고생했던 일은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열은 병원문이 닫힌 뒤에 잘 생겨 더욱 당황스럽다. 여러 번 겪은 부모라도 아이의 고열은 겁부터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열은 그 자체로는 병이 아니며 우리 몸에 나쁜 것도 아니다. 체온이 높아지면 병균도 맥을 추지 못해 병이 더 빨리 낫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열이 너무 심하면 아이가 힘들어 하고 자칫 열성 경련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열을 잘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열이 나면 첫 번째 할 일은 체온계로 열을 재는 것이다. 열은 정도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므로 고열이 난다는 심증보다는 몇 도까지 올라갔냐는 물증이 필요하다. 또 열은 항상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열이 심한 것 같으면 바로 재서 확인해 둬야 한다. 체온계의 경우 수은 체온계는 정확하기는 하나 깨졌을 때 수은 중독의 위험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대신 귀고막 체온계와 디지털 체온계는 안전할 뿐더러 정확성도 뒤떨어지지 않으므로 이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체온계로 38도 이상이면 열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때 태어난지 세 달 이하의 아이라면 해열제를 먹이지 말고 바로 의사의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3~6달 아이가 38.9도 이상이면 멀쩡해 보이더라도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또 두 돌 이하의 아이는 하루만 열이 나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아이의 열이 그다지 높지 않다면 옷을 가볍게 입히고, 물을 충분히 먹이고, 편하게 쉬도록 해 주면 좋다. 환기는 잘 시키고, 방 온도는 24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열을 떨어뜨리는 데는 해열제도 도움이 된다. 부작용 때문에 꺼리는 부모들이 많으나,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열을 1.0~1.5도 정도 떨어뜨릴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일단 아무리 안전한 해열제라도 만 2살 이전의 아이라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부모들은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해열제를 계속 먹이는 경우도 있는데, 성분에 따라 일정한 시간마다 먹여야 한다. 흔히 쓰는 아세트아미노펜은 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둬야 하며, 하루에 5번을 넘겨서는 안 된다. 이부프로펜은 6시간 이상의 간격을 둬야 하고, 하루 4번 이하로 먹여야 한다. 또 만 여섯 달 이전의 아이나 복통, 설사, 탈수 증상이 함께 있다면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스피린 성분의 약은 일반적으로 해열제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한편 해열제는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이가 토하거나 약을 거부할 때는 좌약을 쓰기도 한다. 좌약도 먹는 약과 마찬가지로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계속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해열제를 쓴 뒤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3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 주면 도움이 된다. 이 때 물수건을 덮어 주면 오히려 열이 더 올라가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하며, 물에 알코올을 섞거나 찬물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하거나 몸을 떨면 바로 중지해야 한다. 너무 조급하게 열을 떨어뜨리려다가는 오히려 열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조치에도 열이 지속되면 곧바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정유미 소아과 전문의 55452@hit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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