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6 13:52
수정 : 2019.09.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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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31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며 설악산에서부터 도보순례를 한 시민·환경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설악산 케이블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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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31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며 설악산에서부터 도보순례를 한 시민·환경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설악산 케이블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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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군 등에서 추진해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중단되게 됐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청장 박연재)은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부동의’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로 추진돼 끊임없는 갈등을 낳았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사실상 중단되게 됐다.
원주청은 “설악산의 자연환경과 생태경관, 생물 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설악산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위한 부대조건 이행방안 등을 검토한 결과,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원주청은 이런 검토 의견을 양양군에 이날 통보했다.
원주청이 부동의한 환경영향평가서는 지난 5월 양양군이 2년6개월 만에 보완해 제출한 것이다. 2016년 5차례 진행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에서 제기된 각종 문제와,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된 사항을 양양군이 보완하기로 한 것이었지만, 요구 사항 대부분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청은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 대해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7차례에 걸쳐 운영한 결과, 외부위원 12명 가운데 ‘부동의’ 4명, ‘보완 미흡’ 4명, ‘조건부 동의’ 4명으로 의견이 갈렸다고 밝혔다. ‘보완 미흡’이 보완서에 대한 부정적 평가임을 고려하면, 협의회 위원 과반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봐야한다.
원주청은 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국립생태원 등 전문 검토기관, 분야별 전문가들 역시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사업시행시 산양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가 쪼개지고(단편화), 보전가치 높은 식생이 훼손되며, 백두대간 핵심구역의 지형이 과도하게 변화하는 등의 환경 영향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설악산 오색약수터와 끝청 구간 3.5㎞를 케이블카로 연결하는 오색케이블카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설치 거리 2㎞에서 5㎞로 연장)로 시작돼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 차원의 비밀 대응팀까지 꾸려가며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를 조건부 통과시킨 바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원주청 결정에 관해 브리핑을 열어 “관계 부처와 강원도, 양양군 등과 함께 설악산 오색삭도 건설사업으로 인한 갈등의 장기화를 방지하고, 지역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지원 사업을 적극 발굴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수십년 간 지속돼 온 오색삭도 찬반 논쟁을 매듭짓고 강원도와 양양군의 지역발전방안을 마련할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민·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의 정인철 상황실장은 “스위스나 일본도 1980년대 이후 국립공원 내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며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위해 국립공원 같은 보호지역만이라도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는 국제적 흐름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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