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8 05:00
수정 : 2019.07.25 07:21
산 강과 죽은 강 ㅣ (상) 생명 돌아온 금강
부여군 ‘백제보 민관 거버넌스’ 구성
국비 120억원 받아 상시 개방 추진
공주는 한국당 중심 반대 정치공세
세종시·의회도 “보 철거 유보”
4대강 보 해체가 권고된 세종시와 공주시가 시 정부나 의회,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보 처리에 진통을 겪는 것과 달리 부여군은 ‘백제보 민관 거버넌스’를 구성해 농업용수 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보의 상시 개방을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
부여군은 백제보의 단계적 개방에 따른 지하수 수위 변화에 대비해 국비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부여도 금강 수계의 다른 지역처럼 4대강 사업 이후 악화된 수질로 몸살을 앓았다. 수막재배 외에 강물을 농사에 이용하지 않는 공주와 달리, 부여 지역의 일부 농민은 금강물을 끌어다 농사에 쓴다. 4대강 사업 뒤 백제보로 인해 강에 녹조가 창궐해도 금강물을 쓸 수밖에 없었다. 지역 농민들에겐 그만큼 강의 수질이 중요한 문제였다.
환경부의 보 개방 모니터링 사업이 시작되면 수질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2017년 11월 백제보를 부분 개방하자 금강의 수위와 인근 지하수 수위가 함께 내려갔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준설로 강바닥이 지하수보다 깊어졌기 때문이다. 지하수를 뽑아 농사에 활용하는 수막재배 농가가 냉해 피해를 봤고, 주민들은 보 개방에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에 따라 부여군은 지난해 7월 백제보 개방 민관 협의체를 꾸렸다. 그해 9월 관계 부처와 농민대책위원회 사이에서 ‘백제보 개방 대책 추진 업무협약’을 이끌어냈다. 국비 22억원을 투입해 피해 농가에 공용 지하수 관정을 신설한다는 내용이었다. 백제보 민관 협의체는 이에 더해 지난 2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백제보 상시 개방 계획이 발표되자 농업용수 공급 체계 개선을 위한 사업비 120억원을 국비로 지원해줄 것을 건의했다. 부여군은 지하수임시대책사업 대응팀을 구성해 오는 11월까지 사업을 차질 없이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보 개방의 필요성과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서 민관이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실리를 챙긴 사례다.
반면 같은 농촌 지역인 공주시의 분위기는 크게 다르다. 지난해 공주보를 완전 개방해 펄층이 그대로 드러날 만큼 금강 수위가 낮아진 상황에서도 공주에선 농가의 물 공급 관련 피해 신고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 2월 4대강 조사·평가위의 ‘공주보 부분 해체’ 권고안이 나온 직후부터 ‘보가 없으면 지하수가 고갈돼 농사를 못 짓는다’는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보 상부 다리를 그대로 유지한 ‘부분 해체’가 4대강위의 권고안인데도, 다리까지 철거하려 한다는 ‘가짜 뉴스’가 돌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당원과 공주 지역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가 꾸려졌고, 공주시의회는 ‘공주보 철거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최근엔 공주시새마을회가 새마을 지도자들을 상대로 ‘4대강 보 필요성’을 교육하고 관련 집회에 회원 참여를 독려한 일(<한겨레> 7월17일치 13면)까지 드러났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과 기초의회마저 ‘지역 민심’을 이유로 유보나 반대 의견으로 돌아서고 있다. 애초 7월 초로 예정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출범이 늦어지는 등 중앙정부가 4대강 문제 해결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도 이런 반대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의견을 내지 않았던 김정섭 공주시장은 지난달에야 공주보 철거 관련 공개 토론회와 설문조사를 하는 등 주민 여론 수렴을 시작했다.
금강이 도시를 관통해 흐르는 세종시 역시 시 정부와 시 의회 모두 ‘보 철거 유보’ 의견을 뒤늦게 공식화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 5월 언론 매체의 찬반 보도 횟수를 주민 여론의 근거로 삼아 세종보 철거에 대한 유보적 의견을 밝혔다. 지난 15일 서금택 세종시의장은 “2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세종보를 다시 비용을 들여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이라며 “세종보 해체는 일정 기간 결정을 유보하자”는 입장문을 냈다. “정부 결정에 반기를 든 게 아니라 신중히 논의하자는 취지”라지만, 한국당과 보수 매체들의 4대강 문제 해결 반대에 민주당이 다수인 지방 정부와 의회까지 휩쓸린 모습으로 해석됐다. 서 의장은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쪽 의견에 쏠리기보다 조금 더 충분한 논의를 통해 보 처리 방안을 생각해보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세종 공주 부여/최예린 박기용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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