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 유증기 사고 원인은 ‘공정 생략’

지난 17일 충남 서산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유증기 유출 사고 모습. 충남서북부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제공

31일 합동조사반 중간발표…주민 진료건수 2330건

지난 17일 충남 서산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유증기 유출 사고 모습. 충남서북부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제공

지난 17일과 18일 충남 서산 한화토탈 공장에서 발생한 대량의 유증기(기름 증기) 유출 사고의 원인이 대정비·보수 과정에서 애초 공정의 일부를 생략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합동조사반은 이 생략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사고로 인한 주민 진료 건수는 2330건에 달했다.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 관계기관(환경부·고용노동부·서산시) 합동조사반이 31일 중간발표한 내용을 보면, 사고가 있기 6일 전인 지난 11일 한화 쪽은 스티렌모노머(SM) 정제공정의 3번째 증류탑 하부에서 4번째 증류탑으로 공급되는 배관 밸브를 차단하고 4번째 증류탑을 운전하지 않았는데, 이 조처가 사고의 원인이었다. 스티렌모노머는 스티로폼 등 합성수지를 만들 때 원료로 쓰이는 인화성 액체물질로, 흡입하면 구토 또는 어지럼증, 피부 자극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정상적인 운전 과정에선 4번째 증류탑을 거치면서 스티렌모노머 성분이 15% 정도로 줄어드는데, 이 과정이 생략되면서 스티렌모노머 성분이 80~90%인 혼합 잔사유(남은 기름)가 저장탱크로 가게 됐다. 탱크는 내부 물질이 굳는 걸 방지하기 위해 평소 온도를 55~60℃로 유지하는데, 이렇게 6일간 보관되면서 탱크 내부에서 중합반응(작은 분자가 연속 결합해 큰 분자로 만들어지는 현상)이 일어났고, 갑자기 온도가 올라가면서 스티렌모노머가 증발해 폭발성 증기운을 형성했던 것으로 조사반은 분석했다. 조사반 관계자는 “공정 생략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 폭발에서 유출된 스티렌모노머는 97.5t이며, 사고 탱크 안에는 스티렌모노머 말고도 에틸벤젠, 알파메틸스티렌, 중합방지제, 중합지연제 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1군 발암물질인 벤젠 유출 여부에 대해선 사고 당일 사업장 부지경계와 대산읍 일대를 별도 조사한 결과 불검출됐고, 화학물질안전원에서 사고 탱크 잔재물을 분석하고 있다고 조사반은 밝혔다.

아울러 사고 이후 지난 29일까지 2330명이 서산의료원과 서산중앙병원, 대산정형외과 등을 찾아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진단서 발급이나 입원 사례는 없지만, 조사반 관계자는 “진단서를 취합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산의료원은 진료를 받은 주민의 소변 샘플 386건을 녹십자병원에 의뢰해 분석 중이다.

환경부는 이번 사고를 화학사고로 규정하고, 즉시 신고 규정 및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로 인한 화학사고 발생 규정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토탈 사업장 전반에 대해선 금강유역환경청과 서산합동방재센터에서 다음달 5일 이후 합동점검을 할 계획이다.

박기용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