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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5 05:00 수정 : 2019.03.15 21:30

변영웅씨는 혈액암 등 폐 이외 다른 신체에서 발생한 질환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26일부터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환경부 앞 17일째 노숙농성 하는 ‘옥시싹싹’ 피해자 변영웅씨
“정부가 피해 범위 넓히지 않으면 단식투쟁 들어갈 터”

변영웅씨는 혈액암 등 폐 이외 다른 신체에서 발생한 질환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26일부터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꼿꼿이 무리지어 선 생수병과 언제든 화끈하게 타오를 것 같은 버너, 그리고 그 옆의 코펠과 컵라면, 즉석밥, 나무젓가락, 도톰한 겨울침낭만 보면 변영웅씨의 텐트 내부는 여느 씩씩한 겨울 들살이족(캠퍼)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14일 찾은 그의 텐트 바로 뒤로는 울창한 숲이 아니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건물이 보인다. 쉰세살 변씨는 들살이족이 아니라 농성자다. 그의 텐트 앞에 내걸린 펼침막 글귀에 농성의 사연이 숨어 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혈액암 다발골수종 피해 인정과 전신질환 구제하라!”

화물차 운전 일을 하던 그가 가습기 살균제를 쓰기 시작한 건 1999년과 이듬해 딸과 아들이 잇따라 태어나면서부터다. ‘옥시싹싹 가습기당번’과 ‘가습기 메이트’를 사다 넣은 가습기를 본인은 물론 아이들 가까이에 항상 틀어놨다. 2010년 갑자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이유 없이 코피가 났고, 몸 어딘가에 멍이 들었다. 변씨는 이듬해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 변씨는 가습기 살균제를 쓰지 않았고 몸이 건강한 일란성 쌍둥이 동생에게서 골수를 기증받아 지난 8년간 2차례 이식수술을 했다. 척추가 계속 내려앉아 키가 8㎝가량 줄었다는 그는 “의사가 내게 ‘늙으면 곱사등이(척추장애인)가 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2016년 6월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신청을 했다. 아무런 말이 없던 정부는 23개월 뒤인 지난해 5월 탈락을 통보했다. 가습기 살균제와 혈액암의 연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만성비염에 시달리는 아들도 피해 인정을 받지 못했다. 변씨는 이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5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공개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옥시싹싹 28일(1일 6시간) 반복노출 흡입독성시험’ 보고서를 보면, 전반적인 장기 위축과 간세포 괴사, 뼈의 골수 조혈 부전 등이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변영웅씨가 14일 낮 정부서울청사 환경부 앞에 설치한 텐트농성장에서 정부가 왜 혈액암 등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정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 참사 특조위)가 공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100가구 실태조사에서도 피해자들은 각종 암과 신장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질환들을 호소했다. 그가 내건 펼침막의 “전신질환 구제”도 같은 얘기다. 변씨의 부인과 딸도 지난해 부인과 쪽 질병을 이유로 피해인정을 신청했다. 온가족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셈이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폐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손상을 준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혈액 질환이 살균제 노출과 연관될 가능성이 상당 부분 있다. 일정 기간 노출되면 암이 발생하는지 추적 조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이날로 17일째 농성 중인 변씨는 “정부가 피해 범위를 넓히지 않으면 조만간 단식투쟁에 들어가려 한다”고 했다.

세종/글·사진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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