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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4 11:27 수정 : 2019.03.14 21:34

2017년 8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6주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대회’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이 피해자결의문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가습기살균제 특조위, 국가기관 첫 실태조사
피해자들 폐 이외 다양한 건강피해 호소해
자살 시도도 11%로 일반 국민의 3.4배 달해
“정신피해, 사회적 고립 등 피해 포괄한
가습기살균제증후군 개념 도입” 제안

2017년 8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6주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대회’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이 피해자결의문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셋 중 두 명은 만성적인 울분 상태에 있으며 특히 그중 절반은 상태가 심각하다는 국가기관의 첫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기관은 현재 폐 관련 질환만 피해로 인정하는 정부의 깐깐한 질병 인정 기준을 대폭 넓혀 전체적인 신체 피해는 물론 피해자들의 사회적 고립까지 품어 안는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 개념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14일 서울 중구 사회적 참사 특조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 100가구를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매우 다양한 건강 피해를 호소했다. 성인 피해자의 63.5%는 비염 등 코와 관련한 질환을 호소했다. 결막염 등 눈 관련 질환(48.8%), 위염·궤양(42.4%), 피부질환(39.2%), 심혈관계 질환(29.6%) 등이 뒤를 이었다. 아동과 청소년 피해자의 9.6%는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 행동장애, 발달장애를 피해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천식, 폐 손상 등 폐 관련 질환만 가습기 살균제 연관성을 인정한다. 그 결과, 지난달 22일까지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이는 모두 6300명에 이르지만 피해 인정을 받은 이는 12.7%인 798명에 불과하다. 정부한테 피해 인정을 받진 못하고 가해 기업들이 내놓은 기금 지원 대상인 이른바 ‘특별구제’로 인정된 사례도 2010명(31.9%)에 그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기대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징후들도 포착됐다. “필요할 때 부탁할 수 있는 이웃의 수가 10명 이상”이라는 국민은 전체의 12%가량인 반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경우엔 7.1%에 불과했다. 성인 피해자의 57.5%가 우울과 의욕 저하에 시달렸고, 55.1%는 죄책감과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27.6%는 자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봤다는 이도 일반 국민의 3.4배에 이르는 11.0%나 됐다.

이처럼 정신건강 문제는 심각했다. 피해자 셋 중 둘(66.6%)은 만성적 울분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중 절반, 전체 피해자의 3분의 1은 심각한 울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일반인에 비해 2.27배 높은 수치다. 정부의 일 처리 속도에 대한 불만도 컸다. 피해자들이 피해 인정을 정부에 신청하고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6개월~1년이 35%, 1~2년이 31%에 달했다. 응답자의 82.3%는 “피해판정 결과 통보까지 걸린 시간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특조위는 현재 폐 관련 질환만 인정하는 정부의 태도를 바꾸어 폭넓게 피해를 인정하는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 개념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특조위는 “피해자에게서 폐 부위 외에 다른 다양한 병변이 확인되고 있어, 이제까지 국소적인 병변에 대한 구제에서 전신적인 병변을 포괄해야 한다”며 “단기 피해에서 중장기 피해, 2차 피해 등을 포괄하기 위해 꼭 필요할뿐더러 피해자들이 당한 정신적, 가족,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피해 전반을 드러내는 데 필요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특조위가 한국역학회에 의뢰해 지난해 12월까지 80여일간 피해 가정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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