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4 16:57
수정 : 2019.01.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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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북극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서 서식지 위기에 놓인 북극곰. 처치(캐나다)/남종영 기자 fan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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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의 파란하늘]
북극해빙 면적 감소 온난화 가속
영구동토층 녹으면 메탄 배출해
제트기류 약화 중위도 혹한 배가
대서양 해양 순환도 15% 약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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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북극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서 서식지 위기에 놓인 북극곰. 처치(캐나다)/남종영 기자 fan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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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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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위에 떠 있는 얼음인 해빙(바다얼음)은 북극과 남극에 있으며, 가장 남쪽으로는 겨울철에 서해 발해만에서도 발생한다. 해빙은 계절에 따라 그 크기가 변한다. 가을부터 해빙이 점점 커지고 봄부터 해빙이 녹아 그 둘레가 줄어든다. 현대인들은 허리둘레를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해빙은 그 둘레가 줄어들어 문제가 된다. 이는 지구가 위험해지고 있다는 신호이며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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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과 남극에서 1981~2010년 평균 해빙의 영역. 미국 국립 눈과 빙하 자료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에서 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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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은 바다 위에 얼음이 떠 있는 반면, 남극은 대륙 위에 얼음이 덮여 있다. 북극 해빙의 평균 두께는 2~3m이며 수온이 오르면 바닷물과 접촉하는 바닥부터 녹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여름이 끝나는 9월에 해빙이 가장 작아지는데 겨울철 면적의 3분의 1 정도는 남는다. 이 남아 있는 해빙 면적이 지구 온난화로 줄어들고 이것이 다시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반면 남극 대륙 주변 해양에서는 해빙 두께가 얇아 원래부터 여름철에 해빙이 적다. 그러므로 남극에서는 해빙 변화에 의한 기후변화가 북극에 비해 작다.
해빙은 해수면 에너지 교환에 영향을 준다. 눈으로 거의 덮여 있는 해빙은 지표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의 90%를 반사해 우주로 다시 내보낸다. 반면 바다는 어두운 표면이므로 햇빛을 90% 흡수한다. 이 상반된 작용이 기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해빙이 줄어들면, 햇빛을 더 적게 반사하고 더 많이 흡수하여 온난화를 증폭하는 것이다. 이를 얼음 반사 되먹임이라 한다.
해빙은 열전도율이 낮아서 차가운 대기와 따뜻한 해양 사이에서 열차폐막 역할을 한다. 즉 따뜻한 해양 열이 대기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줄어들면 차폐 효과가 약해져 북극 대기가 더욱더 따뜻해진다. 또한 북극 해양의 열은 대기를 따뜻하게 하는 것보다 주로 해빙을 녹이는 데 사용된다. 해빙이 있는 한, 여름철에도 해양이 약 0도로 유지된다. 그러나 해빙이 사라지면 해양 수온이 크게 상승한다. 수온이 0도보다 높아지면 북극권 해안의 영구 동토층이 녹아 온실가스인 메탄이 배출되어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여름철에 녹지 않은 해빙은 겨울에 더 커진다. 다년 해빙은 두꺼워 지구온난화에 더욱더 탄력적이다. 북극 해빙 영역이 가장 넓은 3월에 4년 이상 된 해빙이 1980년대에는 20% 이상을 차지했는데 2010년대에는 10% 이하로 줄어들었다. 9월 해빙 영역은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9년 이후 10년마다 약 13%씩 줄고 있다. 21세기 안에 해빙이 여름철 북극해에서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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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19일 북극 해빙 면적. 노란색 선은 1981~2010년의 9월 해빙 중앙값을 나타낸다. 미국 나사(NASA)와 국립 눈과 빙하 자료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에서 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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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이 녹는다고 해도 해수면을 상승시키지 못한다. 바다 위에 떠 있기 해빙은 그 부피와 무게가 이미 해수면 고도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라지는 해빙은 북반구에서 극단적인 날씨를 일으키므로 기후변화의 주요 지표이다.
북극 해빙은 중위도 날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를 변화시킬 수 있다. 북극과 저위도 사이의 기온 차이가 제트기류의 에너지원이다. 해빙 감소에 따라 북극 지역이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2~3배 더 따뜻해진다. 즉 지구 온난화는 남북 기온 차이를 작게 한다. 이로 인해 극지방을 감싸는 제트기류가 약화하여 따뜻한 공기가 북극권으로 밀려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남쪽으로 흘러 내려온다. 이것이 온난화되는 가운데에서도 북반구 중위도에서 비정상적인 추운 날씨를 경험하는 이유이다. 이와 함께 제트기류는 그 속도가 줄어들어 날씨 진행이 늦어진다. 여름철에 화창한 날이 지속하여 폭염이 될 수 있다.
해빙은 주로 순수한 물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염분이 배출되어 바닷물 밀도가 높아진다. 이 표층 바닷물이 심층으로 가라앉으면서 이를 메우기 위해 대서양 적도 부근의 따뜻한 표층 바닷물이 유럽을 향해 흐른다. 이 덕에 서유럽 사람들이 온난한 기후에 살아간다. 하지만 해빙과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염분이 낮아지면 북극 바닷물이 심해로 내려가는 힘이 약해진다. 20세기 중반 이후 대서양 해양 순환이 15% 정도 약해졌다. 이로 인한 해양 열 흐름의 변화가 북반구 기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북극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북극 해빙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철 한파와 여름철 폭염이라는 상반된 극한 날씨 현상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북극에서 일어나는 일이 북극에만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북극 해빙이 줄어드는 것보다 지금 내린 눈이 길에 쌓여 있는 것을 더 걱정한다. 하나는 전 지구적 재앙이며 다른 하나는 생활의 불편이다. 길에 쌓여 있는 눈을 당장 치워야 하는 것처럼 불확실성이 있다 해도 미래 경고에 당장 행동해야 한다. 잘못 짚은 낙관론의 결과는 비관론의 결과보다 훨씬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과학자
cch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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