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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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 연구
인도네시아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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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소금, 먹는물에서도 소량 검출
대부분 배출된다지만 유해성 경계
오염물질 독성효과에 대한 우려도
세계적으로 아직은 초기 연구단계 사실 세계 각지에서 여러 연구가 이뤄지면서 우리가 미세먼지처럼 미세플라스틱 역시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임이 드러났다.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소금에서도 검출됐다. 지난 10월 김승규 인천대 교수와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함께 조사에 나서 여섯 대륙 16개 나라에서 얻은 28가지 바닷소금을 분석했더니, 인도네시아 소금에선 무려 1㎏당 1만3629개 조각이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국내 3곳에서 생산된 바닷소금에서도 1㎏당 100~200개나 발견됐다.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대만,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천일염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이 높게 나타난다는 걸 밝혀내고 “아시아가 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지역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검출된 양이 적긴 했지만 먹는 물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환경부가 국내 정수장 24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3곳에서 1리터당 미세플라스틱이 0.05개 검출됐다. 국외 연구에선 꿀이나 맥주 등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보고도 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들이 가공이나 조리를 하는 과정에서 식품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 중의 미세플라스틱은 숨 쉴 때 몸속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주변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는 실태는 밝혀지고 있지만, 인체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끼치는지에 관해선 아직 연구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2016년 보고서를 보면,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 연구는 대체로 두 갈래로 다뤄지고 있다. 하나는 작은 크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영향이다. 아주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가 세포나 조직 안에 들어와 물리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50㎛(0.15㎜)보다 큰 조각은 위장관을 거쳐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이론적으로 1.5㎛보다 작은 것들은 몸속에 더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이 실제 인체에서 확인된 바는 없다. 지난 10월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은 “여러 모형의 실험을 해보았으나 미세플라스틱이 위장관에 유해하다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며 “인체에 축적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에 대해서도 새로운 발견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둘째 위협 요소는 플라스틱 제조 때 첨가된 화학물질이나 나중에 흡착된 유해물질이 인체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에서 누출돼 몸에 독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특히 먹이사슬을 통해 계속 전해지는 잔류성 오염물질(POP)은 많은 연구자가 눈여겨보는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심원준 해양과기원 남해연구소장은 “물에 사는 생물을 대상으로 한 독성 영향 실험 결과는 대략 40여편 논문에서 70여건이 보고됐지만 인체 위해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포유류 동물실험은 이제 두세편 논문이 나온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주병규 환경과학원 연구사는 “미세플라스틱을 정밀하게 검출하는 표준 기법이 아직 확립되지 못했으며 인체 영향에 관해서도 밝혀진 게 별로 없어 세계적으로 안전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미경 한국그린피스 플라스틱캠페인 팀장은 “인체 영향에 관해선 초기 연구 단계라 지켜봐야 하겠지만, 계속 늘어나는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에 대처해 폐기물 재활용 전략이 아니라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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