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29 15:01
수정 : 2018.08.30 10:47
장마는 한반도 주변 4대 기단의 합작품
한달 동안 정체전선 오르내리며 비 내려
8월말~9월초 2차 우기는 한국 고유 현상
“기간 짧고 변동 많아 장마 규정 어려워”
29일 오후 1시 현재 경기도 연천군 중면에는 전날부터 428.0㎜의 폭우가 쏟아졌다. 연간 강수량의 3분의 1이 이틀 사이에 내린 셈이다. 이웃한 포천군에는 최고 417.5㎜, 동두천시에는 287.5㎜, 파주시에서는 262.5㎜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강원 북부지역에서도 철원군 동송읍에 419.0㎜의 집중호우가 내리고 인제군에서는 최고 301.0㎜, 양구 259.5㎜, 춘천 221.0㎜의 강수량을 보였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북쪽에 저기압이 위치하면서 차가운 공기가 북서쪽에서 유입되고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덥고 습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정체전선이 형성돼 비가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기압은 반시계방향으로 공기를 이동시켜 찬 공기가 북서쪽에서 한반도로 내려오고,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공기를 이동시켜 남서쪽 바다의 습하고 더운 공기를 한반도로 밀어올린다는 설명이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28일 밤 서울 등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것은 발해만 북서쪽의 상층 한기가 발해만을 거쳐 서해를 지나 경기만 부근으로 매우 빠르게 접근하는 상태에서 황해도 해주 부근에서 중규모 고기압이 생성돼 강수대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저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런 기상 흐름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라 사후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8월말~9월초의 정체전선에 의한 강수는 8월 초·중순 폭염을 몰고오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는 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기압패턴이다. 장마와 유사하지만 발생 패턴과 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다. 기상청이 발간한 <장마백서>에서는 장마를 “동아시아 여름몬순 시스템의 일부로서 남쪽의 열대성기단과 북쪽에 한대성기단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여름철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강수시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중국은 메이유, 일본은 바이우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장마는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대륙성기단, 오호츠크해기단, 열대몬순 기압골, 북태평양고기압 등 4개 기단의 변화무쌍한 역학 관계 속에 빚어지는 현상이어서 매우 복잡다단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이나 일본과 또다른 점은 8월말에서 9월초 사이에 2차 우기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현재 지역에 따라 사나흘 지속되고 있는 강수가 이에 해당한다. 이를 놓고 기상학자들은 ‘가을장마’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기상청에서는 이 용어를 쓰기를 꺼려 한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 사이 근 한달 동안 지속되는 장마는 해마다 반복되는 기상 현상으로 기상청은 여러 요소들을 계측해 장마의 시작과 종료를 기록에 남긴다. 하지만 여름철 후반기 이후에 발생하는 강수는 지역에 따라 2~3일에서 길어야 일주일을 넘지 않고, 반드시 장마전선(정체전선)에 의한 것이 아닐 경우도 많아 특정한 기상용어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의 강수는 장마철에 내리는 비와 달리 이번 경우처럼 집중호우일 경우가 많다. 집중호우는 1950년대 일본 <아사히신문>에 처음 등장한 뒤 기상용어로 자리잡았다. 명확한 정의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시간당 30㎜ 이상 또는 하루 80㎜ 이상의 비가 내리거나 하루에 연강수량의 10%가 내릴 때를 가리킨다. 시간당 강수량의 역대 세계기록은 1819년 7월26일 미국 뉴욕주의 250㎜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8월6일 강화의 123.5㎜가 최고기록이다. 2위는 1942년 8월5일 서울의 118.6㎜이다. 둘 다 장마 기간이 아닌 점이 눈에 띈다. 2차 우기(가을장마)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것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는 그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남서류가 그만큼 수증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상태에서 북쪽에서 내려온 한기와 만나 비구름대를 형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장마철에는 강수량이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데 비해 2차 우기(가을장마) 시기에는 강수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화보]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