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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9 09:19 수정 : 2018.07.19 09:34

국립공원 안 공항 건설 조류충돌예방 관련 법규와 모순
흑산도 조류대체서식지 조성은 조류유인시설 금지 위배
지방공항 이용객 수 예측치 최대 26배 과대평가 사례도

20일 열리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안건인 국토교통부의 흑산공항 건설 계획이 항공기 탑승객은 물론 공항주변 주민의 안전과도 관련된 공항시설 법규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흑산공항은 국토부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안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 예리 일대에 건설하려는 활주로 길이 1160m의 소규모 공항으로, 국립공원위에서 사업안이 반영된 공원계획 변경안만 통과되면 건설이 가능해진다.

공항시설법 시행규칙과 국토부 고시 ‘조류 및 야생생물 충돌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을 보면, 공항에서 일정 거리까지는 조류를 유인할 수 있는 시설의 설치가 금지된다.양돈장, 과수원, 식품가공공장 등은 공항 표점(기준점) 3㎞ 안에는 허용되지 않고, 사냥금지구역, 조류보호구역, 음식물쓰레기처리장 등은 공항 표점에서 반경 8㎞까지 설치될 수 없다. 이착륙하는 항공기와 새의 충돌에 의한 항공사고를 막으려는 취지다.

흑산공항 건설은 이런 법규의 취지에 어긋난다. 공항을 조류 유인시설에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조류 유인시설 한 가운데 집어넣는 셈이기 때문이다. 섬 대부분이 공항 표점 반경 8㎞ 안에 들어가는 흑산도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핵심 경유지다.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 박종길 센터장은 “흑산도는 망망대해를 날아오다 지친 철새들이 재충전하기 위해 찾아오는 ‘휴게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 자체가 거대한 조류 유인시설과 같다는 얘기다.

국토부가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면서 조류 대체 서식지 6곳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공항시설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대체 서식지들이 모두 공항반경 8㎞ 이내의 조류 유인시설이 되기 때문이다. 공항 예정지 인근 쓰레기 처리시설과 섬 인근 양식시설 설치도 조류 유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공항 주변에 조류보호구역 설치를 금지한 취지를 따르자면 흑산도가 국립공원구역으로 유지되는 것도 문제다. 국립공원은 조류보호구역보다 더 엄격히 새를 포함한 야생생물을 보호해야 하는 지역이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대표는 “항공기 안전을 위해서는 희귀 야생조류라도 쫓아내야 하는 공항을 국립공원에 들어갈 수 있게 한 것부터 잘못됐다”며 “이런 모순을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2011년 10월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에 따라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고쳐 국립공원 안에 허용되는 공원시설에 ‘소규모 공항’을 추가해 흑산공항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흑산공항 건설 사업은 연간 60만명의 이용객 예측치와 이를 근거로 한 비용편익(B/C)비 4.38로 2013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의를 통과해 경제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받았다. 사업으로 발생할 총편익을 투입될 총비용으로 나눈 비용편익비는 1만 넘으면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지난 2월 환경부에 제출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계획(변경) 재보완서에서 이 비율을 1.9~2.8(중간 시나리오 2.12)까지 줄였으나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과대 평가됐다고 주장해왔다.

<한겨레>가 18일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등록된 일부 지방공항의 환경영향평가서와 한국공항공사 누리집의 공항별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공항 이용객 예측치와 실제 이용객 수를 비교해 본 결과, 환경단체 주장대로 국토부가 공항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용편익 분석의 기초인 이용객 예측치를 과다하게 잡는 것은 일반화돼 있었다.

무안공항 건설사업을 위한 1999년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국토부는 이용객 예측치로 2007년 219만5천명, 2010년 248만5천명, 2012년 253만9천명, 2020년 272만5천명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가 집계한 실제 이용객 수는 2007년은 예측치의 4.4%인 9만6천명, 2010년은 예측치의 8.1%인 10만명, 2012년은 예측치의 3.8%에 불과한 9만6천명이었다. 가장 최근인 2012년의 경우 예측 이용객이 실제 이용객보다 26배나 과다 산정돼 있었던 셈이다. 이용객을 많이 잡을수록 편익이 커져 비용편익비가 증가하게 된다.

여수공항 확장을 위해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시된 예측 이용객 수는 2001년 152만1천명, 2005년 198만3천명, 2010년 236만7천명이었다. 반면 공항공사가 집계한 같은 해 실제 이용객은 2001년과 2005년은 모두 61만8천명, 2010년은 65만7천명으로 예측치의 27.8~40.6%에 머물렀다. 뒤집어 보면 예측치가 2.5~3.6배 과다 평가됐다는 얘기다.

울산공항 이용객 예측치도 국토부가 공항 착륙대를 확장하기 위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2010년 125만9천명, 2013년 133만명, 2015년 139만3천명, 2017년 147만1천명으로 제시됐지만, 실제 이용객수는 35.6~77.9%에 그쳤다. 국토부가 3개 공항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시한 연도별 이용객 예측치가 실제 이용객 수보다 적게 산정된 사례는 전무했다.

최중기 인하대 명예교수는 “국토부가 처음 4.38로 잡았던 흑산공항의 비용편익비를 1.9까지 낮췄지만, 공항건설에 따른 경관훼손 등 국립공원 가치 상실, 관광객 유입으로 생기는 환경처리 비용 등은 여전히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 기상악화 등을 감안하지 않고 과다 산정된 공항 이용 수요까지 감안하면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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