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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04 18:49 수정 : 2018.06.06 20:03

【짬】 환경·생태 운동가 최병성 목사

경기도 용인시 지곡동 부아산 기슭에 들어서려던 유해화학물 취급업체 건물 공사를 막아낸 최병성 목사가 자택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재판 승소 인사’ 펼침막 앞에 서 있다. 사진 홍용덕 기자
“하나가 끝나면 하나가 이어지고…”

생태운동가로 최근 20여년간 여러 생태계 파괴에 맞서온 최병성(55) 목사는 이런 자신의 삶을 두고 “내가 원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1999년 자연 속에서 개신교 수도원 운동을 하고자 들어간 강원도 영월군 서강에서 그는 쓰레기종합처리장 건설 문제를 만났다. 주민과 함께 1년 7개월의 싸움 끝에 쓰레기처리장 건설을 막아내면서 ‘서강 지킴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경험은 이명박 대통령 때 추진된 4대강 반대 운동으로 그를 이끌었다. 전국을 돌며 300회 강연을 했다. 그가 쓴 책 <강은 살아 있다>는 ‘4대강 사업 반대 교과서’로 인정받았다.

강원 영월의 ‘서강 지킴이’가 최근 경기 용인 ‘부아산 지킴이’로 주목받고 있다. 한 건설화학기업체에게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됐던 최 목사는 2년 5개월의 긴 재판 끝에 지난달 24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 선고가 내려지던 날, 법정을 찾은 50여명의 마을 주민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고 서로 껴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4년 동안 부아산을 지켜온 최 목사를 지난달 28일 용인시 지곡동 부아산 기슭의 한 아파트에서 만났다.

1999년 영월 쓰레기처리장 막아내며
수도원 운동하려다 ‘서강지킴이’로
‘4대강 반대’ 300회 전국 돌며 강연

2014년 이사해 용인 부아산지킴이로
콘크리트 연구업체 신축 저지 앞장
업체 형사고발 2년5개월만에 ‘승소’

그는 2014년 4월 강원도 생활을 접고 용인으로 집을 옮겼다. 전국 강연이 잦아 수도권 지역 거처를 찾은 것이다. 8개월이 지난 2015년 1월 초, 마을에는 아파트에서 60여m 거리의 부아산에 연구소가 들어온다는 말이 돌았다. 지곡초등교와는 담 하나 사이였다. 주민들이 환경운동가로 이름이 알려진 그를 찾아왔다.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라는데 괜찮은가요?”

건설화학 소재업체가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연구소 신축을 본격화하자 주민들의 불안은 커졌다. 콘크리트 혼화제는 콘크리트의 다양한 기능 강화를 위해 메타 아크릴산 등의 각종 화학물질을 섞어 쓰는데 이들 물질은 실내 공기 질 악화의 주범임에도 제조기준은 커녕 인체 안전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어떻게 유해화학물질을 쓰는 연구소가 초등교와 아파트 코앞에 들어서나요.” 최 목사는 주민들과 함께 각종 건축 인허가 자료 수집에 나섰고 마침내 ‘연구소 건축 인허가 과정의 3대 거짓’을 찾아냈다. 건축이 어려운 보전산지에서 건축허가를 받으려고 교육연구시설로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업체가 경사도는 물론 학교와의 이격거리를 속였다고 했다. 사업지 식생을 일일이 조사한 주민들은 사업지를 벗어난 엉뚱한 곳에서 지역 조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등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함도 확인했다.

주민들은 또 연구소 설계도면을 입수 분석해 ‘폐수가 없다’는 업체의 말이 거짓임을 밝혀내고 용인시에 이를 근거로 건축허가취소를 요구했다. 버티던 용인시도 결국 2016년 4월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하지만 업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경기도에 용인시의 건축허가취소를 다시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냈고 도는 ‘한 번만 현장 조사라도 해달라’는 주민 요구를 외면한 채 업체 손을 들어주었다. 공사는 재개됐고 주민들은 경기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서강이나 4대강처럼 전국 이슈도 아닌 그냥 동네 산 하나인 데라는 시각에다 용인의 여러 막개발 중 하나라는 생각들이 있다 보니 4년 내내 주민들이 외롭게 싸우고 수십억대 민·형사 소송을 당해도 언론의 관심은커녕 시민단체 지원도 없었어요.” 최 목사는 자신도 그렇지만 평생 싸움 한번 해본 적 없는 주민들의 마음고생이 컸다고 했다. 업체는 ‘주민들과 함께 위력으로 공사를 방해하고, 해당 연구소가 발암성 물질로 혼화제를 제작 개발하고 환경영향평가서를 허위로 조작해 공사 허가를 받아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그를 고소했고 검찰은 최 목사와 주민 2명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업체는 또 최 목사에게 4억2700만원을 청구한 것을 비롯해 50여명의 주민에게 19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재정 압박도 이어갔다.

최 목사는 “제가 국정농단 사범인가요? 징역 5년씩이나…”라며 웃었다. “고발하고 협박하면 주민들이 무서워서 포기할 줄 알았겠죠.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이 걸린 문제고 주민들이 연구소 인허가의 진실을 안 이상 절대로 굽히지 않았죠.”

그는 이번 판결은 업체가 주민에게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던 잘못을 지적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런 싸움에서 주민들은 늘 정보나 조직력, 자금이 부족하잖아요. 그런데 주민이 각종 자료를 성실하게 검토해 주민 판단과 다른 부분에 대해 사업자에게 의문을 제시하면 사업자 역시 주민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이번에 판시한 것은 이름 없이 동네 생태를 지키려 애쓰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소식이죠.”

오는 여름께 행정소송 선고를 앞둔 그는 매일 아침 19층 아파트 옥상에 오른다. 망원렌즈 카메라로 공사현장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옥상에서 공사현장을 바라보던 그는 “지난 4년은 거짓과의 싸움이었다. 법이 살아 있다면 우리가 꼭 이길 것”이라고 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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