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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7 11:47 수정 : 2019.11.27 13:29

유엔환경계획(UNEP)이 해마다 발간하는 2019 배출량 간극 보고서는 선진 20개국 중 넷 제로 감축 목표를 제출한 곳은 4개 국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유엔 ‘2019년 배출량 간극 보고서’ 발간
‘순 제로’ 목표 EU·영·프·이탈리아만 제출
한국 등 7개국에는 “더 많은 노력” 촉구

유엔환경계획(UNEP)이 해마다 발간하는 2019 배출량 간극 보고서는 선진 20개국 중 넷 제로 감축 목표를 제출한 곳은 4개 국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려면 현재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5배 더 쏟아야 함에도 한국을 포함한 선진 20개국(G20) 가운데 ‘넷 제로’(Net Zero) 감축 목표를 제시한 국가는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최근 발간한 <2019년 배출량 간극 보고서>(Emission Gap Report 2019)를 보면, 주요 선진 20개국 가운데 탄소 온실가스 배출 중립을 이루는 ‘넷 제로’ 목표 시점과 계획을 제출한 국가는 유럽연합,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4개 국가뿐이다.

보고서는 선진 20개국 가운데 특히 한국, 일본,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7개 국가는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한 2019 배출량 간극 보고서 표치. UNEP 제공

보고서는 모든 국가가 현재 제출한 감축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지구는 2100까지 2배 이상 온난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자인 나라일수록 배출가스 감축을 충분히 신속하게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환경계획의 2019 배출량 간극 보고서는 지난 25일 세계기상기구(WMO)의 이산화탄소 농도 보고서 발간에 이어 발표됐다.  유엔환경계획은 국가감축공약(NDC) 이행 때 예상되는 배출량 수준과 지구온도 2도 이내 상승 억제 목표에 맞춘 전지구 배출량 수준의 격차를 산정해 2000년부터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

보고서는 “배출량 간극 산정 결과는 아주 절망적”이라는 상당히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세계 국가들이 총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억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1.5%씩 증가해왔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55기가톤 이산화탄소 상당량(GtCO₂e)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이 상황이라면 지구는 금세기말 3.2도가 상승한다.

온실가스 다량 배출 국가의 배출량 추이.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한 2019 배출량 간극 보고서

바로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기온이 1.5도만 상승해도 지구상의 인류와 동식물에 큰 타격을 줄이라고 경고했다. IPCC는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10년 동안 해마다 7.6%의 배출가스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잉거 앤더슨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우리는 기후변화에 조기에 충분한 대응을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다음 10년 동안 7%가 넘는 배출가스 감축을 해야 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히 부자 나라들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선진 20개국은 모든 배출가스의 78%에 책임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넷 제로’ 목표를 제출한 국가는 유럽연합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4개 국가뿐이다. 한국과 일본,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7개 국가는 좀더 많은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브라질의 경우 감축 계획은 최근 산림개발 증가 경향이 반영돼 수정됐다. 인도, 러시아, 터키 등 3개 국가는 자신들의 목표를 15%나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애초 목표 자체가 너무 낮게 설정됐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사우디 아라비아, 인도네시아 3개국은 목표 달성을 이룰지, 실패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국가로 분류됐다.

현재 정책에 따라 감축 목표나 국가감축공약을 달성할 수 있는 국가로 평가된 곳은 중국, 유럽연합, 멕시코 등 3곳뿐이다.

유엔환경계획은 대부분 국가들이 감축 목표를 상향조정하지 않으면 1.5도 목표는 상당히 어긋날 것이라고 밝혔다. 앤더슨 사무총장은 “가능하면 2020년에 배출 감축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좀더 강력한 국가감축공약이 경제와 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시작할 수 있다”며 “우리는 (배출 감축을) 게을리했던 햇수 만큼 따라잡을 필요가 있다. 이것을 하지 못하면 1.5도 목표는 2030년 이전에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선진 20개국에 대해 국가별로 특정한 행동을 요구했다.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대도시에서 좀더 많은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독려할 것, 중국은 최근 보고서들이 우려하는 새로운 석탄화력발전 설립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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