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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3 03:00 수정 : 2019.10.03 14:39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전쟁을 벌이면 최대 1억2500만명이 사망한다는 추정 연구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연구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분석논문
분쟁 중인 두 나라 250kt 핵무기 사용하면
폭발로 인한 화재로 엄청난 탄소 확산
온도 2~5도 떨어뜨려 강수량 30% 줄고
생물 생산성 급감해 대규모 기아 발생
“국지전쟁 그치지 않고 전 지구에 재앙”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전쟁을 벌이면 최대 1억2500만명이 사망한다는 추정 연구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잦은 군사적 충돌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핵전쟁이 벌어질 경우 최대 1억25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또 그 여파로 생물권 생산성이 급감해 전 세계에 대규모 기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럿거스대와 콜로라도대 공동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일(현지시각) 치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2025년 핵전쟁을 벌여 각각 150kt(킬로톤)과 100kt의 핵폭탄을 상대방 도시에 떨어뜨리면 최소 5000만명에서 최대 1억25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대류권 상층과 성층권 하층에 확산하는 스모크 양을 최신 인구 통계와 히로시마 핵폭탄 투하 때의 화재 발생 지역에 대한 관측 기록을 근거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또 핵폭발 뒤 기후와 바이오매스(순일차생산량)는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 뒤 기후변화를 추정하는 데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예측모델로 계산했다.

그 결과 핵전쟁으로 인한 도시 화재는 수주일 안에 1600만~3600만t의 검댕(블랙카본)을 대기에 확산시키고, 이 블랙카본은 태양복사를 흡수해 공기를 데워 스모크의 상승 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블랙카본은 태양광이 지구에 도달하는 양을 20~35% 줄어들게 해 지표면 온도는 2~5도 내려간다. 이는 강수량을 15~30%까지 감소시키고 이로 말미암아 바이오매스와 같은 식물 저장 에너지를 육지에서는 15~30%, 해양에서는 5~15%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재앙은 대규모 기아를 발생시킬 것이다. 이 모든 영향이 회복되는 데는 스모크가 대기 상층권에서 오래 머물기 때문에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나면 지구의 생물 생산성은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그림은 전쟁 발발 2년 뒤 지역별 생물 생산성 변화를 보여준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논문 공동저자인 브라이언 툰 콜로라도대 대기와 우주물리연구소 교수는 “인도와 파키스탄 전쟁은 세계의 사망률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다”며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는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오랜 군사적 충돌과 현재 진행되는 핵무기 경쟁 때문에 이런 시나리오를 연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국가는 현재 140~1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데, 200~205개까지 늘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두 국가 사이의 재래식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연구팀은 군사와 정책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2025년에 전쟁이 발발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카슈미르 국경에서 수차례 전쟁을 겪어온 두 이웃 국가는 2025년까지 400~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규모 전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인도는 헌법을 개정해 오랜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지방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권리를 박탈했다. 인도는 곧바로 카슈미르에 군대를 진군시켰고, 파키스탄은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논문의 시나리오에는 파키스탄이 선제공격을 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연구팀은 파키스탄이 인도보다 먼저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누가 먼저 전쟁을 일으키든지 결과는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부편집장인 킵 호지스는 “이웃한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 악화는 남부 아시아를, 나아가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핵전쟁이 지역 차원의 재앙이 아니라 전 지구 차원의 재앙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호지스는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논문 공동저자인 앨런 로보크 미국 럿거스대 환경과학과 석좌교수도 “현재 9개 국가가 1만4천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과 인도만이 지금도 핵무기를 증강하고 있다”며 “두 국가 사이에, 특히 인도 북서부의 카슈미르 지역에서 불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핵전쟁의 결과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위중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수십 년 동안 핵실험을 해오지 않아 이들의 핵무기 위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없지만 핵폭탄 하나가 70만명을 사망케 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대다수의 사람은 직접적인 폭발에 의해서가 아니라 폭발에 의한 화재로 사망할 것으로 분석했다. 툰 교수는 “히로시마의 경우를 보면 잔해가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잔해는 폭발에 의한 것이 아니라 화재로 인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냉전의 종식이 세계 핵전쟁의 위험을 제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로보크 교수는 “핵무기는 우발적으로 또는 해킹에 의하거나 공황에 빠지거나 정신 나간 지도자에 의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런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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