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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17 17:21 수정 : 2019.09.17 17:24

페루 안데스산맥의 2000m 고지에 있는 구애장소에 앉아 있는 안데스 바위새. 덴마크 코펜하겐대 제공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사이언스’ 훔볼트 탄생 250돌 헌정 논문
생물종 85% 육지의 25%인 산에서 기원
좁은 산악지대에 다양한 기후 존재하고
해양판 융기로 형성된 지리 조건 합쳐져
‘종분화 폭포수’의 풍요로운 환경 만들어

페루 안데스산맥의 2000m 고지에 있는 구애장소에 앉아 있는 안데스 바위새. 덴마크 코펜하겐대 제공
현대 생태학의 창시자이자 자연지리학의 시조로 불리는 독일 과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1769년 9월14일에 태어났다. 그는 1799년부터 5년 동안 남아메리카대륙 안데스산맥 8000㎞를 탐사하며 다양한 생물과 지리에 관한 수많은 관찰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무엇이 지구의 생물을 다양하게 만들었는지는 과학자들에게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훔볼트 탄생 250주년을 기려, 세계 산악지대 생물다양성의 유형, 특히 열대지방 산악지대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에 대한 논평 논문(리뷰) 두 편이 과학저널 <사이언스> 14일치에 실렸다.

논문들은 산악지대에서 발견된 생물다양성이 기존의 가설들이 제시해왔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임에 주목했다. 두 논문의 주저자인 덴마크 코펜하겐대 카르스텐 라베크 교수는 “지구 생물다양성은 열대지방 산악지대의 아주 풍요로운 환경에서 발생했다는 증거가 있지만 현 기후에 근거한 기존 생물다양성 모델들이 이 풍요로움에 대해 왜 그런지 설명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생물다양성의 기원을 밝히는 일은 도전적인 과제다”라고 말했다. 산악지대는 지구 육지의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양서류, 조류, 포유류의 모든 종의 85% 이상이 이곳에서 기원했으며 이들 가운데 많은 종들은 오직 산악지대에서만 발견된다.

지구의 생물다양성 분포도(척추동물). 산악지대는 남극을 제외한 세계 육지의 25%에 불과함에도 생물다양성의 85% 이상이 산악지대에서 기원했음을 보여준다. ‘사이언스’ 제공
왜 산들이 생물학적으로 다양할 수 있는지를 풀기 위해 코페하겐대 글로브연구소 산하 ‘거시생태학, 진화 및 기후연구센터’(CMEC) 연구원들은 거시생태학, 진화생물학, 지구과학, 지질학 등 각 독립 분야의 지식과 데이터를 통합했다. CMEC 연구원들은 영국 옥스포드대와 큐 왕립식물원, 미국 코네티컷대 등과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해답의 일부를 들쭉날쭉한 적도 산악지대의 날씨가 온화한 저지대 지역과 비교해 복잡성과 다양성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찾았다. 아주 복잡다기한 산악 기후가 산악지대의 다양성을 발현시키고 발전시키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공동 연구자인 마이클 K. 보어가드는 “사람들은 산악 기후가 매우 황량하고 가혹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큰 종 다양성을 보이는 안데스산맥 북부지역은 비교적 좁은 지역에서 세계 모든 기후 유형의 거의 절반이 존재한다. 면적으로는 12배 이상 큰 인근의 아마존 지대보다 기후 유형이 더 다양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보어가드는 또 “열대지방 산악지대는 비옥하고 습한 적도 저지대에서 시작해 북극에서 발견되는 기후조건에 이르기까지의 연평균기온 분포를 불과 몇 ㎞ 지역 안에서 보이고 있다. 이런 기온 분포는 적도의 열대 저지대에서 극 주변의 북극지역에 이르기까지 1만㎞ 지역에서 발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악지대의 높은 생물다양성의 또다른 원인은 산악 형성 과정의 지질학적 역동성과 연관돼 있다. 기후의 복잡한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이 지질학적 과정은 진화의 진행에 풍부한 기회를 제공한다.

라베크 교수는 “전지구 생물다양성 유형들은 산악 생물다양성이 과거 진화 역사의 산증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매우 복잡한 환경과 지질 유형을 가진 산들은 고대 생물종들이 생명의 나무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했으며 또한 저지대와 비교해 훨씬 많은 새로운 종들이 잉태될 수 있도록 했다. 설령 그 저지대가 아마존 밀림처럼 뛰어난 생물다양성을 품고 있는 지역일지라도 산악지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산악지대의 풍요로움에 대한 또다른 설명은 지질학과 생물학의 상호작용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높은 생물다양성은 기반암 지질학과 연계가 깊은 대다수 열대 산악지대, 특히 고대 해양 지각판이 융기된 산악지대에서 발견된다. 연구팀은 지질운동과 생물다양성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해양 기반암에서 형성된 토양을 지닌 열대 산악지대들이 수목들의 지역별 적응형질 변화를 촉진하는 독특한 환경 조건을 만들어냈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수목들이 이런 평범하지 않은 토양을 견뎌내도록 한 적응력이 ‘종분화의 폭포수’(한 그룹의 종분화가 다른 그룹의 종분화를 이끌어내는 것)가 가능하도록 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는 동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서 궁극적으로 지구 생물다양성의 모든 유형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라베크 교수는 “우리 논문은 훔볼트 업적을 확인하는 증언이다. 그의 업적은 생명의 확산을 결정하는 원리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진화시켰다. 우리의 연구는 수백년 전에 이뤄진 훔볼트의 업적 어깨 위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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