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1 02:59
수정 : 2019.06.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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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스위스 공동연구팀이 분실 지갑을 이용해 40개국 시민을 대상으로 정직성과 사적 이익의 균형 분석을 위한 실험을 했다.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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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국 대상 ‘잃어버린 지갑 찾아주기’ 실험
돈 많이 들어 있을수록 돌려주는 비율 높아
“다른 사람들한테 도둑으로 비치기 싫어서”
‘사익이 행동 이끈다’는 경제논리 뒤집어
덴마크·스웨덴 가장 양심적 집단으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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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스위스 공동연구팀이 분실 지갑을 이용해 40개국 시민을 대상으로 정직성과 사적 이익의 균형 분석을 위한 실험을 했다.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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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스위스 공동연구팀이 세계 40개국에서 ‘잃어버린 지갑 찾아주기’ 실험을 한 결과 대부분 국가에서 돈이 많을수록 지갑을 돌려주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유를 “다른 사람한테 도둑으로 비치기 싫어서”라고 해석했다.
미국 미시건대와 유타대, 스위스 취리히대 공동연구팀은 20일(현지시각) “세계 40개 국가 355개 도시에서 호텔, 병원, 문화 관련 기관, 우체국 등 공공기관과 민영회사 사람들을 대상으로 분실 지갑을 돌려주는지 현장 실험을 했다. 애초 기대한 것과 반대로 돈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지갑을 돌려주는 비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이날치에 실렸다.
연구팀은 돈이 들어 있지 않은 지갑과 13.45달러(USD)에 해당하는 돈이 들어 있는 지갑으로 실험을 했다. 미국과 영국, 폴란드에서는 94.15달러가 든 지갑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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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국 가운데 38개국에서 돈이 없는 경우보다 돈이 든 지갑을 더 많이 돌려줬다.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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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정직은 계약이나 세금 등과 관련된 것으로 경제 발달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또 사회 관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정직은 개인적인 이익 곧 사익과 종종 충돌한다”고 말했다.
앨레인 코언 미시간대 정보학과 교수 등 연구팀은 정직과 사익 사이의 균형을 좀더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분실물’을 획득한 사람들이 정직을 택하는 동기를 없애보려 했다. 연구팀은 40개국에서 모두 1만7303개의 지갑을 사용해 실험을 했다. 지갑에는 돈만이 아니라 열쇠, 명함 등을 함께 넣었고, 거리에 떨어뜨리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사람들한테 분실 지갑이라면서 건네주는 방식을 택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이 지갑에 돈이 많을수록 챙기려는 의도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40개국 가운데 38개국에서 시민들은 돈이 없는 경우보다 있는 경우에 더 많이 지갑을 돌려줬다. 돈이 없을 때보다 돈이 있을 때 돌려주는 비율은 51%에 이르렀다. 지갑에 돈이 더 두둑히 들어 있을 때 돌려주는 비율은 72%로 뛰었다. 40개국 가운데 반대의 경우는 2개국이지만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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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돌려주는 비율은 높아졌다.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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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성 비율 측정 실험 결과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사익보다는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일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물론 이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고려해 더 많은 돈이 든 지갑을 더 잘 돌려줬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셸 안드레 바레칼 취리히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한테 도둑으로 비치지 않으려는 심리적 동력이 경제적인 동력보다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한 열쇠와 명함 등 몇가지 추가 도구들을 사용했다. 열쇠가 함께 들어 있을 경우 돌려주는 비율이 지갑만 있을 때보다 더 높았다. 연구팀은 추가 도구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을 걱정해서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이미지 때문에도 지갑을 돌려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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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나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한 것과 달리 돈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지갑을 돌려주는 비율이 높았다.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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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결과는 돈이 증가할수록 반환 비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일반 대중이나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을 뒤집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오직 개인적 이익이 행위를 이끈다는 고전적 경제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올바른 일을 하고자 하는 심리가 사람들의 행동을 이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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