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1 14:15
수정 : 2019.05.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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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같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전환해 지구 온난화를 막는 방책을 제시했다. 스탠퍼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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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 온난화 기여 이산화탄소의 84배
다공성 물질 제올라이트 촉매로 활용
메탄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탈바꿈하면
축구장만한 장치로 연 수십억원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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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같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전환해 지구 온난화를 막는 방책을 제시했다. 스탠퍼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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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이 온실가스를 다른 온실가스로 탈바꿈시켜 기후변화를 막는 묘책을 내놓았다.
미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에 기여도가 가장 큰 온실가스인 메탄을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작은 이산화탄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러티>(Nature Sustainability) 20일(현지시각)치에 게재한 논문에서 제안했다. 인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에 배출시킨다는 연구팀의 발상은 놀랍지만, 메탄을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것이 기후변화 대차대조표에서 순이익을 발생시킨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논문 주저자인 스탠퍼드대 지구·에너지·환경학부의 로브 잭슨 교수는 “메탄의 이산화탄소 전환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대기의 메탄이나 다른 온실가스 농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벼농사나 축산 등과 같은 메탄가스 배출원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 논문 공저자인 스탠퍼드 우즈환경연구소의 크리스 필드 소장은 “대안은 (대기중) 메탄을 제거해 배출량과 상쇄시킴으로써, 대기중 온난화 효과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현재 메탄의 대기중 농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2.5배 높아졌다. 이 가운데 60%는 인간 활동에서 유래한 것이다. 대기중 이산화탄소 양이 메탄에 비해 훨씬 많지만 메탄은 일단 확산되고 나면 20년 동안 온난화 기여도가 이산화탄소에 비해 84배 높다.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2도 높은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 내놓은 여러 방책들은 근본적으로 대기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줄이든지, 이미 배출된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나무심기나 땅속 격리 등으로 제거하는 방법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기여도가 훨씬 큰 메탄가스 같은 다른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것도 보완책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제안했다.
이산화탄소 제거 방책들은 전형적으로 수십년에 걸쳐 수천억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을 가정하지만, 그렇게 해도 대기를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 없다. 반면 대기중 32억톤의 메탄을 지구 산업용 배출량의 몇달치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로 전환시켜 제거하면 메탄 농도의 산업화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이 성공하면 지금까지의 지구 온난화 원인의 6분의 1이 제거되는 것이다.
공기중 메탄을 포집하는 것은 메탄 농도가 워낙 낮아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연구팀은 알루미늄과 실리콘, 산소로 구성된 결정물질 ‘제올라이트’가 메탄을 빨아들이는 스펀지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제올라이트는 표면적이 넓은 다공성 분자구조이고, 철이나 구리의 수용력이 뛰어나 메탄가스나 다른 온실가스를 포획하는 촉매로 쓰일 수 있다.
포집 공정은 제올라이트 가루 또는 조각과 다른 촉매들로 채워진 회전식 반응용기에 전기팬으로 공기를 강제로 통과시키는 기계장치에서 이뤄진다. 포집된 메탄은 연소시켜 이산화탄소로 전환한다.
메탄가스의 이산화탄소 전환 공정은 탄소배출권이나 배출규제 정책에 따라 수익이 날 수 있는 사업이다. 대부분 수익산출 모델들의 추계대로 탄소배출 비용이 이번 세기 안에 톤당 5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메탄가스 배출 비용은 톤당 1만2천달러까지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축구장 크기의 제올라이트 장치는 대기중 메탄가스를 제거함으로써 한해 수백만달러의 이익을 낼 수 있다. 연구팀은 원론적으로 더 유해한 온실가스를 덜 해로운 온실가스로 전환하는 방법은 다른 온실가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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