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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19 11:59 수정 : 2019.05.20 10:57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산하 재해기상연구센터가 운용중인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은 지난달 고성·속초 산불 현장에 투입돼 50여 시간 동안 관측 활동을 벌였다. 지난 16일 연구센터 연구원이 고층기상 관측용 레윈존데를 띄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강풍·폭염·호우·폭설 극값 1위 지역에
즉시출동 가능한 관측차량 4대 운용
기상 예측성 높이고 재난 신속 대응
고성 산불땐 2대 보내 실시간 파악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산하 재해기상연구센터가 운용중인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은 지난달 고성·속초 산불 현장에 투입돼 50여 시간 동안 관측 활동을 벌였다. 지난 16일 연구센터 연구원이 고층기상 관측용 레윈존데를 띄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한달여 전 화마가 쓸고 간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의 한 물류센터에는 지난 16일 불에 탄 창고만 덩그러니 을씨년스럽게 놓여 있었다. 밑동이 새까맣게 변한 주변 숲속 소나무들에는 발갛게 말라버린 잎들이 힘없이 매달려 언제라도 다시 바람이 불면 우수수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지난달 4일 오후 7시17분께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인근 주유소 앞 도로변 전신주의 특고압 전선 아크 불티로 시작한 불로 2명이 숨지고 주택 471동, 농·축산시설 148동이 불에 타 이재민 1132명이 발생했다. 최고 초속 24.5m에 이른 강풍이 단지 13시간 만에 1227㏊의 숲과 삶터를 태워버린 산불은 이례적이지만, 강원 영동지역에는 봄철의 태풍급 ‘양간지풍’이 한해 2~3차례 발생한다. 지난 8일에도 초속 18m의 강풍이 불었다.

최근 20년(1999~2018년) 대형산불 발생 현황. 강원도 동해안산불방지센터 제공
강원지방기상청 한윤덕 예보과장은 “봄철 남서기류가 태백산맥을 넘어오면서 기온이 10도 이상 상승하고 습도는 20% 이상 감소한 상태에서 초속 30~40m의 강풍이 불 때 불이 나면 동해안의 빽빽한 소나무림와 송진이 인화물질 구실을 해 대형산불이 된다”고 설명했다. 1999~2018년 20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산불 피해면적이 100ha이상 또는 지속시간이 24시간 이상인 경우)은 37건(피해면적 3만4천㏊)인데, 강원도(21건·2만8천㏊) 특히 영동지역(19건·2만7천㏊)에 집중됐다.

지난 4월4~5일 화마가 휩쓸고 간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의 한 물류센터의 화재 전 모습(위·카카오맵 로드뷰 갈무리)과 화재 뒤 복구 작업 중인 모습(기상청 제공).
강원도의 극한기상은 강풍만이 아니다. 태풍 ‘루사’에 의한 피해액 5조2천억원은 아직 1위 기록을 유지하고 있고, 대관령에서는 1989년 2월26일 188.8㎜의 최심적설 극값 1위가 기록됐다. 일 강수량 1위도 2002년 8월31일 강릉(870.5㎜)에서 기록됐으며, 최대순간풍속 최고값도 2006년 10월23일 속초(초속 63.7m)의 기록이다. 지난해에만 겨울철에는 영동지역에 최악의 가뭄이 닥친 데 이어 영서지역에서는 봄철 강수량 1위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여름철에는 강원 홍천에 최고기온 41도라는 역대 폭염이 닥친 데 이어 강릉에서는 1시간 최대강수량(93.0㎜) 기록이 세워졌다.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 센터장은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강풍 강도와 빈도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강원 영동 산악지역에서는 오히려 강풍이 더 자주,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강풍의 강도와 빈도가 감소하는 것과 달리 강원 영동 산악지역에서는 강풍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 제공
강원도 특히 영동지역의 독특한 기상 특성은 기상청이 2010년 재해기상연구센터를 강원도 강릉에 두고, 강원도에서 지난해 11월 강릉 주문진에 동해안산불방지센터를 설립한 배경이다. 재해기상연구센터는 특히 2012년부터 이동식(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을 운용하고 있다. 일반 스포츠실용차(SUV)에 기온 및 풍향·풍속계와 위성측위시스템(GNSS), 고층기상관측용 라디오존데 시스템 등을 장착한 ‘움직이는 기상청’이다. ‘무브’(MOVE)라 이름 지은 기상관측차량은 현재 4대가 운용되고 있다. 두 대는 각각 부산과 광주에 파견돼 있다. 무브에서는 필요에 따라 고층기상관측용 레윈존데를 네차례 띄워보낼 수 있는 헬륨가스통 2개를 적재할 수 있다. 레윈존데는 풍선에 온도·습도센서와 풍향·풍속계 등을 부착해 지상 35㎞까지 기상을 관측하는 장치다. 그동안 무브는 1461회 출동해 1419개의 레윈존데를 쏘아 고층기상 관측을 했다. 김백조 센터장은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을 운용하는 이유는 기상 현상을 따라가며 하는 추적 관측과 특정 기상에 집중하는 목표 관측을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은 지난해 평창올림픽 기간에 21일 동안 정시관측 44회, 특별관측 44회 등 필요한 곳으로 이동해 관측활동을 펼쳐 성공적인 대회에 기여했다. 이번 고성·속초 산불 현장에는 무브1과 무브2 두 대의 기상관측차량이 8명의 기상연구원과 함께 파견돼 50여시간 동안 활동하며 관측 기상정보를 재난대응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지난달 4일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현장에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이 출동해 관측활동을 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 제공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은 일차적으로 연구용이지만 관측자료는 기상수치모델에 제공돼 기상예보의 예측성을 높이는 구실을 하기도 한다. 기상과학원과 제주대 공동연구팀은 <한국지구과학회지>에 보고한 논문에서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의 자료를 동화한 경우 강수 예보에서 예보정확도를 나타내는 공정임계지수(ETS)가 41%까지 향상됐다”고 보고했다. 올해 1월31일에 강원 기상청에서는 수치모델(UM)에 근거해 동풍의 세기가 약해져 강원 동해안에 3~8㎝의 눈이 올 것으로 예보했다가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의 관측값을 받아 재평가한 뒤 예상보다 동풍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많은 곳 10㎝ 이상”이라는 수정예보를 내보냈다. 실제로 이날 강릉에서는 17.1㎝의 신적설이 기록됐다.

나득균 강원지방기상청장은 “고성·속초 산불을 겪으면서 융합 재난대응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절감했다. 현장 기상 관측도 중요할 뿐더러 재난대응 조직에 기상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른 대응전략을 전파할 수 있는 인력이 상시 배속돼 있어야 한다는 점도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말했다.

강릉·고성/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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