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0 11:56
수정 : 2019.03.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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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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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단 1년 조사 결과 발표
“지열발전 시추와 물 주입
단층면상에 미소지진 유발
임계상태 단층의 본진 촉발”
손해배상 소송 영향 미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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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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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규모 5.4)은 지열발전이 촉발한 지진이라고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결론을 내렸다. 포항지진은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이다.
포항지진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항지진은 지열반전 실증연구 수행중 지열정 굴착과 두 지열정(피엑스 1·2)을 이용한 수리자극 시행 굴착시 발생한 이수 누출과 피엑스 2를 통해 높은 압력으로 주입한 물에 의해 확산된 공극압이 포항지진 단층면 상에 남서 방향으로 깊어지는 심도의 미소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켰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또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되어 거의 임계 응력 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밝혔다.
이강근 연구단장(서울대 교수)은 “유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너머를 뜻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유발지진 대신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썼으며 자연지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조사연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원회는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포항지진 발생지 주변의 지열정(PX1, PX2) 주변에서 이루어진 활동과 그 영향 등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외조사위는 "지열발전 주입에 의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활성화됐다"며 "PX-2(고압 물) 주입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가 활성화됐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본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지열발전은 지하 4㎞ 이상 깊은 곳에 구멍을 두 개 뚫어 한 쪽에 고압의 물을 주입하고 지열로 데운 다음, 이 물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다른 쪽 구멍으로 빼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따라서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있다.
당시 인근에서 공사중이던 지열발전이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앞서 지난해 4월 이진한 고려대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교수 등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으로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정부가 포항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이라고 결론 내림에 따라 지진피해와 관련한 소송과 손해배상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북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열발전소는 지난해 1월 이후 가동이 중단돼 있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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