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당 일각에서는 당장 새 지도부를 구성할 4.2 전당대회와 4월 국회의원 재·보선은 물론 2006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논의를 앞두고 각 계파간 주도권 다툼이 개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친노 직계, “새 지도부보다 현 이부영체제가 낫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새해 경제회복과 북핵문제 해결, 국민통합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국보법 파동을 계기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중진들이 원리주의 성향의 소장.강경파를 밀어내고 당의 전면에 부상한 점은 당권 경쟁이 조기에 시작되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도 낳고 있다. 당권파와 재야파 사이에서 균형추 노릇을 해온 친노 직계그룹에서는 이 의장 유임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어차피 차기 지도부에서의 자신들의 부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기 당권경쟁은 그다지 이로울 게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혁규 의원은 “새로운 당헌을 적용한다면 비대위 구성도 확실하지 않고 이 의장이 사퇴하면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며 “우선 당내부를 추슬러야 되는 것 아니냐는게 중진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반면 당권파는 내부적으로 의견이 다소 갈려 있으나, 지도부 총사퇴 및 비대위구성으로 방향을 모아가는 듯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한 핵심 인사는 “천 대표 사퇴로 마무리된 것으로 본다”며 “다른 지도부들이 꼭 사퇴해야 하는가? 지금 사퇴하면 당 지도부가 다 사라지는 셈인데. 현 지도부가 전당대회 준비 잘 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월 치러일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서도 “절차 따라서 하면 된다”며 “(후보는) 분명한 개혁성 갖되 유연한 전략전술을 가진 사람으로 이 두가지 조건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같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천 원내대표의 사퇴가 `천신정' 3인방의 2선 후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데다, 정동영 전 의장의 지난해 6월 통일부장관 입각이후 재야파가 당과 원내에서 약진하고 있는 현실도 조기 기선제압의 필요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근태계열 재야파, 이부영 사퇴요구쪽 기울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정점으로 한 재야파의 경우, 여야 협상과정에서 대체입법을 통한 절충을 모색한 이 의장의 인책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국보법폐지 원칙을 고수해온 이미경 위원의 승계 쪽으로 방향을 정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1월말께 실시될 차기 원내대표 경선도 지도부의 향배와 관련해 무시못할 변수로 거론된다. 전대 출마를 밝혔거나 시사했던 문희상 정세균 장영달 배기선 의원 등 핵심 중진들이 원내대표 경선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 당내 역학구도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원기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를 중심으로 여당 중진그룹의 역할론이 집중 개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집권 3기를 맞은 청와대와 정부가 축적된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여당이 뒷받침해달라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연합
천 대표 사퇴이어 이 의장 “책임지겠다”
중진들, 4월 전대까지 공백 우려 만류
비대위 구성등서 당권투쟁 격화 전망
열린우리당이 4대 개혁법안 처리에 낙제점을 받으면서,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1일 새벽 사퇴했고,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상임중앙위원들도 총사퇴를 적극검토하고 있어, 권력공백 상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 안팎의 기류를 종합하면, 이부영 의장이 개인적으로 사퇴 쪽으로 결심을 굳혀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장선 의장비서실장을 비롯한 측근들은 모두 “이 의장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강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주말을 보내면서, 김덕규·임채정·배기선·유인태 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원내대표가 사퇴한 마당에 의장까지 사퇴해버리면 지도부 공백상태가 온다”며 사퇴를 만류하고 있어, 선뜻 사표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은 “2004년 국회가 끝나고 2005년에 새로이 지도체제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전당대회를 넉달이나 남겨두고 있어 부작용이 크지 않겠나 하는 걱정 때문에 해답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4월 전당대회 때까지 현 지도체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열성당원들이 보안법 논란과 관련해 이 의장의 정체성을 문제삼으며 날선 공격을 시작하고 있고, 초선 중심의 강경파 의원들도 가만 있지 않을 분위기다.
이 의장이 사퇴할 경우에는 이미경·김혁규·한명숙 의원 등 상임중앙위원들도 동반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당헌상 선출직 상임중앙위원 과반수가 사퇴할 경우는 의장직이 승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열린우리당 선출직 상임중앙위원 5명 가운데 정동영·신기남·김정길 상임중앙위원은 이미 사퇴해, 이부영·이미경 두 사람만 남아있는 상태다. 남은 길은 중앙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방법 뿐이다. 일부에서는 개혁 성향의 중앙위원들이 지나치게 선명한 인사들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의장의 사퇴는 본격적인 당권투쟁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4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원칙론자와 현실론자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이 패여, 향후 새 지도부 구성과정에서 경쟁이 격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장 4대 개혁법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시각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온건파인 안영근 의원은 “국가보안법 처리가 무산된 것은 이 의장의 책임이 아니라, 대체입법에 동의했다가 의총에서 이를 바꾼 원내대표단의 문제”라고 말하는 데 반해, 강경파인 정봉주 의원은 “당론 관철에 혼선을 빚은 데는 이 의장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당내 양대 축으로 분류되는 재야파와 당권파가 뚜렷한 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어서, 당권투쟁은 더욱 어지럽게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 정치부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한나라당도 후폭풍…보수파 김덕룡 퇴진요구 김형오 총장, 임태희 대변인, 진영 비서실장 사퇴이어 김덕룡 퇴진 굳어져 열린우리당에 이어 한나라당도 세밑 쟁점법안 처리 파동의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김형오 사무총장과 임태희 대변인, 진영 대표비서실장 등 핵심당직자들이 2일 공식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가운데, 거취문제에 관심이 쏠려 있는 김덕룡 원내대표도 사퇴가 점차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지도체제의 전면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대표비서실장인 진영 의원은 이날 김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그간 여러 오해도 있었지만, 갈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당이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당내의 대표적 중도파인 진 의원의 이런 언급은 당내 분위기가 급속히 “김 원내대표 퇴진” 쪽으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의 거취문제와 관련해서는 영남 중심의 보수·강경파 의원들이 이미 연말 의원총회 등에서 “4대 법안 협상과정에서 당론을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한만큼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김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김 원내대표 쪽도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감안해 곧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할 뜻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해, 김 원내대표가 몇몇 측근 의원들에게는 이미 사퇴 뜻을 밝혔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원내대표단의 한 관계자도 “박근혜 대표가 원내대표에게 유감의 뜻만 밝히고 그냥 갈 수도 있지만, 현재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 대표가 주변에 ‘원내대표 먼저 결정한 뒤 당직 인선을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노선과 대여 협상방식 등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막판 협상 혼선에 대한 책임문제를 놓고 결국 결별 직전까지 온 셈이다. 김형오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자들이 이날 일제히 사퇴의사를 밝힌 것도 김 원내대표의 퇴진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의 사퇴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지만, 당 면모 쇄신 요구와 맞물리면서 김 원내대표도 빨리 거취표명을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김 원내대표 쪽에서는 거취문제와 무관하게 박 대표 쪽에 대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운다”는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정치부 정광섭 기자 iguassu@hani.co.kr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