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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정당 내부의 합리적 비판이나 이견은 당을 더 큰 위험에서 막는 방파제로 민주정당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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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근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ㅣ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당 내부의 ‘합리적 비판’은 위험 막는 방파제로 꼭 필요
유시민 ‘복면 발언’은 건강한 젊은층 조롱했다, 그게 꼰대
청문회는 국민판단 수렴 과정, 검찰의 심판 자처는 매우 위험
큰 부담 안고 조국 장관 임명, ‘검찰개혁’ 결과로 증명해야
86세대, 제도 변화 외면하고 자기 자식만 대안학교·유학 보내
20대는 민주당 지지 철회, 젊은이들 일하고 살아가게 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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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정당 내부의 합리적 비판이나 이견은 당을 더 큰 위험에서 막는 방파제로 민주정당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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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왕따’ 신세를 자초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검증 국면에서 그를 옹호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직격한 탓이다. 보수언론은 그를 상찬했지만 민주당의 열성 지지층은 “조국을 끌어내리려는 세력에 명분을 줬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왜 정치적으로 ‘어리석은’ 처신을 했을까.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그는 “상식을 대변했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선 이견이 존재하고 비판 의식이 수렴되는 걸 국민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조국 반대시위’를 향한 유시민 이사장의 ‘복면 발언’에 대해, 그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젊은층에 대한 조롱이고, 그게 꼰대”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90학번인 그는 ‘86세대의 독점’을 성토했다. “시대의 과제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자기가 경험했고 만들어온 것만 이야기한다. 86세대가 만들어놓은 부조리, 불합리, 사회적 불평등을 이겨내고 변화시키려는 게 아니라 그것과 함께 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20대가 돌아온다.” 86세대의 반성과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 유시민 이사장, 이재정 교육감을 비판할 때 공격받을 걸 예상했을 텐데, 왜 그랬나?
“내가 대변한 목소리는 상식이었다. 첫째,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어떻게 조국이 이럴 수 있냐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둘째, 역지사지하면 답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일사불란한 친박 때문에 박근혜가 망했다. 합리적 비판, 상식적 문제 제기가 당 안에 있어야 한다. 저는 그걸 ‘방파제 효과’라고 본다. 이 방파제가 더 큰 위험을 막아낼 수 있다. 셋째, 그게 민주정당이다. 이견이 존재하고, 표현되고, 토론되는 게 맞다. 더불어민주당을 더 튼튼히 하는 역할이라 생각했다.”
― 부담스럽지 않았나.
“왜 부담을 안 느끼겠나. 문자, 욕하는 댓글이 뭘 의미하는지 안다. ‘너 공천 없다’는 비판도 하는데,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도 당의 성공과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서라면 민주당이 단일대오, 무비판 대오, 무덤가의 침묵이 아니라 토론이 가능한 민주정당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 유 이사장에게 “민주당원 아니니 오버하지 말라”고 말한 건 지나친 거 아닌가.
“악의적 왜곡이다. 유시민 이사장이 대학생들을 비판하면서 마스크 쓰지 말라며 대단히 조롱 조로 얘기했다. 유 이사장이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세력의 권력 다툼을 설명하려는 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마스크 발언 때문에 보수언론에서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 시절 복면금지법을 극렬하게 반대해 놓고 뭔 소리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제가 그분은 민주당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복면금지법과 관련한 민주당 당론은 변함이 없다, 우리가 표리부동한 정당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얘기한 거다. 유 이사장의 그 발언, 특히 대학생에 대한 조롱 조의 비판은 하나도 수긍할 수 없다.”
― ‘조국 논란’에서 유 이사장도 제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제가 학생운동 할 때 그런 조롱을 들었다. 교수님이나 학생운동 했다는 선배들로부터 “너희가 뭘 아냐”고. 유 이사장의 20대, 제가 데모할 때인 20대, 지금 집회하는 20대가 다 똑같다. 유 이사장은 그때 전두환 정권을 둘러싼 모든 정세를 다 이해했나? 전두환 정권이 보인 비이성적 태도와 폭력성에 저항했던 것 아닌가. (그의 목소리가 이 부분에서 격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의견을 인지하지 않고 ‘복면을 쓰고 그러냐’, 그렇게 얘기하면 절대 안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젊은층을 조롱하는 것이고, 그게 꼰대다. 나 땐 안 그랬는데 너희는 그래?, 이런 식엔 동의할 수 없다. 유 이사장이 이렇게 얘기하는 바람에 대학생들이 등을 돌렸다.”
― 박 의원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조국 후보자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줬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면 말을 못 하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이용해 뭘 하려 한다? 합리적 의문, 논리적인 문제 제기, 국민의 이견을 전달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 역할을 못 한다. 그걸 진영 논리라 부른다. 우리 진영에게 유리하면 말하고, 불리할지 모르니까 침묵해야 한다? 이런 논리가 더불어민주당의 성공,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될까? 귀에 거슬리는 말이 충언이다. 제가 더불어민주당에 충신이다.”
― 박용진, 조응천, 금태섭 등 다른 목소리를 낸 국회의원들이 열성 지지층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어떻게 봐야 하나.
“지지층 동원 없이 성공한 정치가 없고, 그게 없으면 정치 리더가 소신을 펴기 쉽지 않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패턴은 과유불급을 걱정할 수 있다. 그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저와 똑같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성공, 개혁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는데, 정부가 성공하려면 다수 대중의 동의를 얻는 게 중요하다. 지지층이 자기 의견을 드러내는 데 다수 대중이 집단적 의견 표출이 아니라 폭력적인 것으로 느낀다면, 동의를 얻어내야 할 국민에게 폭력적으로 보인다면 이건 실패한 전략이다. 가장 아름다운 지지는 비판적 지지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절박감 때문에 지지자들은 더 치열할 수 있다.
“많은 분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할 건 비판하고 견제할 건 견제했더니 노 전 대통령이 외롭게 돌아가신 것 아니냐고 한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문재인 정부의 성공, 개혁의 승리를 위해선 다수 대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똘똘 뭉친 지지층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이 고민은 더불어민주당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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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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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에선 ‘검찰의 정치개입’ 문제를 제기한다.
“국민이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할 마당에 검찰이 최종 심판자를 자처하고 나선 건 아주 위험스럽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문제, 가족들의 부도덕 논란 등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위법인지 아닌지 모호한 것들이 많다. ‘관행인데 실망했다’, 그건 정치적 선택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도덕적 기준과 판단, 의견을 수렴하는 정치적 행위가 청문회고, 청문회는 그런 장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압수수색, 체포영장, 그런 법적인 칼날로 좍 가르려 하면서 검찰이 정치라는 더 크고 고도의 판단이 이뤄지는 공간에 훅 들어왔다.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다. 검찰이 수사 개시도 마음대로, 종결도 마음대로 하고, 온갖 사문화된 법까지 끌어다 범죄자를 만들며 정치·입법 영역에 개입하는 건 정말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
― 검찰 개입을 불러온 건 국회라는 비판도 있다.
“맞다. 걸핏하면 고소·고발 난무하는 국회는 정치를 포기한 것이다. 정치가 대립을 만드는 건 갈등을 최종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검찰에 가서, 법정에 가서 해보자’는 건 스스로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에 국민이 어떻게 미래에 대한 일을 위임하고 맡길 수 있겠냐.”
― ‘조국 논란’을 통해 많은 국민이 학력·스펙의 대물림을 봤다고 말한다.
“교육은 거의 유일한 평등의 기제, 기회의 사다리다. 그런데 제 기능을 못 한다. 있는 집 아이들이 좋은 기회 갖고 더 좋은 대학을 가고, 더 좋은 조건에서 출발한다. 교육 사다리를 통해 계층이동을 하는 변화 자체가 불가능해진 대한민국이다.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한 고교 교육 정상화는 진짜 과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86세대가 기득권 세력이 되어 자식을 통해 부의 대물림을 하는 최일선에 서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들은 전두환 때 졸업정원제로 대학은 어렵지 않게 들어가고, 잠깐 반정부 투쟁을 통해 짜릿한 승리를 맛보고, 엄청난 호황기에 직장도 거의 맘대로 골라 갔고, 중산층에 손쉽게 들어갔다. 이제 자식에게 교육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경쟁적으로 앞장선다. 학교가 엉망이라며 대안학교에 제일 많이 간 이가 86세대의 자식들이다. 제가 배운 진보는 제도를 바꿔 사회 전체가 제도 변화의 혜택을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제도 변화는 내팽개치고 자기 아이들만 대안학교에 보내 따로 관리한다, 이런 발상 자체가 기득권 논리다. 사회적 기회를 만들어주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너무 쉽게 내 아들은 유학 보내고…, 이렇게 해결했다. 386 운동권으로 정치 및 관료 사회에 들어와 사회적 기득권화된 세력이 자기들의 권한과 혜택을 지키기만 했다.”
― 박 의원은 한 학번 차이로 86세대에 쏟아지는 비난을 피할 수 있나. 박 의원 세대의 책임은 없나.
“386이 486, 586이 되는 동안, 그들에 의해 젊은 세대가 가져야 할 기회가 빨려들어가는 진공청소기 효과가 있었다. 젊은 세대도 386세대에 동조했지 그들이 구축한 정치, 사회, 문화적 기득권에 대해선 새로운 가치와 도전의 목소리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 86세대의 독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1970년대 ‘40대 기수론’을 내건 김영삼이 유진산을 나이 먹었다고 비난한 걸로 끝낸 게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김대중은 4강 교차승인론, 향토예비군 폐지, 사치세·부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그 시대 20대는 거기에 열광했다. 시대의 과제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자기가 경험한 문제만 부여잡고 있으면 못 한다. 지금 586은 자기가 경험했고 만들어온 것만 얘기한다. 이 시대가 낳고 있는 86세대가 만들어놓은 부조리, 불합리, 사회적 불평등을 이겨내고 변화시키려는 게 아니라 그것과 함께 묻어가고 있다. 단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제도는 저소득 장시간 노동, 자기 보호막이 약한 사람을 위한 기제다. 옳은 것은 반발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철학을 갖고 밀고 나가 내면화하는 게 정치력인데, 주 52시간과 관련해 민주당이 낸 법안은 주 52시간 무력화다. 최저임금도 민주당 안에서 이렇게 가선 안 된다고 얘기한다. 86세대, 거의 완전고용 속에서 계속 임금이 상승했던 그 세대가 만들어놓은 현실은,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2년짜리 비정규직으로 가는 게 절반이 넘는다. 나머지는 정규직이라지만 언제 잘릴지 모른다. 20대는 자기 노력으로 집을 마련할 수 없다. 일자리, 소득이 불안한데 어떻게 아이를 낳나.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혁명적 조치를 안 한다.”
― 86세대가 그것을 해야 하는가.
“해야 한다, 당연히. 이것에 대한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미래로) 가는 것이다. 스웨덴은 사민당이 집권했을 때 인구가 줄고 출산율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도입한 게 출산휴가, 아동수당, 출산수당이다. 또 주택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이렇게 답을 내놓는 게 정치다. 86세대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인권 문제에 예민하다. 권력기관인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군 사이버사령부 이런 데는 도끼눈을 뜨고 있지만 정작 경제·사회적으로 무너져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권리, 그들이 충분히 일하고 먹고살 수 있는 문제에선 스웨덴 사민당이 보여준 실력과 능수능란함을 86세대는 못 보여준 것 아니냐. 이런 문제를 해결해줘야 20대가 돌아온다. 지금 20대는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수준이다. 심각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이견을 제시한 사람으로, 조 장관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역대 국가대표 축구선수 가운데 발탁 과정에 말이 많았던 사람이 많다. 황의조 선수가 그렇다. 발탁한 감독, 지금 문재인 감독은 엄청 부담을 안고 임명한 것인데 그 팀 이름은 더불어민주당이다. 그 팀과 구단주는 힘들어 죽는다. 어찌해야 하나.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실력을 보이고 헌신해야 한다. 본인이 약속했던 것을 결과로 만들어내야 한다. 어렵게 임명했더니 폼만 잡다 끝났다, 이러면 큰일 나는 것이다.”
― 검찰개혁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얘기인가.
“두골 세골 넣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적시에 골을 터뜨려야 한다. 그런 헌신이 기본이다. 몸을 낮추고 가면 될 것이다. 정부여당의 일원으로 대통령의 선택에 대해 옳았다, 잘됐다고 얘기할 수 있도록 헌신하는 게 제 역할이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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