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4 11:36
수정 : 2019.08.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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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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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후보자로서 ‘색깔론’ 치부하기엔 부담
사노맹 활동 두고선 “반독재·경제민주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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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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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연루됐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고 밝힌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의 공세를 ‘색깔론’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국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에스앤에스(SNS)를 통해 표현의 강도가 높은 발언을 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입장을 취했다.
조 후보자는 14일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며 “장관 후보자가 되고나니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던 저의 1991년 활동이 2019년에 소환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후보자는 “저는 28년 전 그 활동을 한번도 숨긴 적이 없다.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전날 조 후보자는 사노맹 사건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고 말한 바 있어, 당시 활동에 대한 옹호를 하거나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공격을 맞받아칠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20대 청년 조국은 부족하고 미흡했다”고 했고,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라고 한 것은 조 후보자의 ‘친일파’ ‘이적’ ‘무도’ 같은 이전 표현과는 구분된다. 사노맹 가입 당시의 ‘20대 청년 조국’이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법집행을 총괄하는 법무부장관 후보자로서 당시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부정하기는 힘들다는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조 후보자는 “그러나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아픔과 같이하고자 했다”고 했고, “향후 비가 오면 빗길을 걷고 눈이 오면 눈길을 걷겠다. 그러면서 저의 소명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 야당의 비판과 견제 등 험난한 길이 예상되지만, 자신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조 후보자는 사노맹 산하 조직인 ‘남한사회주의과학원(사과원)’에 1991년 가입해 강령연구실장으로 활동한 혐의로 울산대 전임강사이던 1993년 수사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사노맹은 서울대 학도호국단 총학생장이었던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와 박노해 시인 등이 1989년 군사독재 타도와 사회주의 정당 건설 등을 내걸고 변혁운동에 나선 “자생적인 조직으로는 6·25 이후 최대규모의 사회주의 혁명조직(당시 안기부 발표)”이었다. 조 후보자는 이후 1995년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3일 전국 19살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조 후보자 지명에 대해 ‘잘했다’는 긍정평가가 49.1%, ‘잘못했다’는 부정평가가 43.7%로 나왔다. 오차범위 내인 5.4%포인트 차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은 4.2%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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