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지원등 원점서 재검토
이해찬 국무총리는 18일 한일 협정 문서 공개 및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와 관련해, “과거사를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 역사를 바로 세우는 하나의 전기가 되도록 하겠다”며 “정부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한일 협정 문서가 공개된 것인데 일제 식민지 통치 아래서 피해를 보신 분들의 분노와 통한의 목소리가 광범위하게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이 전했다. 정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보상을 실시할 경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과 재원 마련을 위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국민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법률 제정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보상의 성격과 대상에 비해 국민의 부담이 지나치게 클 경우 사회적 차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직접 보상을 해야 할지, 아니면 생계 지원과 기념사업 전개 등을 통해 간접적인 지원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차원의 ‘한일 수교회담 문서 공개 대책기획단’을 이끄는 조영택 국무조정실 기획수석조정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의 보상 청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정해야 한다”며 “단정이나 예단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이미 사망자 8천여명에 대한 보상을 했고, 93년엔 그런 보상이 문제가 있다는 헌법소원이 기각된 일이 있다”며 “피해자 대책에는 재정이 수반돼야 하고, 이는 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입법부와도 상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 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가 마련한 ‘태평양전쟁 희생자에 대한 생활안정 지원법안’을 발의한 장복심 열린우리당 의원은 소요 예산으로 위령사업 50억원, 생존자 지원금 2333억원, 유족 지원금 8704억원 등을 포함해 모두 1조1087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1975~77년 실시한 1945년 이전 사망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서 누락된 이들과, 당시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던 이들에 대해 개별 보상을 실시할 경우, 그 액수가 많게는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실태조사가 전제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분담하는 집단적 보상도 한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김종철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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