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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3 18:24 수정 : 2005.01.13 18:24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내·외신 연두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개혁현안 유연성, 경제활성화 초점

■국정기조

13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회견은 한마디로 ‘경제 올인’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요약된다.

화두는 ‘선진한국’과 ‘동반성장’이다. 또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각종 개혁 사안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되, 국민여론도 살피는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15분여에 걸친 모두 발언의 대부분을 경제 관련으로 채움으로써, 올 한 해 동안 경제회복과 선진경제 진입을 위해 전력투구 하겠다는 점을 밝혔다. 특히 서민생활 보호와 중소기업 정책의 혁신을 강조함으로써, 양극화 극복을 통한 동반성장이야말로 ‘선진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올 한해의 국정운영 기조를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명확히 제시했다.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 등 개혁입법과 ‘경제 살리기’를 대립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그는 “전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묶어내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말해, 정치권과 경제계 일각의 ‘발목잡기’를 비판했다. 보안법과 과거사법의 처리에 대해서는 “큰 원칙을 선언했고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이들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융통성있는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유연성을 보일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성장과 분배 문제에 대해서도 “‘두 마리 토끼’의 관계가 아니고 함께 가지 않으면 둘 다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 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벌총수들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만나서 고견을 듣고싶다”면서도 “만나서 개별적으로 줄 게 없다”고 말해, 재계와의 대화에 인색하지 않겠지만, 과거로의 회귀는 없다는 점을 밝혔다.

그는 이기준 전 교육 부총리 사태 와중에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 책임론이 국정운영 기조 논란으로까지 비화된 데 대해 “비서실장 문제를 놓고 자꾸 노선 얘기를 하는데, 이번 문제하고 노선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들이 저를 약간 개혁 쪽으로 치우친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비서실장은 조금 덜 치우친 사람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해,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발언도 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올 한 해 동안 경제회복에 전념하되,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국민정서도 고려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개혁입법 ‘당정분리 원칙’재확인

■정치분야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내외신 연두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과 과거사 문제 등 정치권의 쟁점에 대해 당정분리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엔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보안법과 과거사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원칙적인 의견 표명은 정부의 ‘경제 올인’ 기조에 따라 정체성과 관련된 기조마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지지층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국회의 보안법 대치 국면에서 “차근차근 풀어가자”고 말한 데 대해서도, ‘당 지도부에 대한 격려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정부가 오른쪽 깜박이를 켰다고 해서 우회전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당정분리 원칙’에 대해서도 좀더 분명하게 설명했다. 자신의 ‘생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추진’을 별개의 문제로 이해해달라고 주문하면서, “보안법과 과거사 문제 모두 국회에서 토론과 의결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일부 정책을 둘러싼 당정 간의 혼선에 대해서도 그는 “‘희망사항’이고 영원한 숙제이지만, 정치가 아주 성숙한 나라에서도 정책 조율 과정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행, 과거 분식행위에 대한 증권 집단소송제 유예 등을 둘러싼 당·정·청의 다른 목소리들이 정책조율 과정의 불가피한 혼선이라는 시각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이기준 사태 ‘내 탓이오’눈길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새해 회견에서 이기준 전 교육 부총리 사태에 대해 이례적으로 기자들의 추가 질문까지 유도하면서 비교적 자세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한마디로 “내 잘못”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인사수석 문책에 대해 “국민들에 대해 청와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것일 뿐 실제 잘못은 대통령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징계 절차도 없고 참 난감하다”며 “그래서 국민들에게 저의 사과를 먼저 (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는 검증 과정에서 문제된 사실만 제대로 적어 올리면 검증이 끝난 것으로 봤다”며 “그런 점에서 민정수석은 아무 잘못이 없고, 인사수석은 자기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해, 두 수석 경질이 ‘읍참마속’의 성격이었음을 분명히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인사검증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청와대에서 정보기관들한테 의뢰해서 하던 것을 이번을 계기로 바깥에 맡기겠다”며 부패방지위원회로 하여금 인사검증을 하도록 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특히 “부패방지위에서 검증을 할 때 사실조사만 할지, 부적격 판단에 관한 의견까지를 낼 것인지, 또 의견을 내면 대통령이 구속될 것인지, 참고사항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세밀히 만들어서 국민들의 신뢰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료 인선기준에 대해 “크게 보아 능력과 품성 아니겠느냐”며 “공사를 분명히하고 사심없이 일하느냐가 품성이라면, 능력은 전문성만이 아니라 통합적 관리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 끝)이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 도중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사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남북 정상회담 입장 한 발짝 전진?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밝힌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은 기존 입장의 재확인이다. 다만 “북한이 원한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제에 관계없이 남북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건 좀 더 나간 대목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겠다는 표현은 지난 연말 <경향신문>과의 회견에서 밝혔지만 ‘주제에 관계 없이’는 추가됐다. 굳이 말한다면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좀더 ‘열린 자세’를 드러냈다고 할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2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6자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정상회담이 큰 성과를 거두리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발언에 비하면 진전이다. 당시 이 발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선핵 해결론’ 또는 ‘정상회담 불가론’으로 비판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6자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남북당국 간 대화가 끊긴 상황에서,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이런 인식은 “안이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 안에 남북관계를 화해협력에서 평화공존의 단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는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의지 표명이 중요하며, 그 중요성을 상대에게도 설득하겠다는 적극적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산티아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시작해 유럽 방문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제시하고 수용했던 북핵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건설적(적극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방향 제시’도 결여하고 있다. 결국 이번 연두 기자회견은 남북관계에 대한 적극적 의지 표명이 없음은 물론이고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원론만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강태호 유강문 기자 kankan1@hani.co.kr



“일왕 방한땐 최고 예우”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일본 국왕이 방한하면 최고의 예우를 다해 환영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외교부 당국자들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물론 노 대통령의 ‘언제든 방한한다면 최고의 예우로 환영한다’는 어법이나 표현으로 인해 새로운 자세를 느끼게 하는 건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일왕 초청 의사를 밝힌 이후 그것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왕을 만나 초청 의사를 재확인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것은 해결해야 하지만 몇가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일본 천황의 방한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은 합리적인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부의 기존 입장의 연장선에 있다. 정부는 과거사 문제를 정상 차원에선 제기하지 않되, 일본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를 철저히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정부는 따라서 일왕의 방한이 이뤄질 지 여부는 전적으로 일본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에선 천황이 방한했을 때 한국에서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부담을 스스로 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인들이 천황이라고 부르는 점을 감안해 공식 문서에서 천황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동반성장 양날개로 선진한국 진입

■경제분야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밝힌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요약하면 ‘동반 성장을 바탕으로 한 선진 한국 건설’이다. 이를 위해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심화된 양극화를 해소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의 육성 등을 통해 선진 경제로의 진입을 앞당기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사회 각 부문의 양극화 심화 현상을 지목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경제는 30%대의 수출 증가율과 5%에 가까운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들의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 또 수출 증가로 한 해 수익 1조원을 넘는 대기업이 늘고 있지만, 한 해 벌이로 은행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도 전체 기업의 30%에 이른다.

특히 양극화는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려운 문제인 동시에, 더 방치하면 사회 통합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우선 산업 사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 육성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다만 무작정 자금부터 지원하는 기존의 보호·육성 정책에서 벗어나, 기술력이 인정되는 혁신 중소기업 3만개를 집중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특히 도소매, 음식·숙박업 분야의 자영업자 종합지원 대책을 상반기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또 도시-농촌 사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농어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인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 문제에서는 비정규직의 직업 훈련 기회 확대 등과 함께 대기업 노동조합의 양보와 협력을 이끌어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개방과 경쟁을 통해 금융과 회계, 디자인, 컨설팅 등 지식기반 서비스산업과 교육과 의료 등 고도 소비사회의 서비스산업을 키워, 선진 경제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송태정 엘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의 장단기 비전과 전략이 현실을 제대로 짚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동반 성장 방침과 선진 한국 전략 역시 시의적절해 기대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양극화 해소 방안들이 자칫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의 현실을 냉정히 따져보면, 경제 규모에 비해 자영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기술력 없이 정부의 대출 보증만으로 연명하는 한계 중소기업이 많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는 만약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면 오히려 경쟁력을 잃은 부문의 퇴출 시기를 늦추기만 해, 경제 구조의 건전한 재편을 지연시킬 수 있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비대한 자영업 규모나 부실 중소기업의 경우 오히려 구조조정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은 정책”이라며 “대신 낙오자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2008년 경에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열린다”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2008년 경에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열린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지난 2003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론’을 역설했을 당시, 정부는 2만달러 달성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박지는 않았지만 대략 2010년 쯤으로 내다봤고, 일부 경제연구소들은 2013년은 되어야 한다고 전망했다. 지난 2년 동안 경기 침체가 계속됐는데도 노 대통령이 2만달러 달성 시점을 오히려 앞당긴 것을 놓고 ‘장미빛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노 대통령의 전망은 그럴만하다고 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을 결정하는 데는 경제성장률 못지 않게 환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보통 달러로 표시되는데,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다시 말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국민소득이 자동으로 커진다. 지난 2002년 연 평균 1250.65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43.73원으로 2년 사이 8.5% 하락했다. 덕분에 1인당 국민소득이 같은 기간 1만1493달러에서 1만4100달러로 22.7%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올해도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가 계속돼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1만6900달러 정도 되고, 3년 뒤인 2008년엔 2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재승 기자 jsahn@hani.co.kr



“서남해 관광레저단지 구체화”
전남도 추진 ‘J프로젝트’탄력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올해 중에 서남해안 등에 대규모 관광레저단지를 선정해 사업이 구체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전남도가 추진 중인 일명 ‘J프로젝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J프로젝트’를 염두해 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J프로젝트는 전남 해남군 산이면, 영암군 삼호읍 사이의 영암호간척지 3200만평에 외자 38조원을 유치해 오는 2013년까지 관광·레저·위락·복지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의 관광·레저도시를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돼있다. 전남도는 이곳에 해양~레저타운(400만평), 교육타운(370만평), 실버타운(1080만평), 골프타운 등 종합위락공간(920만평) 등을 만들 예정이다. 또 전남도는 이곳과 함께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서남해안 섬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갖고 있다. J프로젝트에는 싱가포르, 미국 등 외국자본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프로젝트는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도시와 직결돼 있는데, 정부는 3월 말께 복합관광레저단지(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포함된 2∼4개의 기업도시를 선정해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남도는 개발에서 소외된 낙후지역이라 시범사업지구 신청을 하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도시 시범사업 신청은 민간기업과 사업시행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자본금 또는 투자자금 확보 계획을 내도록 돼 있어 투자기업을 구하지 못하면 추진이 어렵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내·외신 연두기자회견에서 강한 제스처를 사용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성장·분배 ‘두 토끼’아닌 함께 하는 것”

■모두발언·일문일답 요약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 내외신 연두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중소기업 살리기 등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한시간여에 걸친 질문·답변에서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문제, 국가보안법·과거사법 처리 방안, 지역균형발전 방안 등 국정 전반에 관해 견해를 밝혔다.



<모두 발언 요지>

◇ 중소기업 살리기 = 중소기업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고 중소기업 정책 자체를 혁신하겠다. 과거의 단순한 보호·육성 차원을 넘어 기술과 사업성을 철저히 평가해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 3만개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해, 다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장을 이끌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핵심인 부품소재산업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 지역 중소기업과 그 지역의 대학과 연구소 등이 협력하는 혁신체계를 구축하고, 신발·섬유·식음료 등 주로 지방에 많은 전통산업도 고부가가치화하는 데 힘쓰겠다. 영세 자영업자 문제에 대해서도 상반기중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겠다.

◇ 양극화 해소와 서민생활 안정 = 근로자간 양극화 문제의 해법은 개개인의 직업능력을 계발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훈련을 위해 대기업의 훈련시설을 활용하는 방안과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가 훈련을 제공하는 ‘이동식 직업훈련 서비스’ 등을 활성화하겠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도 훈련비 지원을 확대하겠다. 기초생활보호자와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3월말까지 신용불량자 해소 대책을 내놓겠다.
서민용 소형 임대주택에 대한 장기대출제도를 활성화하고, 서민·중산층의 대학생 자녀 학자금도 저리로 최장 20년까지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대출제도를 올 2학기부터 시행하겠다. 올해 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빈곤·소외 계층에 대해선 우선 보호조처를 하고 나중에 절차를 밟는 ‘선 보호제도’를 시행하겠다.

◇ 선진한국 = 2008년께에는 국민소득 2만불 시대가 열리고, 2010년에는 여러 지표에서 선진경제에 진입하게 된다. 이를 위해 금융·회계·법률·디자인·컨설팅·연구개발 같은 지식서비스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 교육·의료 등 고도 소비사회가 요구하는 서비스도 선진국 수준으로 키워서 삶의 질을 한층 끌어올리고, 문화·관광·레저서비스 산업도 발전시켜야 한다. 개방과 혁신을 위해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다자무역체제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

<질문·답변 요지>

◇ 경제 분야

- 중소기업 정책의 성과를 계량화할 방안은 없나? 또 기업 총수들을 만나서 그들이 원하는 규제완화가 무엇인지 직접 듣고 투자를 당부할 계획은 있나?
= 1월중 중소기업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론내려고 한다. 계량적 지표를 제시할 수 있다면 하겠지만, 제시하지 않더라도 중소기업 생태계 자체가 과거와는 달라지도록 정책 자체를 혁신하겠다. 재벌 총수를 못 만날 이유도 없다. 만나서 고견을 들어보고 싶다. 그러나 시중에서 흔히 얘기하듯 재벌 총수를 만나서 투자를 독려하는 차원의 만남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이미 관치경제 시대가 아니다. 정부가 규제나 권력으로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지났고, 금융을 통한 자금압박으로 (정부가) 이러저러 하는 시대도 아이엠에프 이후로 끝났다. 일부 경제단체들이 말하는, 조용히 만나서 애로사항 들어주고 투자를 독려하는 것은 과거 제왕(적 대통령)시대에 하는 것이지, 민주주의 지도자 시대에 하는 게 아니다. 또 아무리 만나도 개별적으로 줄 게 없다. 그래서 특별한 격려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 국가보안법 등의 문제까지 포괄해 볼 때도 경제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인가?
= 경제와 비경제 분야의 정책을 서로 배타적 선택의 관계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야당이) 보안법을 경제법안에 걸고 싸우지 않았다면 지금 통과시킨 것보다 더 많은 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 국가정보원에서 과거를 조사한다고 경제가 나빠지나? 국방부에서 군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의혹을 밝힌다고 우리 경제가 안 돌아가는 게 있나? 성장과 분배는 ‘두 마리 토끼’의 관계가 아니고,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 경제 정책을 놓고 당정간에 이견이 있었는데?
= 정책의 일관성은 희망사항일 뿐이고, 영원한 숙제다. 사람의 생각이 다 다르고, 입을 다물도록 할 수도 없고 취재진의 취재를 막을 수도 없다. 그러니까 모든 사안에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 의견이 하나로 통합돼 마지막으로 국회에서 법으로 확정되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아예 처음부터 하나로 딱 결정돼서 나오면 완전히 전제군주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 국민들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 2년만에 성과가 날 수 있는 문제라면 제가 그렇게 의욕적으로 내걸지도 않았다. 5년, 10년 이상 가야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사업이라, 더욱 애착과 사명감을 가진 정책이다. 행정수도 문제와 공공기관 이전은 활발하게 협상하고 있는 도중이어서, 오늘 결론을 불쑥 내버리면 오히려 지장이 있을 것 같다. 조정 결과를 기다려주시면 기대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결정되고, 추진될 것이다.

◇ 정치·사회 분야

-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에 대해 입장 변화가 있나?
= 이미 큰 원칙을 선언했고, 입장에 아무 변화가 없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국회에서 토론과 의결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구체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고 있진 않다. 지난 연말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찬에서 한 말은, 당시 한꺼번에 다 되기가 어려운 상황이 예측되기에 당 지도부가 여유를 갖고 풀어가라는 차원의 덕담으로 이해해달라. 당이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언제까지 뭘 해야 한다고 대통령이 못박아서 당의 자율성을 해치고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때때로 자리 환경 때문에 덕담하고 격려하면서 표현이 약간 누그러지는 경우는 있지만, 자리에 따라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이고 역사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처리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인사 검증체계에 새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은 있나?
= 도덕성에 관한 검증을 청와대가 정보기관에 의뢰하던 것을 이번 일을 계기로 바깥의 다른 기관에 맡기겠다. 정부 안에 유사한 기관으로는 공직자윤리위원회와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가 있는데, 부방위에 이런 검증 권한을 주는 것이다. 부방위가 사실조사만 할 것인지 부적격 판단에 관한 의견까지 낼 것인지, 의견을 내면 대통령이 구속받을 것인지 참고사항이 될 것인지도 세밀하게 검토하겠다. 그리고 국무위원급은 국회의 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겠다. 금년 중으로 최대한 빨리 제도화할 생각이다.

◇ 통일·외교·안보 분야

-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입장과 구상은?
= 정상회담은 상대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희망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가 응한다면 주제와 관계 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고, 가능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제안할 용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보기엔 가능성이 높지 않다.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협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분위기만 자꾸 띄우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다.

- 북핵문제를 돌파할 방안은? 또 6자 회담이 열릴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나?
= 6자 회담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여기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싶지 않다. 부정적일 경우에 대한 대비책에 관해서도 언급하지 않겠다. 오로지 희망만 가지고,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조건은 성숙됐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시점에 열리게 될지는 잘라 말하기 어렵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의 외교팀이 정비되면 바로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이라크 파병 부대는 언제까지 주둔시킬 계획인가?
= 날짜를 예측하긴 어렵다. 예측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간 목적이 이라크의 평화와 질서 안정, 미국과의 협력이므로, 미국 또는 함께 참여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이 참여하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철수 시점이) 될 것이다. 특별히 감당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금 예측하는 상황대로라면 끝까지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리/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균형발전은 수확에 15년 걸리는 감농사”
‘노무현식 비유’로 고충 토로…야당 우회 비판도

■기자회견 표정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비교적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회견 들머리에서 경제 활성화를 기조로 하는 내용의 준비된 연설문을 15분여 차분하게 읽었고, 이후 50여분 동안 진행된 질문·답변에서도 비교적 담담한 톤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특유의 비유를 섞어가며 각종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그는 ‘국가 균형발전의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릴 때 과수원을 했는데, 감의 첫 열매를 따는 데 7년이 걸리고 제대로 수확하려면 15년이 걸리는데도 저희는 감나무를 심었고 수입도 좋았다”며 “지역균형 발전도 그런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 부총리 인선에 대해 “이 문제는 신랑감 구하기와 같다”며 “다 좋으면 좋겠지만, 기업하는 분들 얘기를 들어봐도 딱 맘에 드는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사태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낭독한 회견 내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 문제에 관해서는 성실히 제 입장을 답변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므로 조금 더 넓게 질문을 받겠다”고 추가질문을 받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우회적 비판도 가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경제를 내세워서 일부 개혁법안들의 ‘발목잡기’를 하고, 연말에 예산까지도 제대로 통과가 안 될 뻔했다”며 “경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정치적 입장 살리기이고, 기득권 살리기 아니냐”고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을 앞두고 지난달 20일 이후 참모진과 네 차례에 걸쳐 연설문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준비회의에서는 처음부터 ‘경제 올인’으로 회견 기조가 잡혔고, 회의가 계속되면서 이를 위한 각종 정책들이 차츰 구체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견에는 27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몰렸으나, 국무총리와 부총리 등 각료들은 배석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경호실장, 국가안보보좌관 등 장관급 이상 참모들만 배석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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