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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3 11:21 수정 : 2005.01.13 11:21

고일환 김남권 김범현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을유년(乙酉年) 새해을 맞아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활성화 및 서민생활 안정대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올 한해 국정운영 기조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한 남북정상회담 및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전망, 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 인사 파문,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답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과의 문답을 정리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과 구상은. 또한 북핵문제의 경우 현재 6자회담이 열려도 큰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다. 북핵문제 돌파구 마련을 위해 대통령이 내놓을 진전된 방안은.

▲남북정상회담에 관해서는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들이 많다. 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희망일 뿐이지 상대가 있는 문제이므로 희망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제 입장은 분명하다. 언제 어디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가 응한다면 주제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 또 가능성이 있으면 적극 제안할 용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제가 보기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가능성이 좀 낮다고 보고 있다.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면 너무 길 것 같다. 지금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흥정도 마찬가지이듯 가능성이 낮은 일에 자꾸 목을 달아 매면 협상력이 떨어진다. 물건도 자꾸 사자고 매달리면 값이 비싸진다. 그래서 가능할 때 그야말로 적절한 수준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협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분위기만 자꾸 띄우는 것은 크게 좋은 일은 아니다.

6자회담 안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6자회담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부정적, 비관적 전망은 전혀 하고 싶지 않다. 그 다음의 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정적인 전망도, 부정적일 경우에 대비하는 다음의 대비책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로지 희망만 가지고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해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성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중소기업 정책의 성과를 계량화해서 측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 만나서 기업이 원하는 규제완화가 뭔지 직접 듣고 투자를 당부할 계획은 없나.

▲대통령도 경제를 살리는데 상당한 기여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해 일자리가 42만개 정도 늘어났다. 그러나 국민이 일자리가 늘어난 것을 느끼지 못한 것은 늘어난 일자리 중에 비정규직이 많고 일자리 품질이 나빠진 것이다. 통계상 고용상태에 있는 사람 중에서도 자기 일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자리의 내용이 나빠진 것이다. 소위 비정규직 문제, 일자리 가진 사람들 사이의 격차 문제다. 어쨌든 지난해 목표는 달성했다.

1월 중 중소기업 정책을 세울 것이다. 계량적 지표를 제시할 수 있다면 제시하겠다. 제시하지 않더라도 중소기업 정책자체를 혁신하고, 꼭 달라지게하겠다. 서민대책은 피부로, 중소기업 정책은 머리로 이해할 수 있게 하겠다.

기업총수를 못만날 이유도 없다. 만나서 고견을 들어보고 싶다. 사업에서 큰 성공을 이룬 분들의 경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재벌 총수뿐 아니라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려고 한다.

그러나 시중에서 이야기하듯이 재벌 총수만나 투자독려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관치경제 시대가 아니다. 정부가 규제나 권력으로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기업 돈줄을 죄는 것은 98년 외환위기 이후 끝났다. 공개되고 투명한 정책만 있을뿐이다.

대통령을 만나 사기가 살고 투자가 늘어난다는 사고는 이미 이 시대에 맞지 않다. 그렇게해서 살아나는 투자의지는 진정한 투자의지가 아니다. 합리적인 투자의 계산, 그리고 판단이 중요하다. 그 판단에 있어서 도전적인 의지가 있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환경이 중요하다.

일부 경제단체가 이야기하는대로 조용히 만나서 애로사항 들어주는 것은 과거 제왕시대에 하던 것이지 민주주의 지도자 시대에 하는 일이 아니다. 제가 아무것도 줄 게 없다. 개별적으로 줄 게 없는게 가장 큰 고민이다. 그래서 특별한 격려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지난 연말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송년 만찬회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조급하게 굴지말고 차근차근 해나가자'고 말씀하셨다. 과거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두가지 문제에 대한 입장변화가 있는 것인가.

▲큰 원칙을 선언했고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다만 대통령의 생각은 생각일 때는 생각으로 받아주고 정책은 정책으로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에 관해서 저의 생각은 변함없지만 이 문제에 관해 대통령은 생각은 표현하지만 특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거듭 말씀드린다. 두개 다 국회에서 토론을 통해 결정될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추진을 위해서 특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찬할 때는 덕담수준으로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포괄적으로 당의 국회 운영전략은 당에서 결정하십시오.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 포괄적으로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 정기국회에서 이러이러한 법은 꼭 통과시켜주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기국회 전략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간섭하지 않게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덕담하고 이어서 어려운 문제가 많겠지만 좌절하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당시에 한꺼번에 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이해가 되길래 지도부가 다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여유있게 풀어나가자는 격려였다.

당이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언제까지 통과해야 한다, 언제까지 뭐해야 한다는 것을 못박아서 당의 자율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부담을 주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과거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리환경 때문에 덕담하고 표현이 누그러지는 일은 있지만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고 저 자리에서 저렇게 말하는 등 함부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지향하는 가치의 문제이고 역사적 과제다. 우리나라만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 어느 나라도 새로운 역사로 가기 위해 반드시 과거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하고 그렇게 가고 있다.

세계 역사의 보편적 흐름을 한국만 거역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문제해결에 관한 과정에 있어서는 국회에서 융통성 있는 해결이 가능하지 않느냐 기대하고 있다. 그런 것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주시고 큰 원칙을 함부로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고 싶다. 과거사문제는 국회에서 잘 처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국회는 연말까지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을 승인했다. 승인 기간 이후에도 이라크 주둔 가능성이 있는가. 납치된 것으로 여겨지는 한국인에 대한 정보가 있는가. 6자 회담은 언제 열릴 것으로 생각하나.

▲납치문제에 관해 저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 정부가 계속 확인 중이다. 한국인 2명이 납치됐다는 얘기에 대해 계속 확인 중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6자회담이 열릴 시기에 관해, 6자회담이 열릴 수 있는 조건은 성숙됐다고 생각한다. 장애 사유는 지금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열릴 지는 잘라 말하기 어렵다. 자칫하면, 틀리면, 실수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개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외교팀이 정비되면 바로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라크에 나가 있는 파병부대, 자이툰 부대가 언제까지 잔류하고 언제 철수할 것인지 날짜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결국 우리의 계획은 항상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의 범위 안에서 세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대개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렇게 오래가지 않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간 목적은 이라크에 평화와 질서가 안정되는 것이고, 아울러 미국과의 협력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 그래서 미국 또는 함께 참여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이 참여하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시점, 그것이 우리 부대가 주둔해야 하는 시점일 것이다.

말하자면 그와 같은 점에 있어 서로 협력해야 한다, 특별히 감당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예측하고 있는 상황대로라면 끝까지 협력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경제활성화 의지 강조하셨다. 경제 강조하는 것을 여러 주요 국정개혁과제 중 소위 국보법 등을 포괄해서도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인지. 성장과 분배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증권집단소송제 등에 대해 당정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모습도 보였다.

▲경제와 비경제 분야 정책을 대립적인 것으로, 배타적인 것으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을 경제법안에 걸어버렸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국보법 하다가는 경제법안도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걸지만 않았더라면 경제는 경제고 국보법은 국보법이고 동시에 할 수 있었다. 국회에서 걸고 싸우지만 않았더라면 이번에 통과시킨 것보다 몇 배나 많은 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경제는 경제대로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조사하고, 국정원에서 과거사 조사한다고 경제가 나빠지나. 국방부에서 과거 의혹사건에 대해 진상 밝힌다고 해서 경제가 안된다는 법이 있는가. 관계가 없는 것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묶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경제를 내세워서 일부 개혁법안 발목잡기 하고 발목잡기 위해 경제법안까지 연말에 발목이 묶여서 예산까지 통과가 안될 뻔 했다. 적어도 12월 중순까지 예산이 결정돼야 지방예산 배분하고 각 정부의 예산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보름 이상 묶여 정부가 새해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경제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경제살리기가 아니고 무슨 정치적 입장 살리기다. 기득권 살리기 아닌가.

성장과 분배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은 성장이 더 중요한가 분배가 더 중요한가. 저한테 성장이냐 분배냐 묻는 사람한테 성장이 중요하냐 분배가 중요하냐 묻고 싶다. 지금 경제 잘하는 국가 중에서 성장 소홀히 하는 나라가 어디 있고 분배 소홀히 하는 나라가 어딨는가. 잘하는 국가는 두 가지 다 잘하고 못하는 나라는 두 가지 다 시원치 않다. 남미 등 일부 포퓰리즘이라고 알려져 있는 국가도 성장과 분배 문제 때문에 경제가 침체돼 있는 것도 아니고 포퓰리즘도 사실이 아니다. 잘못된 경제이론 가지고 한국에서는 그것이 마치 통설인 양 왜곡돼 있다. 아직 정설로 정립돼지 않았다. 논쟁이 많은데 경제이론을 정파적 이해에 따라 왜곡해서는 안된다. 분배도 중요하고 성장도 중요하고 이 두가지는 두 마리 토끼 관계가 아니다. 함께 가지 않으면 둘 다 성공할 수 없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 일관성. 통일성 문제다. 이 문제는 희망일 뿐, 영원한 숙제다. 세계에서 정치가 아주 발전한 나라, 성숙한 나라에도 정책 조율과정은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람 생각 다 다르고 의견은 입을 열지 못하게 닫아놓을 수 없고 취재진 취재 막을 수도 없다. 각기 취재를 하면 모든 정책의 출발점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의견이 가면서 하나로 통일 되는 것이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정책의 발전.조정과정이다. 서로 다른 것이 이 조정 과정 거치면서 하나로 통합돼 나가는 이 과정을 정책발전의 지극히 자연스런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정부정책 지켜보고 자기행동 결정하는 투자자 등 많은 이들은 신호를 볼 때 조금은 조심스럽게 보는 것이다 .어느 쪽 신호가 결론으로 날 지 알아맞히는 것이 증권투자의 재미 아니냐. 그런 것이다. 결론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안정된 사업하는 이들이고 그 전에 하는 분들은 모험적이고 투기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고. 이렇게 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대 시장주의 아니냐. 처음부터 확정 딱 돼 한마디로 나오는 것은 전제군주시대다. 이러면 대통령 입만 쳐다보고 있으면 된다. 지금은 그렇게는 안된다. 다양한 의견을 조정해가는 과정이 정책결정 과정이고 정치적 과정이다. 이렇게 이해해 달라.

--일본에서는 '겨울연가'를 비롯해 한류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한일관계를 한단계 올리기 위해 대통령의 임기 중에 일본 천황 방한 문제를 추진할 생각은 없는지.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 우정의 해다. 천황의 방한 전단계 의미로 황태자의 방한을 추진할 생각은 없나.

▲일본에서는 천황이라 부르지요. 이것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불리워지는 이름인지 미처 확인을 못했다. 내가 어떤 용어를 써야할지 일본 왕이라 써야하나 천황이라 써야하나 미처 준비 못했다. 양해해 달라. 일본 천황의 방한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 입장은 이미 초청 상태일 것이다. 또 언제나 환영한다는 입장 그대로다.

해결해야 할 것은 해결해야 되지만 몇가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일본 천황의 방 한 자체를 막아버린다는 것은 합리적인 처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한은 방한이고 처리할 문제는 처리할 문제대로 병행해 나가겠다. 언제든지 방한하신다면 최고의 예우를 다해서 환영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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