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 (가운데)등 당직자들이 12일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열기 위해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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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정, 당권· 보안법문제 ‘따로 또 같이’
재야파·참정연도 원내대표 경선 등 공조
7~8개 계파 ‘개혁·중도·실용파’로 진화중 열린우리당의 계파 정치가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출신 배경과 친소관계로 맺어진 과거의 인연이 여전히 끈끈하게 작용했지만, 지난 연말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을 둘러싼 당내 노선 대결과 전당대회를 앞둔 이합집산을 겪으면서 정책과 조직 노선을 중심으로 계파가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창당을 전후해 돈·조직과 충성을 맞교환하던 보스 중심의 계보정치가 사라진 데 뒤이은 변화이다. ◇ 천·신·정의 분화= 열린우리당 내 당권파의 주축이자 산실인 바른정치모임에서 핵을 이루고 있는 이른바 ‘밀알회’의 정동채·천정배·신기남 의원 등 7명이 최근 모여 당권문제를 논의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가까운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문희상 의원을 (새 당의장으로) 지지하자”는 얘기를 꺼냈으나, 신기남 의원은 “문 의원의 정치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개혁을 추구하는 당의 색깔과 맞지 않는다”며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치모임의 한 소장파 의원도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들이 잇따라 당 대표로 내려오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반대했다. 신 의원은 정부·여당이 전반적으로 ‘우향우’하는 현 흐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보고, ‘개혁과 단결’을 기치로 자신이 의장에 도전할 생각이다. 신 의원 쪽은 전당대회를 두 번 치러낸 조직력에, 개혁성향이 강한 대의원들의 마음을 파고 들 경우 승산이 높다고 자신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도 신 의원의 구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장관 쪽은 대통령후보 경선을 염두에 두고 문 의원과 손잡기를 원한 반면, 신 의원은 당의 정체성을 강조한 셈이다. 보안법 논쟁 과정에서도 바른정치모임의 중진의원들은 대부분 대체입법을 통한 타협을 지지했으나, 신기남·천정배 의원만은 보안법 폐지라는 당론을 고수했다. 바른정치모임은 변호사·방송인 등 전문직종 출신이 중심이 된 당내 계파로, 과거 민주당 시절에는 동교동계에 맞서 싸우는 진지 구실을 해왔으나 정치적 성향은 다양한 편이었다. 이제 당의 진로를 놓고 새로운 과제가 등장하자, 구성원들의 고유한 색채가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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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야파와 참정연의 부분 공조= 장영달·김태홍 의원을 비롯한 재야파와 유시민·유기홍 의원 등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는 2002년 대선후보 경선과 신당 창당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보안법 폐지를 내걸고 ‘240시간 의총’을 함께 하면서 연대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우선 오는 28일 원내대표 경선과 4월 전당대회 때 두 계파가 공조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재야파인 우원식 의원은 “13일 (재야파 모임에서) 국민정치연구회에서 원내대표 후보가 확정될 경우 (참정연쪽과) 연대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참정연도 지난해 연말 모임에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에게 주어지는 2표 가운데 한표는 재야파와 연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런 흐름은 재야파의 참정연의 뿌리가 같다는 점에서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그러나, 두 계파는 조직노선에서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어 전면공조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참정연은 기간당원을 중심으로 한 철저한 상향식 당 운영을 강조하며, 당내 이념논쟁은 부차적인 문제로 여긴다. 유시민 의원은 “대통령과 총리가 개혁적인데, 당의 얼굴이 개혁적이냐 보수적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민주적 당 운영원리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반면에, 재야파는 참정연의 조직관을 ‘지나친 집착’이라며, 정책노선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 향후 전망= 열린우리당 안에서 노선대결이 강화되면, 많게는 7∼8개까지로 분류되는 각 계파들이 개혁파, 중도파, 실용파의 3개 정도로 압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이 강조되는 ‘친노 직계’는 이념적 동질성이 약한데다, 조직적 기반마저 취약해 세력재편 과정에서 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재야파와 참정연, 바른정치모임의 일부가 개혁의 중심축을 이루고, 바른정치모임의 나머지와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가 실용주의 노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 광범위한 중도파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런 계파정치의 변화 흐름은 대선후보 사이의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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