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새로 당직을 맡은 김무성 사무총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왼쪽 끝), 전여옥 대변인(오른쪽 끝)에게 임명장을 준 뒤 손을 잡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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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박대표 ‘친정’ 강화…보수·소장파 반발조심
정책의장 박세일 / 사무총장 김무성
대표비서실장 유승민 / 단독대변인 전여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큰 폭의 당직개편을 통해 ‘박근혜 2기 체제’를 출범시켰다. 알려진 대로 정책위의장에는 박세일 의원이, 사무총장에는 김무성 의원이 임명됐다.
박 대표는 이와 함께 대표비서실장에 유승민 의원을 기용하고, ‘공동 대변인제’에서 ‘단독 대변인제’로 바뀐 대변인에는 전여옥 의원을 유임시켰다. 또 기존 정조위원장 6명 가운데 황진하 제2정조위원장만 빼고 나머지 자리는 유정복(1정조)·박재완(3정조)·이혜훈(4정조)·이주호(5정조)·박찬숙(6정조) 의원 등 새 얼굴로 모두 교체했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에는 윤건영 의원이 내정됐으며, 제1사무부총장에는 권경석 의원이 기용됐다. ◇ 두 가지 노림수=새 진용을 보면, 박 대표는 당 장악력 제고와 함께 정책정당 이미지 강화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신과 가장 접촉 빈도가 높은 비서실장에 제3정조위원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을 앉히고, 전여옥 의원을 원톱 대변인에 유임시킨 것은 친정체제 구축의 성격이 강하다. 두 사람 모두 박 대표와 인연이 깊지 않았으나, 1기 체제에서 당직을 맡는 동안 “말이 통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박 대표와 ‘코드’를 맞췄다. 특히 유 의원은 지난해 말 4대 법안과 기금 3법의 처리 과정에서 박 대표의 보수적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그의 행동반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 안팎에선 “여야 4인 대표회담에서 유명해진 박 대표의 ‘공포의 수첩’은 많은 내용이 유승민 의원한테서 나왔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는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으로, 대선에 깊이 관여했던 경력 때문에 박 대표의 정치·경제 ‘과외교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초선의 박세일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한 것은 당 선진화와 비전 제시에 주력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4대 법안 정국에서 보여준 ‘반대만 하는 정당’의 이미지를 씻고, 당과 정치의 개혁 등에서 승부처를 찾는 일종의 ‘포지티브’ 전략이다. 박 의원이 이끌 정조위원장 진용에 대해선 전문가 중심의 실무형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신임 김무성 사무총장은 조직의 안정적 관리를 염두에 둔 인선으로 분석된다. 만만치 않은 반발=이번 당직개편으로 드러난 ‘친정체제 강화 및 보수화’에 대해선 비판론도 적지 않아, 박 대표 2기 체제의 순항을 점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불만의 목소리는 소장파와 일부 중진 의원 등 양쪽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 보수강경파인 김용갑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어 “소수의 이너서클이 박 대표의 의사결정 과정을 좌지우지하고, 박 대표 역시 ‘코드가 맞는’ 몇몇 그룹만을 품에 안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의원도 “편한 사람들만 함께 하려는 태도에 의원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장파들은 박 대표의 ‘개혁성 부족’과 ‘철학의 부재’를 문제삼는 분위기다. 소장파들이 모인 수요모임의 이성권 의원은 이날 당 상임운영위에서 “새 당직자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탁월하다 해도, 중요한 것은 사람보다 당의 진로와 방향”이라며 “박 대표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요모임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 주변에 보수적 비전의 정치인들이 포진했다”며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수용해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재권 류이근 기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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