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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료 제청권 ‘삐끗’ |
이해찬 국무총리는 9일 이기준 전 교육 부총리의 낙마와 관련한 그동안의 경과 등을 보고 받고 “앞으로 깨끗하지 않으면 공직에 취임하기 어렵겠구먼”이라고 혼잣말처럼 했다고 한다.
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도덕적인 기준이 더욱 중요해진 점을 강조한 것인지, 아니면 흠결이 전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뜻으로 한 얘기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틀림없다.
이 총리가 이날 낮 노무현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밝혔듯이, 이기준 전 부총리를 추천한 ‘당사자’는 이 총리였다고 한다. 이 총리는 교육부 장관 시절 서울대 총장이던 이 전 부총리가 학교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수평가제 등 여러가지 ‘개혁 작업’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의 한 측근은 “대학 개혁에는 이 전 부총리가 적임자라고 판단한데다, 그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사람이고,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을 추천할 때 고려했다”며 “사외이사 문제나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 등은 이미 걸러졌던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고, 장남의 재산 문제 등 새로 불거진 문제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역대 총리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각료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한 이 총리로서는 이번 사태로 체면이 깎이게 됐다. 그러나 별도의 유감 표명 등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총리의 다른 측근은 “검증을 하는 쪽에서 좀더 철저하게 문제를 살펴봐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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