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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3 22:13 수정 : 2019.12.24 02:41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4+1, 패스트트랙 법안 모두 합의
한국당 반대속 밤늦게 올려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자유한국당은 즉각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도 ‘4+1’이 합의해 사실상 본회의 표결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이날 민주당이 ‘4+1’ 합의안 본회의 상정을 시도하면서 자유한국당은 밤늦게까지 격렬한 항의를 이어갔다.

■ 4+1 “수정안 공동발의”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밤 9시40분께 전격적으로 선거법을 상정했다. 애초 ‘4+1’이 합의한 선거법 수정안은 의사일정 27번에 올라 있었지만, 자유한국당이 앞서 처리 중인 예산부수법안에 무더기 수정안을 제출하며 지연전술을 쓰자 순서를 앞당겨 상정했다.

이에 앞서 ‘4+1’ 원내대표급 회의를 이끌어온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저녁 7시20분께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선거제도개혁법과 검찰개혁법의 수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하며, 합의 내용의 최종적 관철을 위하여 끝까지 공동 노력하기로 한다”고 밝힌 뒤 연동제를 제한적 수준에서 도입한 선거법안의 경우 앞으로 비례성과 대표성을 더 강화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사이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민주당은 이달 초부터 ‘4+1’을 원내대표급 회의체로 격상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공식 논의해왔다.

이날 합의한 선거법 수정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지금과 같은 253석, 47석으로 유지한 채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연동형 캡은 30석, 석패율제는 도입하지 않는 방식이다.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원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25일 임시회가 끝나면 다음날 새 임시회를 소집해 선거법을 표결 처리한 뒤 나머지 예산부수법안을 재상정해 처리 절차를 밟고, 이후 공수처 설치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차례로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오전부터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말에 집중 논의를 거쳐서 ‘4+1’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 마지막 한 고개만 남았다”며 합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4+1’ 합의를 가로막았던 석패율제에 대해 민주당을 제외한 ‘3+1’이 공식적으로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은 급진전됐다. 민주당은 오후 1시30분 의원총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박수로 추인했다.

■ 한국당 결사 저지

선거법 저지를 공언해온 한국당은 ‘4+1’ 협상 타결 분위기가 감지되자 ‘결사 항전’을 준비하며 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국당 몇몇 의원들 사이에서 오전 공개된 ‘4+1’의 선거법이 크게 불리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막판 극적 합의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당은 투쟁을 택했다.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한 심재철 원내대표는 “비례 연동률이 50%가 됐든 10%가 됐든 무조건 위헌”이라며 “자기 이익만 가지려 오락가락하는 사람들을 우리 국민들이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두차례 열어 법안 저지 전략을 논의했다. 본회의장 앞을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방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방안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물리적 봉쇄는 최소화하고 필리버스터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물리력을 행사했다가는 여론의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몸싸움으로 의원들 상당수가 고발된 상태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저녁 8시께 본회의가 시작되자 ‘임시국회 회기를 25일까지로 하자’는 안건이 제일 먼저 상정됐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문 의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찬반 토론만 허용한 뒤 표결에 부쳤다. 안건은 통과됐다. 이후 예산부수법안이 상정되자 한국당은 무더기 수정안을 제출하며 또다시 지연책을 폈다. 그러나 민주당이 한국당보다 뒤에 수정안을 제출해 민주당의 수정안이 먼저 표결에 부쳐졌고, 이 수정안이 가결됨으로써 한국당의 수정안들은 표결에도 부쳐지지 않고 폐기됐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위한 ‘창과 방패의 대결’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김원철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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