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0 22:49
수정 : 2019.12.11 09:23
민주, 한국당 마라톤 협상 결렬
512조 규모 본회의 상정 뒤 가결
표결 불참 한국당, 문 의장 비판
비쟁점 16개 안건은 먼저 통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합의한 2020년도 예산안이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반발 속에 10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긴 지 8일 만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어서, 선거제개혁 법안과 검찰개혁 법안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들도 한국당을 배제한 ‘4+1’ 중심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관련기사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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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 예산안을 가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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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이날 밤 8시38분 본회의를 열어 512조3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재석 의원 162명에 찬성 156표, 반대 3표, 기권 3표로 가결했다. 정부안(513조5천억원)에서 1조2천억원가량 감액된 규모다. 앞서 한국당은 본회의를 앞두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500조원 미만으로 책정한 자체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의 의견을 내면서 이 또한 표결 없이 폐기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문희상 의장은 사퇴하라” “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국회는 전날 여야 3당이 합의한 것과는 반대로 ‘예산안 협상 결렬’ 소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여야 3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전해철, 한국당 이종배,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전날 마무리 짓지 못한 예산안 심사를 이날 아침 7시45분께 재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더 시간을 끌 경우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어려워진다고 보고 ‘4+1’ 협의체에서 준비한 예산안 수정안 처리를 시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빠진 예산안 처리에 부담을 느낀 문희상 국회의장이 합의를 요구하면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막판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3당은 예산안 1조6천억원가량을 삭감하기로 의견을 모아 합의 처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부사항을 두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 도중 기자들과 만난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존 (4+1에서 합의한 1조2천억원 순감액) 세부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걸 따지게 되면 시간이 걸려서 오늘 처리를 못 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며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감액 규모가 방대한데, 한국당이 또 내용을 따져 들기 시작하면 며칠이 더 소요된다”고 강행 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심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하는 등 마지막까지 저항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본회의가 시작된 뒤에는 국회선진화법 탓에 ‘물리적 저지’가 불가능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본회의 뒤 “이번 예산안 심사는 총체적 불법의 결정판”이라며 “4+1이라는 불법적 협의체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정당성도 전혀 없는 그야말로 예산 도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날 국회는 예산안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이견이 없는 비쟁점 법안을 오전 본회의에 먼저 올려 통과시켰다. 오전 10시50분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는 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과 경사진 주차장에 고임목을 두도록 한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등 16개 안건을 의결했다.
김원철 김미나 서영지 이지혜 기자
wonchu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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