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0 21:08
수정 : 2019.12.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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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가운데 2020년 예산안을 가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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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가운데 2020년 예산안을 가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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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합의한 2020년도 예산안이 자유한국당 반발 속에 10일 통과됐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긴 지 8일 만이다.
국회는 이날 저녁 512조3000억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재석 의원 162명에 찬성 156, 반대 3, 기권 3표로 가결했다. 이는 정부안(513조5000억)에서 1조2000억가량 축소된 규모다. 세부내용을 보면,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단가를 인상해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예산이 2470억원 증액됐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단속카메라 설치 등 안전시설을 위한 예산도 1100억원 반영됐다. 또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875억원이 증액됐고, 소방 대형헬기 사고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헬기 도입 예산으로 144억 신규 반영됐다.
이날 저녁 8시38분께 본회의가 개의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우르르 본회의장으로 들어왔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의장이 내년도 예산안을 먼저 상정하겠다고 하자 “날치기” “이건 반칙이다” 라고 소리쳤다. 김재원·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의장석 바로 앞까지 다가가 항의했고,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이러면 토론이 불가능하다”고 만류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도 앉지 않은 채 “문희상 의장은 사퇴하라” “아들 공천 대가”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문 의장의 지역구에 아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것이었다. 여기에 맞서 민주당은 “토론종결”을 외쳤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예산안과 관련 1조6000억가량 삭감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액 규모까지는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한국당이 어떤 항목을 삭감할지 일일이 따져보겠다고 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삭감 규모가 방대한데 한국당이 주장한 대로 세부항목에 대해 따지기 시작하면 예산안 처리에 며칠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심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교섭단체 3당이 계속 논의한 끝에 (순감액 규모를) 1조6000억원으로 합의를 봤다”면서도 “기존 (4+1 합의한 1조2000억 순감액) 세부내용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걸 따지게 되면 시간이 걸려서 오늘 처리를 못 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며 “지금 국회의 예산심의권은 완전히 망가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지 이지혜 기자
yj@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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