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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5 17:01 수정 : 2019.11.15 17:06

자유한국당 재선 의원인 김성찬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 재선 의원인 김성찬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총선을 앞두고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자유한국당에서 재선 의원인 김성찬 의원(경남 창원시 진해구)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앞서 불출마 회견을 했던 초선 비례대표 유민봉 의원이나 불출마 뜻을 거듭 밝힌 6선 김무성 의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불출마자로 분류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야말로 쇄신론에 호응하며 나온 사실상 첫 사례인 셈이다. 재선 김태흠 의원의 ‘영남·강남 3선 용퇴론’으로 시작된 쇄신 요구의 압박이 비로소 중진 의원들을 향하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금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과 함께 모든 것을 비워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면서 “고민 끝에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저에게 주어진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더 좋은 인재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할 때”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보수 통합’에 힘을 줬다. 김 의원은 “자유세력 대통합과 혁신을 위해서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할 때”라며 “저의 이번 결정이 자유세력 대통합과 혁신을 위해 치열한 토론과 고민, 행동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로 싸우면 미래가 다친다. 미래를 위해 과거에 대한 생각을 넓게 잡고 같이 나아가자”고도 덧붙였다.

한국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앞서 5일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이 ‘영남·강남 3선 용퇴론’으로 포문을 연 데 이어, 6일 황 대표가 ‘보수통합’을 공론화했고 그 다음날인 7일 초·재선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인적 쇄신’을 화두로 밀어올렸다. 그러나 유민봉 의원이 기존의 불출마 뜻을 재확인(6일)한 것 외엔 정작 자신이 희생하겠다는 목소리가 어디서도 나오지 않으면서 분위기는 냉소로 변했다. 친박계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초·재선들이 중진들을 향해 ‘수도권 험지출마론’을 요구하면서 선수·계파 간 알력 다툼처럼 비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는 “초·재선이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나는 총선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해야 한다”며 “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철희·표창원 의원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초선들이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젊은 층으로 총선기획단을 꾸리는 등 착착 단계를 밟고 있는 것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영남권 재선인 김 의원의 사퇴가 발표되면서 회의적인 분위기는 일단 다소 덜어지게 됐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의 불출마 발표를 놓고 “큰 결단을 내려준 것에 대해 아쉽고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중진·당 내 잠룡들을 향한 ‘용퇴’ ‘험지 출마’ 압박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의원은 이번 불출마 결정을 내리면서 지도부나 다른 초·재선 의원들과 교감을 갖고 움직인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황 대표와 면담한 적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것은 없었고, 제가 혼자 결단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작은 울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마음”이라고 답했다. 앞서 초·재선 의원들이 쇄신안으로 제안한 ‘중진 용퇴론’에 대해선 “각자가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날 그의 불출마 회견엔 박맹우 사무총장과 김성원 대변인이 동석했다. 김 의원은 언제부터 불출마를 고민했느냐는 질문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을 들을 때, 지역에 가서 경제·안보 걱정을 보면서, 매주 ‘태극기’ 세력이 광화문에 가는 것이 짠하고 마음 아팠다”며 “걱정과 어려움을 보며 가만 있을 수 없어 평상시 고민을 혼자 오래 많이 해 왔다”고 답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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