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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6 15:34 수정 : 2005.01.26 15:34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 연합

임태희 ‘대변인 사퇴의 변’ …당 노선투쟁 본격화

“노무현 정권의 경제실정과 국정파탄에 의존하며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감나무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임태희 한나라당 전 대변인)

한나라당 지도부를 대변하는 ‘입’에서 중도개혁파의 ‘대변인’으로 보직을 변경한 것일까? 한나라당이 2월초로 예정된 연찬회를 앞두고 당내 강경보수파와 소장개혁파, 중도개혁파 사이의 노선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의 개혁을 요구하는 소장 개혁파와 중도파는 물론 보수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대로 가다간 차기 대선에서 또 진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표를 축으로 한 지도부에 반기를 든 탓이다. 일부에선 현재의 한나라당 틀로 재집권할 수 없으니 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해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표 임기 전반기에 전여옥 대변인과 함께 ‘투톱’ 대변인을 맡았던 임태희 의원이 지도부와 당내 강경보수파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국보법 법사위 상정 막아선 안돼”
“강경보수 연장선 당명개정 의미없다”

임 의원 지난 25일 홈페이지(www.manforyou.co.kr)에 ‘대변인 사퇴에 즈음하여 드리는 편지’를 통해 “강경한 보수의 이미지로 ‘2007년 대선승리’라는 미래가 없다”며 “당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당내 중도그룹인 ‘국민생각’과 ‘푸른모임’ 소속인 임 의원이 대변인 시절 제약받았던 당내 노선투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임 의원은 대변인 시절에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임명을 놓고 전여옥 대변인과 정반대의 논평을 내는 등 지도부 노선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임 의원은 홈페이지 글에서 “정부·여당의 실정이 아무리 극에 달해도, 한나라당이 확실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국민들은 철저하게 한나라당을 외면한다는 사실을 지난 대선을 통해 경험했다”며 “또 다시 두 번의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 할 수는 없다”고 당의 변화를 강조했다.

임 의원은 당 개혁을 위해 무엇보다 지난 연말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 싸움에 대한 맹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여론의 지지를 받는 상황이었던 만큼, 보다 유연한 자세로 국회 법사위 등 공론화된 장에서 논리적 싸움을 벌여야 했다”며 “과거의 반공제일주의 시각으로 비쳐져 강경보수의 이미지를 안게 되는 부담으로 되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당명 개정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욱 외연을 확장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시발점으로 과감한 당 쇄신방안과 노선정립이 우선돼야 한다”며 “강경 보수 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 당명 개정은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임 의원은 “일부 고정지지층으로부터 욕을 먹더라도 40%의 중도층을 한나라당 지지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나라당 스스로가 과감히 다가서야 한다”며 “노무현 정권의 경제실정과 국정파탄에 의존한 ‘감나무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임 의원은 “당이 정말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도록 온 몸을 던지겠다”며 “또 다시 대선 실패의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당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누리꾼 “당권잡기 위한 정치적 꼼수”,
“개혁없으면 집권 불가에 공감”

한편, 임 의원의 발언을 비롯해 한나라당 내부에서 재집권을 위해 개혁과 당 해체론이 잇따라 불거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찬반논쟁이 팽팽하다.

조선닷컴(www.chosun.com)에서 ‘유수경’은 “(당을) 해체하고 둘로 나누면 원희룡이나 남경필 지지하는 사람들과 박근혜 지지하는 사람들로 또 쪼개지는 건데 열우당이 아주 지화자를 부르겠다”며 “당권 장악하려고 별 꼼수를 다 쓰는구나”라고 비판했다.

‘권재중’도 “ 이제서야 한나라당이 본연의 색깔을 가지고 어필하고 있는데 단지 정권을 잡기 위해 인기를 쫓아 당을 바꾸면 안된다”며 “한나라당은 한나라당 본연의 모습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절대로 해체해서는 안된다”고 거들었다.

반면 네이버(www.naver.com)에서 ‘hhhstuff’는 “한나라당이 지금처럼만 하면 분명 다음 대선에선 승리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것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알면 바꿔라. 자기 이익을 위해 날뛰는 이들이 아닌 진정한 보수가 필요하다”고 개혁론에 공감을 표시했다.

‘qnwkkr’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일고 있는 한나라당 해체론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현실을 바로 보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보수당으로 인정 받으려면 과감하게 3, 4, 5, 6공 세력과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j1984’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게 어찌 당 해체인가, 분해 재조립이지”라며 “원판불변의 법칙도 모르는가? 똑같은 부품을 다시 끼운다고 ‘장땡’인가”라며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아래는 임태희 의원의 홈페이지 편지글 전문이다.


■ 대변인 사퇴에 즈음하여 드리는 편지

대변인으로 있는 동안 저에게 보내 주셨던 관심과 격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먼저, 2005년 을유년 새해를 맞아 가정에 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실정에 대한 비판 보다는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합리적인 보수의 소리를 대변하는데 중점을 두고자 했습니다.

저는 대변인을 시작하면서 ‘국민의 눈으로 보고, 국민의 귀로 듣고,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의 입으로 말하는 대변인’이 되겠다는 다짐을 한 바 있습니다.

저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실망하는 국민들이 70%를 상회하고 있음에도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30%를 밑돌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자 했습니다. 나머지 40%의 사람들이 ‘한나라당 선택’을 주저하고 있는 이유를 파악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집권의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정에 대한 독한 비판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합리적인 보수의 소리를 대변하는데 중점을 두고자 했습니다

왜냐하면, 한나라당이 말하지 않아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국정 운영이 기대 이하라는 것은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속이 후련한 비판이 순간적으로 우리 지지층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으나, 40%의 중도층으로부터도 사랑받는 한나라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부·여당의 실정이 아무리 극에 달해도, 우리 한나라당이 이같은 실정에 대해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확실한 미래의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국민들은 철저하게 한나라당을 외면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대선을 통해 경험하였습니다. 또 다시 두 번의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 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보안법, 공론화된 장에서 논리적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한 대처도 이러한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50대 이하의 사람들은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입니다. 또, 먹고 살기 힘들어 북한을 탈출하는 탈북자들이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이 국가 안보의 ‘최후의 보루’인 양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설득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여론이 우리편이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실생활에서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가 많은 법안이 아니므로 국민들은 국가보안법을 꼭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 논리적으로도 우리 한나라당의 개정안이 열린당의 형법보완안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안의 논리적 취약성과 함께, 경제를 무시하고 명분만 추구하는 무책임한 실체를 드러낼 수 있는 사항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사위에서 논리적 싸움을 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설령 여당이 논리적 싸움을 형식적으로 진행하다가 강행처리를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극심한 반발과 비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두려워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이를 감안할 때, 우리는 보다 유연한 자세로 이 문제를 접근했어야 함에도, 과거의 반공제일주의 시각으로 국가보안법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비쳐져 강경보수의 이미지를 안게 되는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말았습니다.

4대법안의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강경한 보수의 이미지로는 ‘2007년 대선승리’라는 미래가 없습니다. 4대법안의 처리과정에서 원하든 원치 않았든 한나라당과 우리 박 대표는 강경 보수의 이미지로 비쳐지는 큰 정치적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는 강력하고도 폭넓은 고정지지자를 갖고 있는 박대표의 지지층 확산을 막기 위해서 열린당이 치밀하게 기획한 결과물입니다.

아마도, 열린당은 계속해서 이러한 전략으로 ‘한나라당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강경수구 세력’이라는 이미지로 몰아갈 것입니다. 열린당이 우리 한나라당을 매도하고 몰아세우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0% 고정지지층에 만족하고, 고정지지층의 요구에만 부응하는 전략을 선택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강경 보수 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의 당명개정은 의미가 없습니다. 단순한 이미지 쇄신 정도로는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욱 외연을 확장하고 비젼을 제시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시발점으로서 과감한 당쇄신방안 마련과 노선정립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강경 보수 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의 당명개정은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당명 개정은 당의 제대로된 변화를 담는 최종결정판으로 아껴두어야 합니다. 정부여당의 실정에 의존한 ‘감나무정당’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결단해야 합니다. 일부 고정지지층으로부터 욕을 먹더라도 이들을 설득하고, 40%의 중도층을 한나라당 지지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나라당 스스로가 과감히 다가갈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숨은 보수층 5%와 노무현 정권의 경제실정과 국정파탄에 의존하며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감나무 정당’으로 남을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당이 제대로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저는 경제정책조정위원장, 비서실장, 대변인으로서 숨가쁘게 달려온 4년여의 당직생활을 이제 유능한 분들에게 넘기고, 한 걸음 떨어져 좀 더 객관적으로 당의 나아갈 길을 판단하고 국민여론을 듣겠습니다.

저는 4년여의 당직생활을 통하여 누구보다도 당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입었습니다. 당에 대한 애정이 절실한 만큼 당이 국민들에게 한계가 있는 정당으로 비춰지는데 무한 책임을 느낍니다.

당이 정말로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도록 온몸을 던지겠습니다. 또 다시 대선 실패의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당이 제대로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오로지 당이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길에 저의 모든 힘을 모으겠습니다.

다시 한번, 저에게 걱정과 충고, 격려와 도움을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을유년 한해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한나라당 전 대변인, 국회의원 임 태 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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