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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2 19:10 수정 : 2005.09.12 19:15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측근 10여명 불과 “영남 중심 인사·스킨십 부족탓” “확고부동한 대선후보라면 상황 다를 것” 분석도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야겠다.”

한나라당에서 이른바 ‘반 박근혜’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12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 7일 박근혜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담에서 대연정론에 쐐기를 박고, 곧이어 당 혁신안에서 내년 7월까지로 대표 임기를 사실상 보장받은 상황에서 나온 얘기다.

한나라당 안에선 지난 4·30 재보궐 선거 완승 뒤, 박 대표의 입지가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들이 거의 없다. 내년 5월 지방선거까지 압승할 경우, 차기 대선 후보로서 박 대표의 위상은 돌이킬 수 없이 확고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눈앞의 이런 상황을 놓고 ‘박근혜 대세론’을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른바 ‘친박’이든 ‘반박’이든, “박 대표는 여전히 외롭다”고 말한다. 박 대표가 수행비서와 단 둘이 퇴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회창 전 총재 시절에 의원 10여명이 퇴근하는 이 총재를 줄줄이 배웅하던 풍경을 그리움을 섞어 떠올리는 당직자들이 적지 않다.

한 당직자는 당내 소장파 의원들을 지목하며 “자기 목숨 생각하지 않고 박 대표 곁에서 진심으로 돕는 의원이 몇명이나 되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소속 의원 124명 가운데 박 대표의 ‘열혈 측근’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전여옥 대변인과 유승민 대표비서실장, 김무성 사무총장,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에다 주성영·곽성문·유기준 의원 등 영남권 몇명을 포함해 10명 안팎이라는 게 당내 대체적인 견해다.

왜 그럴까?

많은 이들은 박 대표가 겪는 ‘외로움’의 원인으로, 박 대표의 ‘인사 스타일’과 ‘스킨십 부족’을 지적한다.

한 재선 의원은 “주요 당직 인사가 특정 지역에 한정돼 있어서 박 대표 스스로 공간을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도 “박 대표는 ‘인의 장막’에 둘러싸인 채 의원·당직자들과 자연스러운 비공식 만남은 거의 갖지 않고 있다”며 “중진 의원들조차 ‘박 대표 얼굴 보기 힘들다’고 푸념한다”고 전했다. 박 대표 스스로 외연 확장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 장담하기 힘든 현실이 ‘외로운 박근혜’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한 일간지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는 처음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선호도가 뒤졌다. 영남권 의원 가운데는 박 대표 지지층이 많지만, 서울·수도권 의원들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가까운 이들이 많다.

영남권 의원들도 박 대표에 대한 충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만일 박 대표가 확고부동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라면 지금과는 상황이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대표는 사실상 5년 내내 유일 대권 후보였던 이회창 총재의 패배를 뼈아픈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며 “스스로 대세론을 형성하지 않고, 다른 경쟁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 일부러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왕적 총재’ 시절의 구태를 벗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봐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한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그동안 박 대표가 일부러 하지 않은 면도 있고, 하지 못한 면도 있다”며 “지금부터는 스킨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 쪽도 서서히 ’외로운 대표’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셈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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