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공정위 수색권·금산법 강화”…민노 “금융계열사 강제분리”
국회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법적 장치들을 크게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테이프를 통해 1997년 대선 당시 삼성이 정치권에 제공한 불법 대선자금의 실체가 일부 드러나고, 두산그룹이 총수 형제들 사이의 소유권 다툼에 휘말린 것 등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31일 “삼성토탈이나 씨제이 등 일부 재벌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대해 노골적인 방해 행위를 저지른 것을 계기로, 공정위에 압수수색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그에 걸맞은 법적 권한을 부여받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또 “당 제3정조위 차원에서 재벌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이번 기회에 재벌의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과 관련한 법·제도를 재정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새로운 재벌규제 법안을 마련해,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 낼 예정이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신이 지난 5월 제출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의 통과를 강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박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대기업 금융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지분은 5년 안에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박 의원 쪽 관계자는 “법 개정에 이어 앞으로 정부가 시행령을 제정할 때는 지분의 절반 이상은 2년 안에 매각하도록 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국회 제출 초기에는 열린우리당 안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했으나, 최근 재벌의 문제점이 잇따라 부각되면서 당내의 전반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박 의원의 금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의 지배구조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박 의원 쪽 관계자는 또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대기업 관련 법들을 따로 떼어내 ‘기업집단에 관한 법률’(임시이름)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집단법은 재벌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법으로, 이른바 재벌 ‘오너’들이 편법상속 등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는 게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은 삼성생명 등 재벌의 금융계열사를 강제로 계열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 낼 예정이다. 또한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을 완전히 결별시킬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삼성생명의 경우 1천만 가입자들의 보험금으로 만들어진 회사인데, 가입자들의 이익이 아닌 특정 재벌의 이익을 위해 운용되는 것이 문제”라며 “대기업 집단은 원천적으로 금융계열사를 가질 수 없도록 분리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당의 천영세 의원은 재벌이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이미 지분을 소유한 언론사와도 결별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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